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으로 살을 뺄 수 있을까?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대부분 음식을 적게 먹고 운동을 시작한다. 운동이 과연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까?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오늘 하루 운동을 열심히 하면 특별히 과식을 하거나 폭식을 하지 않으면 살은 빠진다. 빠진 체중이 계속 유지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운동의 다이어트 효과는 의학과 과학계 내에서도 논쟁적인 주제이다. 운동이 체중 감소를 돕는다는 연구와 체중 감소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다이어트 도구로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살을 빼기 위해 더 많이 운동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도 그렇다. 운동을 해서 살을 빼려고 하다가 실패한 사람이라면 쉽게 납득이 갈 것이다.
운동을 하면 에너지가 빠져나가므로 인간의 몸은 더 적은 칼로리를 소비하려고 한다. 운동을 하면 많은 칼로리를 소비하지만, 이후 평소보다 적은 칼로리를 소비하기 때문에 결국 총 칼로리 소비량은 큰 차이가 없어진다. 또한 운동에 사용되는 에너지가 생각보다 의외로 작다. 예를 들어 하루 2~3km 걸으면 평균 200칼로리를 사용하지만, 더 많이 걸으면 비례하여 소비되지 않는다. 게다가 비만인 사람은 운동해도 예상보다 50%밖에 소모되지 않는다. 과체중이나 비만한 사람이 운동해도 살이 잘 안 빠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15분간 2.5km 달리기, 30분 동안 8km 자전거 타기, 30분간 3km 걷기를 해도 소비되는 에너지는 달걀 한두 개나 맥주 500cc를 마시면 돌아온다. 필자도 700km에 달하는 백두대간 트레킹을 할 때 이것을 실감했다. 보통 이틀에 걸쳐 30~50km를 걸었는데도 몸무게는 오히려 늘었다. 힘들게 걸으면 몸은 스스로 기초대사에 쓰이는 에너지를 줄인다. 게다가 열심히 운동하면 일상에서는 신체활동을 줄이고, 식욕도 좋아지고 운동 했다고 더 먹기 마련이다. 실제로 체계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일수록 일상생활에서 신체활동이 적다. 일상생활의 신체활동에는 계단 오르기, 반려 견 산책시키기, 가까운 걸어가기 등이 있다.
34개국 42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비만은 운동부족보다 식단이 더 문제이다. 이들은 생활 방식과 활동 수준이 상당히 다른데도 하루에 소모하는 총 칼로리는 매우 비슷했다. 비만인 사람과 아닌 사람도 하루 에너지 소모량도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에너지 소비량 차이는 비만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의미한다. 사람의 몸은 하루 총칼로리 소모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 소모방식을 스스로 조절하기 때문이다. 신체활동이나 운동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면 에너지를 덜 소모하는 방향으로 조절한다.
https://www.pnas.org/doi/10.1073/pnas.2420902122
인간의 몸은 그 사람의 활동량에 반응한다. 운동을 많이 하면 우리 몸은 기초대사에 소비되는 에너지를 줄인다. 지금도 수렵채취로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탄자니아 북부에 사는 수렵채집인 하드자족은 여자는 하루 평균 약 8㎞, 남자는 14㎞를 움직이는 생활을 한다. 그런데 이들의 에너지소비량은 운동을 그렇게 하지 않는 미국이나 유럽 사람의 하루 에너지소비량은 비슷하다. 미국 듀크 대학 진화인류학과 교수 허먼 폰처(Herman Pontzer)는 이것을 운동의 역설(exercise paradox)이라고 불렀다. 인간의 몸은 활동이나 운동을 많이 하면 기초대사 에너지 소비를 줄여 에너지소비량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사람의 에너지 사용은 기초대사와 활동을 통한 에너지 소모량의 합이다. 운동하면 처음에는 살이 빠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몸의 ‘저항’이 강해지는 것은 기초대사가 줄기 때문이다. 에너지 소모가 많아지면 몸은 다른데 쓸 에너지를 줄인다. 그러다가 운동을 중단하면 금방 살이 찐다.
결국 이것이 요요로 이어진다. 운동으로 살을 빼고 계속하여 유지하기가 힘든 것은 바로 이러한 ‘요요’ 때문이다. 운동하면 살이 빠지지만 결국 요요가 와서 효과가 없다. 평소 운동하지 않는 400여 명의 과체중인 여성을 일주일에 각각 72분, 136분, 194분씩 운동하게 한 후, 6개월 동안 평소대로 생활하게 했더니 이들 간에는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운동한 사람 중에는 더 많이 먹어 살찐 사람도 있었다.
게다가 운동하다가 중단하면 살이 더 찐다. 10만 명 이상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운동하다가 중단한 사람은 처음부터 운동하지 않았던 사람들보다 훨씬 체중이 불었다. 게다가 조깅을 하다가 쉰 사람은 운동을 아예 시작하지 않은 사람보다 매주 2km 정도를 더 뛰어야 원래 체중으로 돌아왔다. 다이어트를 위해서만 운동하다가 그만두면 안 하느니보다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운동을 안 하면 ‘건강하게’ 체중을 줄일 수 없다. 여기서 간단한 진실이 나온다.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은 하지 말라. 체중을 뺀 후 운동을 그만두면 훨씬 살이 더 찐다. 자신의 건강을 위한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하라. 그래야 평생 할 수 있다. 그리고 평생 하라.
결국 운동으로 살을 빼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문제가 있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운동 해봤자 살이 안 빠지니 음식을 줄여야겠다고. 전혀 그렇지 않다. 실제로는 운동이 가장 좋은 다이어트 방법이다.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상세하게 설명한다.
운동은 다이어트 보조수단이자 건강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것을 권장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체활동을 ‘근육 수축으로 일어나는 신체의 움직임’으로 정의한다. 가사활동, 출퇴근, 여가활동 등이 포함된다. 신체활동 중 ‘계획적이고 구조화된 반복적인 움직임’을 운동이라고 한다. 운동도 저강도부터 고강도까지 다양한 강도가 있다. 운동을 하면 심폐 기능을 강화하고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하며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암 등 다양한 질환의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건강이 좋아지는 것 자체가 목적이다. 건강이 좋아지면 체중도 ‘좋아질 수 있다.’ 평생 할 수 있는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꾸준히 하여 체중을 조금씩 천천히 빼는 것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