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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지구상에서 살 수 있는 이유: 자기장

인간이 지구상에서 살 수 있는 이유: 자기장


지구 내핵(inner core)은 수천 도에 달하는 고온에서도 엄청난 압력 때문에 고체로 존재하는 철 덩어리다. 내핵이 언제부터 고체화되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어떤 학자는 20억 년 전을, 또 다른 학자는 5억 년 이내를 주장한다.


다행히 지구는 태양풍을 막아주는 장치를 갖췄다. 지구가 만든 자기장은 전하를 띤 입자인 태양풍의 경로를 바꿔서 태양풍에 대한 방어막이 된다. 지구의 딱딱한 핵(core)을 둘러싸고 있는 외핵의 쇳물이 지구 형성 당시의 열로 빠르게 돌면서 만들어진다. 내부의 열이 식어 자기장을 더는 못 만들게 되면 태양풍으로 지구에서 생명과 인간은 살 수 없다.


지구에 자기장이 있는 것은 지구의 내부 온도가 충분히 높아서 액체 상태인 철로 된 외핵이 있기 때문이다. 지구가 밀도에 따라 철과 암석이 분화된 내부 구조를 가졌으며 높은 내부 온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크기가 충분히 크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다. 거기에 더해서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가 진화함으로써 대기에 산소가 축적되고 오존층이 형성돼서 지구는 자외선에 대한 방어막도 가지게 됐다. 이렇게 우연과 필연이 뒤섞인 여러 상황이 맞춰짐으로써 비로소 지구에는 생명의 다양성이 펼쳐질 수 있었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지구 내핵이 어떻게 고체가 됐는지도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이다. 내핵이 고체화되려면 온도가 융점(고체와 액체가 바뀌는 경계 온도)보다 800~1000도 더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 기존의 견해이다. 이렇게 온도가 내려가면 내부 핵은 지나치게 빨리 커졌을 것이고 외부 핵은 식고 굳어버려 지구 자기장이 사라졌어야 한다. 하지만 지구는 수십억 년 동안 자기장을 유지해왔고 내부 핵 크기도 지나친 성장을 보여주지 않았다.


2025년 연구에 의하면 지구 핵이 고체화되려면 내핵 전체 질량의 약 3.8%가 탄소여야 한다. 슈퍼컴퓨터로 실험한 결과, 지구 핵에 들어 있을 것으로 여겨졌던 실리콘과 황은 고체화를 방해한다. 반면 탄소는 고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도와 훨씬 적은 냉각만으로도 핵이 고체화될 수 있었다. 핵 속에 탄소가 약 3.8% 있으면 고체화가 시작되기 위해 필요한 냉각은 약 266도 수준으로 줄어든다. 지구가 과거 실제로 겪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약 250도 수준의 과냉각 범위와 유사하다. 핵에 탄소가 일정 비율 이상 들어있어야만 내부 핵이 지금처럼 형성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핵이 순수 철보다 덜 조밀한 이유, 내부 핵이 지나치게 커지지 않고 현재 크기로 유지된 이유, 지구 자기장이 수십억 년 동안 지속된 이유 등도 동시에 설명한다. 덕분에 내가 이글을 쓰고 있다. 지금 내가 살아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5-628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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