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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호모사피엔스 화석과 ‘흔들리는’ 인간의 기원


인간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졌을까? 이런 황당한 질문은 너무 단순화한 것이지만 유대교,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등 유일신교의 창조설에 의하면 그렇다. 물론 오늘날 일부 종교인들은 진화론을 ‘상당히’ 수용하고 있다. 유대교, 그리스도교 및 이슬람교에 의하면 신이 인간 아담을 창조하였다. 아담과 이브는 아들 셋을 낳았기 때문에 후손이 이어질 수 없었다. 설령 딸이 있었다하더라도 근친혼이 된다. 근친혼은 (윤리적으로가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문제가 많다. 최소한 두 그룹 이상의 아담과 이브가 존재하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바람직하다. 참고로 ‘아담’은 사람 이름이라기보다 ‘인간’을 의미한다. 하지만 신이 인간을 언제, 어디에서 창조했는지는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음을 ‘신앙’으로 받아들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인간이 언제, 어디서 그리고 어떻게 ‘창조’되었는지는 과학의 연구대상이다. 지금까지의 과학적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아프리카에서 ‘창조’되었으며 아프리카가 인류의 ‘고향’이다.


2022년「네이처」에 호모 사피엔스 중 가장 오래된 23만 년 전 화석이 아프리카에서 발굴됐다고 발표했다. 인류의 조상은 40만 년 전부터 주기적으로 발생했던 기후 변화로 거주지를 이동하면서 진화했다. 이 과정에서 호모 사피엔스는 20~3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등장한 후기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Homo heidelbergensis)에서 유래했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는 하이델베르크인의 두 후계자이다. 이 중 호모 사피엔스가 현생 인류로 진화했다. 기후변화에 잘 적응한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것이다. 이렇게 호모 사피엔스는 약 20만~3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단일 계통으로 진화해 등장했다고 알려졌다.


2025년 이를 뒤집는 연구가「네이처 유전학」에 나왔다. 이 연구는 화석증거로 입증한 것은 아니다. 현생 인류의 유전자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하여 추적한 결과이다. 연구에 의하면 150만 년 전 분리되었다가 100만년 이상 각각 진화하던 두 집단이 30만 년 전 다시 합쳐졌다. 한 집단은 150만 년 전 분리 직후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심각한 유전자 병목현상을 겪었다. 이후 약 100만 년 간 서서히 증가했다. 이 집단이 호모 사피엔스에 유전자 80%를 남겼다.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도 이들로부터 갈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생인류에 유전자 20%를 남긴 소수 집단은 특히 뇌 기능 및 신경 처리와 관련된 유전자를 남겼다. 하지만 두 집단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살았던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와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Homo heidelbergensis)가 후보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를 밝히려면 더 많은 연구와 증거가 필요하다.


100만 년 전 사건과 관련된 연구가 2025년 계속해서 나왔다.


14만6천 년 전 하얼빈 두개골(Harbin skull)은 1933년 헤이룽장 성 하얼빈에서 쑹화 강 다리 건설에 투입된 한 농부가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부는 두개골을 가보로 삼기 위해 버려진 우물에 숨겼다가 임종을 앞둔 2018년 손자에게 두개골에 대해 알렸고 손자는 두개골을 찾아 인근 대학에 기증했다. 이 두개골을 연구한 중국 연구진은 2021년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보다 호모 사피엔스에 더 가깝다며 신종 고대 인류 호모 롱기(Homo Longi)로 명명했다. 2025년 이 화석이 데니소반인 계통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14만6천 년 전에 데니소반이 시베리아에서 중국 동북부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했음을 시사한다. 이 연구는 고대 인류 화석에 남아 있는 치아 치석 속에 고대 인류 DNA가 보존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에서 발견된 100만 년 전 인류 두개골을 분석한 결과,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기존에 알려진 시점보다 최소 50만 년 더 앞서 출현하기 시작했다는 연구가 2025년「사이언스」에 공개되었다. ‘운현 인(Yunxian Man) 2호'로 명명한 이 두개골이 처음 발견되었을 당시만 해도 과학자들은 인류 초기 조상 중 하나이자 최초로 대용량의 뇌를 지닌 인류인 호모 에렉투스의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 두개골은 호모 에렉투스의 것이 아니었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와 유사한 발달 단계에 있던 자매 종인 ‘호모 롱기(Homo longi)'의 초기 형태로 추정된다. 초기 네안데르탈인이나 호모 사피엔스도 당시 함께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하고 있을 뿐, 지구 어디엔가 1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호모 사피엔스 화석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화석 발견 후 어느 인류 종인지 특정하고, 언제 지구상에 살았는지 파악하는 데는 크게 2가지 방법이 있다. 두개골의 형태 분석 및 유전자 데이터 분석이다. 운현 인 2호의 경우 두 방법 모두를 동원하였고, 동일한 결과가 도출되었다. 그러나 시기를 추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유전적 증거든, 화석 증거든 시기를 추정하는 건 매우 어렵다. 방대한 양의 유전적 데이터를 들여다보더라도, 이들 집단이 공존했을 시점을 10만 년 단위로 혹은 그보다 더 좁게 특정하기란 어렵다. 따라서 아직 단정할 수 없으며, 여전히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 해당 연구의 결론을 뒷받침할 만한 다른 분석 연구, 유전적 데이터 등이 나온다면 신뢰성이 높아질 것이다.


현재까지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초기 호모 사피엔스의 가장 오래된 증거는 약 30만 년 전 것이다. 이번 화석 분석 결과가 맞는다면, 우리 종이 아시아에서 먼저 진화한 건 아닌지 추측하게 된다. 또한 세 인류 종은 기존 추정치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인 약 80만 년 동안 지구상에서 공존했다. 그 기간 이들 간 상호작용 및 교배가 일어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아직은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호모사피엔스가 훨씬 이전에 출현했으며, 그 과정에서 다른 계통과 우리 조상 계통의 유전자 교환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부 유전학적 증거가 있다. 그러나 아직 확실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와 유럽에서도 약 100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인간 화석이 발견되어 이러한 자료도 함께 분석해야 한다. 이 가설이 맞는다면, 과학자들이 인류 계통수에서 위치를 찾기 힘들어했던, 80만 년~10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인류 화석 수십 점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 호모 롱기, 네안데르탈인이 더 이른 시기 출현했다면 이 문제를 깔끔히 해결할 수 있다. 기존에 분류가 어려웠던 화석들을 이젠 이 3대 주요 종 중 하나의 하위 그룹, 혹은 보다 원시적인 조상인 아시아 호모 에렉투스나 하이델베르크인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된다. 이들은 서로 교배했을 가능성도 있으며, 거의 100만 년 간 공존했다. 따라서 이는 놀라운 분석 결과이다.


인류의 등장은 아직도 연구 중이다. 수십만 년 또는 수백만 년 전을 복구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인류 기원은 아직 불확정적이며 복잡하다. 앞으로도 새로운 연구가 계속 이어지며 스토리가 형성될 것이다. 물론 아직도 의문의 여지는 많다. 하지만 백인 또는 셈족과 흑인 그리고 황인종이 원래부터 나타나 살았다는 신화보다는 훨씬 신뢰성이 있다. 백인은 기원전 1만 년경에야 지구상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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