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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똑같은 유인원의 언어진화

인간과 똑같은 유인원의 언어진화


데이비드 버스(David M. Buss)는 자신의 저서『마음의 기원』에서 언어는 사회적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수단이고 침팬지가 서로 털을 골라주는 행위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화과정에서 ‘언어’ 유전자가 나타나 언어능력이 발생한 원인이 영장류의 공동체 생활인 ‘털 고르기’라는 것이다. 유인원들끼리는 몸짓을 공유하며 보노보와 침팬지는 95% 겹친다. 인간은 유인원과 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지만 이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그 의미를 알아챌 수 있다고 한다. 아마 인간도 유인원의 몸짓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 알아채는 것이다.


과학자들의 흥미로운 실험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침팬지와 보노보가 많이 사용하는 몸짓 10가지를 녹화한 영상을 온라인 퀴즈로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5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풀었는데 정답률이 50%를 넘었다. 인류가 과거 유인원과의 공통 조상 때부터 내려오는 의사표시방법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보노보가 가슴 털을 반복적으로 문지르는 것은 그루밍을 해 달라는 의미이고, 침팬지가 나뭇가지를 흔들면 교미를 하고 싶다는 뜻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흥미로운 글을 발견했다. 여자가 남자에게 관심이 있을 때 하는 행동을 쓴 글이다. 근거는 없지만 재밌다. ‘그 남자에게 자꾸 시선이 가고 얼굴과 몸도 그 사람 방향으로 간다. 머리를 자주 만지고 귀 옆머리를 자주 넘긴다. 대화할 때 목소리 톤이 높다.’ 이것을 눈치 채는 남자도 있고 전혀 감 잡지 못하는 남자도 있다. 사람은 표정이나 몸짓에 자신의 생각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인간의 경우 의사소통의 발달은 부모 등 주요 보호자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인간은 일부일처제로 부모가 공동으로 키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침팬지는 다르다. 야생 침팬지의 음성과 제스처도 학습한 것이다. 어린 침팬지들은 어미와 모계 친척으로부터 배운다. 이들의 의사소통 스타일은 어미나 모계 친척과는 강한 유사성을 보이지만 수컷이나 부계 친척과는 유사성이 거의 없다. 침팬지 사회에서 어미가 새끼의 주 양육자이고 수컷은 양육에 거의 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침팬지의 의사소통 방식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만큼 유전적으로 결정된 게 아닐 가능성이 있고, 사회적으로 학습된 것일 수 있다. 의사소통에 대한 사회적 학습의 기원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진화적으로 더 오래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https://journals.plos.org/plosbiology/article?id=10.1371/journal.pbio.3003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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