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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의 음주로 보는 술 취하는 인간

침팬지의 음주로 보는 술 취하는 인간


사람들은 술을 즐기고 친목을 다진다. 음주는 중요한 인간 문화의 하나이다. 과학적으로는 알코올이 발암물질로 오래 전에 지정되었지만 사람들은 그리 개의치 않는다. 그만큼 즐거움이 크기 때문이다. 술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원숭이와 유인원도 술을 먹고 즐긴다. 이러한 행동은 초기 형태의 ‘파티’ 문화일 수도 있다. 이 문화가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 조상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있다. 술을 마시면 뇌에서 행복감과 이완을 유도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술자리가 사회적 유대감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침팬지 역시 유사한 효과를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 야생 침팬지는 매일 체중의 약 10%에 해당하는 과일을 먹는다. 과일이 식단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2015년 침팬지의 음주를 장기간 관측한 연구를 보자. 1995년부터 17년간 서아프리카 기니의 한 마을에서는 야자수 수액이 발효되며 생긴 술을 침팬지들이 반복적으로 마시는 모습이 총 51차례 관찰됐다. 침팬지들은 나뭇잎을 씹어 플라스틱 통에 담긴 수액에 넣고 마시는 도구 사용 행동까지 보였다. 이 야자수 수액의 알코올 농도는 3.1~6.9%로, 맥주 수준에 달한다.


야생 침팬지도 자연에서 발효돼 알코올이 함유된 과일을 함께 나눠 먹는다. 과일의 알코올 농도는 최대 0.61%로 맥주보다 훨씬 낮다. 하지만 침팬지의 식단 60~85%가 과일인 점을 고려하면, 알코올을 많이 섭취할 가능성이 있다. 2025년 연구에 의하면 침팬지는 매일 평균 14g의 에탄올을 먹는다. 14g의 에탄올은 하루에 칵테일 두 잔을 먹는 알코올 양이다. 발효된 과일을 여러 시간에 걸쳐 채집하며 먹기 때문에 취하지는 않는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w1665


모든 동물이 술을 즐기는 건 아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술의 독성을 분해할 수 있는 능력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사람은 거의 중독정도로 술을 마신다. 침팬지도 그렇다. 침팬지 중에서도 다른 침팬지들이 잘 때 혼자 돌아다니던 개체 한 마리만이 과도한 음주를 보였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동물들도 ‘선을 넘는 음주’를 스스로 조절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인정하지 않고 싶은 사실이지만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유인원의 한 종이다. 음주행태가 유사할 수밖에 없다. 돼지에게 술을 먹인 실험에서는 만취로 인해 먹이를 먹는 순서가 무너지자 상위 서열 돼지들이 술을 피했다. 유전자와 뇌 그리고 호르몬의 작용은 쉽게 피하지 못한다. 술도 그렇다. 음주는 머리를 혼탁하게 한다. 사람들은 맑은 정신으로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나보다. 호르몬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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