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느러미가 손발로 진화하지 않았다



척추동물 육지 상륙의 선구자로 여겨졌던 틱타알릭(Tiktaalik)은 물고기와 양서류의 특징을 모두 가진 중간 화석이다. 틱타알릭은 약 3억 7500만 년 전에 살았다. 아가미와 지느러미를 가졌지만, 지느러미가 네 발 달린 척추동물의 다리와 비슷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로 불리기도 했다.


약 4억 년 전 척추동물이 처음으로 물에서 육지로 어떻게 올라왔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한 세기 이상 연구해왔다. 핵심은 물고기의 지느러미가 팔다리로의 전환(fin-to-limb transition)이다. 2020년「네이처」연구에 의하면 팔다리의 출현과 육지로의 이동이 동시에 발생했다.


2025년「Scientific Report」논문에 의하면 틱타알릭이 최초의 척추동물이 아니라는 증거가 발견되었다. 폴란드 남쪽 시비엥토크시스키에(Świętokrzyskie, 성 십자가) 산맥은 약 4억 년 전에는 해변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여기서 2016년 고대 폐어(肺魚, lungfish)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화석이 발견됐다. 이들은 먹이를 잡아먹는 과정에서 턱으로 진흙을 누르며 흔적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2021년에는 약 4억 년 전인 고생대 데본기 전기(Lower Devonian)의 해양 퇴적물에서 기어 다니는 물고기가 남긴 발자국 화석을 발견했다. 이 폐어는 약 4억 1900만 년 전부터 3억 9300만 년 전 사이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다리는 없지만 폐를 가지고 있어 강이나 호수가 말라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들은 지느러미를 이용해 뭍 위를 기어 다녔다. 오늘날의 폐어가 해안을 따라 이동할 때 남긴 흔적과 매우 비슷하다. 폐어(lung fish)는 육지에서 입을 아래쪽 진흙에 대고 지렛대처럼 사용해 몸을 위와 앞으로 끌어당기며 이동한다. 이동 방향은 꼬리와 지느러미로 조절한다. 기어가는 흔적은 부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육지나 극도로 얕은 물에서만 생길 수 있다. 이들은 지느러미로 육지에서 이동하였다. 팔다리 출현과 육지이동이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주장과는 다르다.


육상 척추동물의 손발이 어류의 지느러미에서 직접 진화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오랫동안 논쟁이 이어졌다. 총배설강(總排泄腔, cloaca)은 소화, 배설, 생식 기능이 하나로 모인 기관이다. 초기 어류뿐 아니라 양서류, 파충류, 조류 등 많은 척추동물에서 발견된다. 2025년「네이처」에는 어류의 총배설강 발달에 쓰이던 유전자 회로가 진화과정에서 손발 발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제브라피시와 쥐의 특정 유전자 부위(5DOM)를 제거했더니 지느러미 모양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총배설강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의 작동 방식이 달라졌다. 이 부위가 지느러미 모양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몸 끝부분에서 유전자들이 켜지고 꺼지는 신호를 조절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총배설강과 손발은 몸의 말단에 위치하여 특정 유전자 부위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원래 총배설강 발달에 쓰이던 유전자 회로가 손과 발의 발달에도 활용됐다. 어류 조상의 총배설강이 육상 척추동물에서 손가락 발달로 활용된 것이다. 이것은 진화과정에서 새로운 유전자를 만드는 대신 기존에 있던 유전자를 활용한 것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5-09548-0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오세아니아 사람으로 본 인간 유전자의 복잡한 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