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균류의 공생관계는 약 6600만 년 전부터 시작됐다. 당시 소행성 충돌로 대기가 먼지로 뒤덮여 햇빛이 차단되면서 많은 식물이 멸종했다. 죽은 식물을 분해하는 균류가 급격히 번성하면서 개미들의 새로운 식량원이 됐다. 개미가 균류를 완전히 길들이기 시작한 건 빙하기가 시작되던 약 2700만 년 전이다. 기후가 추워지고 건조해지면서 잎꾼개미가 균류를 땅속에서 기르기 시작했고 균류 또한 야생에서 자라는 다른 균류 종과 분리되면서 개미에 완전히 의존하게 되었다. 당시 기후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남아메리카의 열대우림은 점차 목지와 초원으로 바뀌어 곰팡이를 건조한 서식지에서 재배했다. 곰팡이는 개미에게 완전히 의존하게 됐다.
개미는 땅속에 만든 ‘농장’에 나뭇잎 등을 물어와 균류를 재배한다. 개미도 인간처럼 농업에서 분업이 이루어진다. 가위개미는 재배하는 균류가 필요로 하는 영양분에 맞춰 나뭇잎과 벌레 배설물을 물어 가져온다. 물어온 나뭇잎 등을 정원사 개미가 입으로 물어 으깨거나 세균이 듬뿍 든 액체 배설물을 섞어 바닥에 깐 뒤 여우갓버섯 등 균류를 접종한다. 여기서 실처럼 자란 균사는 애벌레의 주식이 되고 균사가 버섯처럼 부풀어 오른 영양물질은 개미의 식량이 된다. 농사 개미는 열대우림에서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북미 북동부의 건조지대에 이르기까지 서식지를 넓혔다. 농사짓는 개미는 250종 이상으로 가장 나중에 진화한 가위개미는 100만 마리의 거대한 집단을 이뤄 거대한 유칼립투스 나무를 하룻밤 새 앙상한 가지만 남겨두고 잎을 모두 잘라가기도 한다. 특정한 개미는 특정한 균류와 공생하며 진화해왔다. 균류는 버섯이나 곰팡이와 같은 생물로 주로 죽은 생물의 유기물을 분해하며 산다. 게다가 개미는 환경에 맞는 품종을 개발해 왔다. 인간이 농업을 문명이라고 부르지만 자연현상일 뿐이다. 인간은 야생종을 개량하여 재배했다. 환경변화와 병충해가 오면 농약과 비료, 관개 등의 농업기술을 개발하였다. 개미의 대응방법은 달랐다. 초기 농사 개미는 야생종과 비슷한 품종이었지만 오랜 진화과정에서 개미가 선택한 형질을 가진 품종으로 바뀌었다. 환경변화와 병충해에 대응하여 땅속에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교묘하게 땅을 파서 ‘농지’를 만들었다. 농사 개미는 수백만 마리의 일꾼을 보유한 대규모 산업농업으로 진화되었다.
중남미 열대우림에 사는 잎꾼개미는 땅속에서 주름버섯과에 속하는 균류(Leucocoprinus gongylophorus)와 공생하며 땅속에서 균류 농장을 운영한다. 이 균류는 개미의 먹이가 되고, 개미는 식물을 공급한다. 이 방식은 수백만 마리에 달하는 대형 개미 집단을 살린다. 큰 일개미는 외부 침입자를 막는다. 중간 크기의 일개미는 예리한 턱으로 나뭇잎을 잘라 땅속으로 운반하고 낙엽 등을 치워 길을 정돈한다. 작은 일개미는 땅속에서 나뭇잎을 비료로 만든다. 잘게 씹고 배설물을 섞어 바닥에 깐 뒤 균사를 심는다. 균사가 자라는 동안 먹기 좋은 동글동글한 형태의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풍부한 영양물질을 내놓는다. 균류 정원은 지하의 축축하고 어두운 땅속에 있어 곰팡이에 감염될 확률이 높다. 잎꾼개미는 오랜 기간 농업을 하며 방어 전략을 갖도록 진화했다. 몸 표면에서 나오는 항생 물질로 땅속에 침입하는 병충해를 제거하며 균류를 보호하고 병해충에 감염된 균류를 골라내 농장을 안전하게 가꾼다.
일부 흰개미도 곰팡이를 재배해 먹는다. 오돈토테르메스 오베수스(Odontotermes obesus)라는 흰개미는 테르미토마이세스(Termitomyces)라는 곰팡이를 재배한다. 하지만 외부 곰팡이 때문에 키우는 곰팡이는 잘 자라지 못할 수 있다. 김매기를 해주는 것처럼 흰개미들은 흙을 사용해 잡초 곰팡이를 덮어서 후 포자가 퍼지지 않게 하였다. 흙의 천연적인 항진균 효과를 활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