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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로 보는 남녀차이와 성불평등

영장류로 보는 남녀차이와 성불평등


영장류 집단 내에서는 일반적으로 힘이 수컷에게 편향됐다는 것이 오랜 통념이다. 알락꼬리여우원숭이나 보노보 등 암컷이 우위인 종은 예외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기존 연구도 수컷과 암컷이 서로 다른 자원을 두고 경쟁한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같은 성별 사이의 다툼에 초점을 맞추었다. 정말 그런지 하나씩 본다.


고릴라 수컷은 암컷보다 몸집이 거의 두 배 크고, 날카로운 송곳니까지 갖고 있다. 이런 차이로 고릴라 사회는 수컷이 소규모 집단 내 권력을 독점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수컷만이 힘을 장악한 것은 아니다. 체격이 작은 암컷도 일부 수컷을 제압하며 권력구도를 형성한다. 연구에 의하면 야생 산악고릴라는 암컷이 알파 수컷(집단 내 우두머리)을 제외한 다른 수컷과의 충돌에서 승리하는 비율이 28%에 달한다. 수컷이 어리거나 노쇠한 경우에는 그 비율이 더 높았다. 암컷이 알파 수컷과 친밀할수록 승리할 가능성이 높았다. 암컷들은 알파 수컷과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영향력을 얻고, 먹이를 먼저 먹을 수 있는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힘을 키운다. 이런 암컷들은 자연스럽게 더 강한 사회적 힘을 갖는다. 영장류의 성별 권력구도가 체격과 힘에만 달린 것이 아님 보여준다. 유연한 사회적 네트워크와 동맹에 따라 힘의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인간사회도 마찬가지이다. 보통 남성이 알파 수컷이다. 남자가 여자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갖는다. 하지만 여성도 사회적 힘을 갖는 경우가 많다. 이는 문화나 사회적 관습, 제도 등의 영향이 크다. 사회 시스템을 개선하면 성별에 따른 권력 관계의 불균형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알파가 주로 수컷인 것은 영장류와 인간이 같다. 대부분의 대통령이나 최고경영자가 남자이다. 사회가 성숙하면서 부계중심이 무너지고 여성도 사회적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 영장류부터 시작된 역할이다.


영장류에서 원인(猿人)으로 분리된 인간의 조상이 나타났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이다. 연구에 의하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의 남녀 체중은 각각 약 44.6㎏과 29.3㎏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50% 이상 컸다. 이는 침팬지 37%와 고릴라 100%의 중간 수준으로, 수컷 간 경쟁이 매우 치열했음을 시사한다. 인간의 조상인 ‘원인’은 암컷과 수컷의 비율이 침팬지보다 덜 진화한 것이다. 수컷이 우두머리를 차지했을 것이고 암컷의 역할은 미미했을 것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와 아프리카누스(Australopithecus africanus)의 골격을 분석한 결과, 현생 인류보다 뚜렷한 성적 이형성(sexual dimorphism)을 보인다. 수컷이 훨씬 큰 것이다. 일부 수컷이 암컷을 독점하는 사회구조를 가졌을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수컷간의 짝짓기 경쟁이 치열하고, 협력보다는 배타적인 무리를 형성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쉽게 말해서 일부 수컷이 암컷을 독점하는 구조였다. 일부일처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남녀 간 체격 차이는 점차 줄어들었다. 이는 지능발달과 언어와 협력적 사회구조의 등장과 관련이 있다. 협업이 중요해지면서 일부일처제에 가까운 구조가 자리 잡았고, 성적 이형성은 줄어들었다. 여전히 가부장제가 강하지만 점차 불평등은 줄어들고 있다.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full/10.1002/ajpa.70093


그러나 이런 생각은 잘못된 일반화임이 드러났다. 2025년 121종을 대상으로 한 더 결정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장류 집단 대다수에서 권력의 성별 편향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121종 253개 개체군을 관찰한 결과 성별 갈등은 매우 흔하게 나타났다. 21세기 한국 청년층에서 나타나는 남녀갈등과 같다. 공격적인 행동의 약 절반이 수컷과 암컷 사이에서 발생했다. 수컷은 대체로 힘으로 암컷은 수컷 선택으로 우위를 점했다. 수컷과 암컷의 우열은 명확하지 않고 양상이 매우 다양했다. 데이터가 충분한 84종을 분석한 결과 약 16.5%만 수컷의 90%가 명확한 우위를 차지했다. 약 10.5%에서는 암컷이 90% 이상 승률을 나타내며 우위가 명확했다. 나머지 약 73% 집단에서는 성별 우위가 중간 정도거나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컷이 우위인 경우는 주로 일부일처제로 수컷과 몸집이 비슷하거나 주로 나무에서 사냥하는 종에서 관찰됐다. 무리를 이루기보다는 단독 생활이나 짝을 지어 사는 경우 암컷의 권력 우위가 흔했다. 수컷이 우세한 경우는 보통 수컷이 암컷보다 몸집이 크거나 공격할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경우였다. 지상에서 생활하거나 큰 무리를 이루는 경우, 일부다처제인 경우가 포함됐다. 인간은 일부일처제로 가족중심을 이루므로 여자가 힘을 가질 수 있는 구조를 가진다. 사회생활을 하는 영장류는 유전과 환경이 모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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