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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문사회

인간은 모든 식인 종이었다!

식인은 말 그대로 인간이 인간을 먹는 것이다. 식인 풍습(anthropophagy)은 문화인류학적인 용어로 식인을 하는 관습을 말하며 일시적으로 기아상태 등이나 정신이상으로 인한 식인은 제외된다. 식인은 문화적인 것과 병리학적인 것으로 구분된다. 문화적인 것은 풍습에 따라 먹는 것이고, 병리학적인 것은 의도적인 또는 범죄적 식인이다. 일반적으로 기근이나 고립 등 극한상황에서 벌어지는 식인은 문화적인 것으로 본다. 인간뿐만 아니라 생물계 전체로 보면 생물학적으로는 같은 종끼리 잡아먹는 종내 포식(種内 捕食)이란 용어도 있다. 종내 포식은 다양하고 많다.


일상 영어인 식인(cannibalism)은 에스파냐어의 카니발(cannibal)에서 기원한 단어이다. ‘Cannibal’이란 단어는 원래 ‘Caribal’에서 온 것이다. 카리브 해 군도에 있는 ‘Carib’ 종족을 스페인어로 ‘Caribal’로 불렀는데 콜럼버스가 최초로 사용한 사람이다. 카니발(carnival)은 15세기에 아메리카대륙 서인도제도에 도착한 콜럼버스가 섬 주민을 사람 잡아먹는 ‘카니바스’라고 보고한 데서 나왔다. 에스파냐 사람들은 카리브 인들이 사람을 먹는다고 믿었고 카리브 인의 영어인 ‘carib’에서 식인이라는 말이 나왔다. 식인을 의미하는 단어로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안토르포파지(anthropophagy)는 인간이란 뜻의 ‘anthropo’와 ‘먹다’라는 의미의 ‘phagy’의 합성어이다.


카리브 인이 식인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스페인에서도 식인풍습은 오래되었다. 이베리아반도에서 식인 행위는 최대 100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남아 있는 유해에는 먹기 위해 시신을 가공할 때 생긴 직접적인 증거가 드물다.


에스파냐 북부의 유적(아타프엘카)에서 선사시대 유럽 인간들이 인육(특히 어린아이)을 먹었음이 밝혀졌다. 유골 등을 분석한 결과 순전히 식용으로서의 식인이었다. 먹을 것이 풍족했는데도 적을 죽이고 그 고기를 먹은 것이다.


스페인 아타푸에르카 산맥의 동굴에서 기원전 3천600년경 사람들이 집단으로 다른 사람들의 시신을 해체하고 먹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해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이 동굴에서는 이미 기원전 2천600~2천100년경 식인증거가 발견된 바 있다. 식인행위는 이웃 공동체 간 충돌에서 비롯된 폭력 사건으로 추정된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5-10266-w


식인풍습은 스페인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것이었다. 마르타 솔데빌라(Marta Soldevila) 연구진이 대륙 간 인종별로 프리온 유전자의 코돈 129번에서 MM형의 유형을 조사하여 식인에 대하여 유전학적으로 입증하였다. 특정 지역에서 식인풍습이 빨리 없어질수록 프리온 유전자의 코돈 129번에서 MM형의 비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실제로 MM형을 조사하였더니 극동아시아에서는 93%, 남아시아 62%, 유럽 52%, 중동아시아 46%, 아프리카 36%, 아메리카 6%였다. 우리나라 같은 극동아시아는 일찍부터 없어진 것이다. 스페인이 있는 유럽은 중간정도이다. 아메리카가 가장 늦게까지 식인 풍습이 있었는데 가축이 부족했던 것이 원인으로 보고 있다. 마빈 해리스는 마야와 아즈텍 문명에서 식인풍습이 다른 지역에서보다 오래도록 남아있었던 것은 단백질을 공급할 동물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야생동물들을 지나치게 남획하여 동물이 부족해졌던 것으로 보인다. 안데스지역에서는 라마 등의 가축을 사육하여 어느 정도를 단백질이 보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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