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는 나라, 죽기 좋은 나라
국제연합(UN)은 2030년까지 만성질환 사망률을 3분의 1로 줄이는 목표를 제시했다. 만성질환(chronic disease)은 심혈관 질환, 암, 만성 호흡기 질환, 당뇨병 등을 말한다. 전 세계 사망 원인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질환이다.
아프가니스탄 여성은 80세 이전 만성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71.4%나 된다. 레소토 69.7%, 파푸아뉴기니 67%, 짐바브웨 66%, 중앙아프리카공화국 65% 등의 여성이 뒤를 이어 높다. 아프리카 남부의 소국 에스와티니는 남성 조기 사망 확률이 79.9%이다. 태어날 때부터 운이 작용한다. 반면 한국 여성의 80세 이전 만성질환 사망 확률은 15.4%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이어서 일본 15.7%, 싱가포르 18.5%, 스위스 19% 순이었다. 한국 남성은 28.8%로 싱가포르 27% 다음으로 낮아 세계 2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죽음을 최대한 연기하는 나라이다. 한국은 높은 의료 접근성, 국가 차원의 예방 정책, 백신 보급 등 종합적인 건강관리 체계를 시행한다. ‘덕분에’ 의료보험이 적자에 시달린다. 대표적으로 B형 간염 백신은 1983년 국내에 처음 상용화된 뒤 1995년부터 영유아 대상 국가예방접종 사업에 포함됐다. 자궁경부암(HPV) 백신도 2016년 만 12세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이 시작됐다. 고혈압 관리 지표도 2005년 대비 2012년 사이에 인지율(57.1%→66.2%), 약물치료율(49.5%→60.7%), 조절률(27.2%→42.5%)이 크게 향상됐다.
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cet/article/PIIS0140-6736(25)01388-1/fulltext
생존번식(건강, 돈, 교육)에 집중하는 사회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는 죽기도 ‘좋은(?)’ 나라이다. 간병인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임종 시 육체적 고통을 줄이고 정신적으로 평안한 환경을 가장 잘 조성한 국가로 꼽힌다. 세계 81개국의 암 환자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한 의료 시스템을 평가해 한국을 포함한 6개국이 최고 등급을 받았다. 영국, 아일랜드, 대만 순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고 한국, 호주, 코스타리카가 같은 점수를 받으며 총 6개 국가가 A등급을 받았다.
죽기 좋은 나라이다. 자살율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자살률도 세계 1위이다. 1987~2017년까지 30년 동안 대부분의 OECD 회원국은 자살률이 감소했지만 한국의 자살률은 154% 증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진입하였음에도 근로자뿐만 아니라 학생들까지 과로가 심하고 자살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죽기 좋은 나라라서 출생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저치이다. 하지만 이제 만성이 돼서 관심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