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의 고통과 과거와는 다른 라이프 사이클
선진국은 어느 국가이던 달성하고 싶은 희망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대가 되면서 ‘선진국’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는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분류하였다. 1964년 기구를 설립한 이래 새로이 선진국으로 분류된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다. 국내 총생산 대비 사회복지 지출은 1990년 2.6%에서 2019년 12.2%로 증가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21세기 민주주의의 새로운 희망으로도 불린다.
반면 일본은 1960년대에 선진국에 진입하여 1980년대까지 호황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말 불황이 닥치며 일본사회는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1인당 국민소득 순위가 한국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가 3만6194달러로, 일본 3만5793달러를 앞섰다. 인구 5000만 명이 넘는 국가 중에서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한국이 여섯 번째이다. 역대 급으로 낮아진 달러 대비 엔화 가치도 영향을 줬다. 일본은 1992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대로 진입했고, 1995년 국민소득은 4만4586달러였다. 한때 5만 달러를 넘었었다.
2023년 일본 의료인류학자 기타나카 준코의『우울증은 어떻게 병이 되었나』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일본은 1990년대 말 자살이 늘어났고 그 이유로 우울증이 지목되었다. 2000년 일본 대법원은 광고회사 덴쓰 직원의 자살에 대해 과도한 업무로 인해 발생한 우울증의 결과라며 유례없이 큰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 이후 소송이 이어졌다. 21세기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나라도 우울증 환자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과로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우울증뿐만 아니라 자살도 최고치를 달성했다. 일본의 전철을 따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세상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세대 간의 삶의 사이클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선진국은 물론 저개발국가에서도 삶의 만족도(well-being)는 50세 전후까지 감소하다가 노년기에 반등하는 U자형을 그려왔다. 삶의 만족도의 반대를 뜻하는 삶의 불만족(ill-being)은 50세 전후 가장 높은 특징을 보였다. 이는 불행한 고비로도 표현한다. 불행한 고비(unhappiness hump)는 인생에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시기를 의미한다. 불행한 고비는 중년기에 정점을 찍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년이 되면 젊었을 때보다 걱정, 스트레스, 우울 등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는 기성세대의 특징이다. 고생 끝에 노년쯤에 이르러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면서 평화로워지는 것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이러한 생애주기는 21세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청년은 일찍부터 경쟁에 시달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비’혼과 출산기피, 오프라인 활동 기피, 개인화 등으로 우울 및 불안 증상을 보이는 사례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 기반에는 일찍부터 겪는 ‘불행한 감정’이 자리하고 있다.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다. 젊은 세대에서는 중년이 되기 전에 삶의 불만족이나 불행한 고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피크를 달린다. 미국 성인 1천만 명 이상과 영국 4만 가구에 대한 설문조사, 44개국 2백만 명의 정신건강 데이터 분석결과이다.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327858
문제는 젊은 세대들이 다시 행복감정이 높아지는 반등을 언제 보일지, 아니 반등이 일어날지 여부이다. 그것이 보인다면 희망은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미지수이다. 반등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파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