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습도는 절대습도와 달리 기온에 따른 습하고 건조한 정도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상대습도는 특정한 온도에서 대기 중에 있는 수증기의 압력을 그 온도에서의 포화 수증기 압력으로 나눈 것이다. 온도에 따라 습도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건조하고 습한 정도를 나타낼 때 사용된다. 특정한 온도에서 대기 중에 포함되어 있는 수증기의 양은 중량 절대습도이다. 상대습도 100%에서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꽉 차서, 응결 현상이 일어나며 그때의 온도를 이슬점 온도라고 한다. 온도를 더 낮추면 해당 온도에서의 포화 수증기량을 초과하게 되므로, 남은 양만큼이 액체 상태인 물이 된다.
보통 사용하는 온도계는 건구 온도(dry-bulb temperature, DBT)를 측정한다. 반면 습구 온도(wet-bulb temperature, WBT)는 물에 적신 천으로 덮인 온도계(습구온도계)가 공기의 열로 증발하여 공기가 포화상태(상대습도 100%)까지 냉각된 온도이다. 즉 젖은 천으로 감싼 온도계인 습구온도계로 측정한 기온으로 습도의 영향까지 감안한 온도다. 100% 상대습도에서 습구 온도는 공기 온도(건구 온도)와 같다. 증발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낮은 습도에서는 증발 냉각으로 인해 습구 온도가 건구 온도보다 낮다. 습구 온도는 현재 주변 조건에서 물의 증발만으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온도이다.
2024년 연구에 의하면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한계 습구온도는 청년은 26~34°C, 노인은 21~34°C이다. 보통 인간의 ‘최대’ 한계 습구 온도는 34~36.5°C 사이일 것으로 추정한다. 젊은 성인이 최적의 조건에서 견딜 수 있는 한계치로 연령, 체력, 특정 약물 복용, 건강 상태에 따라 훨씬 낮은 온도에서도 위험할 수 있다.
71도인 경우 습구온도는 35도로, 이것에 최대 6시간 노출이 이론적 인간 생존 한계이다. 이것은 2010년 연구결과에 의한 것으로 인간은 35°C의 습구온도에 6시간 동안 노출되면 사망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 옷도 입지 않고, 음직이지 않으며, 땀을 흘리지 않는 가정이어서 실제를 반영하는 결과는 아니다.
기온이 46.1°C이고 습도가 30%일 경우 습구 온도는 30.5°C지만, 기온이 38.9°C, 습도가 77%라면 습구 온도는 35°C로 인체에 위험한 수준에 이른다. 55°C에 해당하는 습구 온도 32°C를 넘으면 정상적인 야외 활동을 할 수 없다. 습구 온도가 체온(약 37°C)보다 높아질 경우, 땀을 흘리더라도 체온을 충분히 낮출 수 없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체내 온도가 상승해 열사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습구 온도 35°C를 기록한 지역은 몇 군데 있으나 짧은 기간 나타났다. 1980년 후반과 1990년대 이후 파키스탄 중부와 인더스 강 계곡, 페르시아 만 남부 해안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더운 도시로 꼽히는 파키스탄의 자코바바드는 최소 4차례 습구 온도 35°C를 기록했다. 2000년대 초 나는 파키스탄 K2 방향 히말라야에 갔었다. 당시 방문만 이슬라마바드의 낮 기온은 50도였다. 낮에는 길에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모자를 쓰고 거리에 서면 너무 뜨겁다. 하지만 그늘에 들어가면 그리 덥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습한 공기의 30도 넘는 기온보다 덜 괴로웠다. 습구온도와 일반온도의 체감차이는 20도가 넘는다는 얘기이다.
100% 상대습도 온도가 32도이면 견디기 어렵다. 요즘 우리나라 폭염이 이런 느낌이 든다. 2024년에 이어 2025년의 폭염은 상상이상이다. 온도는 35도 내외이지만 그 느낌은 50도가 넘는다. 우리나라의 35도는 그늘에 들어가도 견딜 수가 없다. 습기 때문이다. 낮에는 습도가 어느 정도 떨어져서 그나마 조금은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새벽 집밖 온도는 24도였지만 습도는 100%, 느낌은 이슬라마바드의 50도보다 더 괴로웠다. 앞으로 온난화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제 우리는 여름에는 야외활동이 불가능할 가능성이 크다. 여름 낮 기온이 35도를 넘고 습도가 100%에 육박한다면 생존이 어렵다. 게다가 온난화로 아열대가 되어 여름이 길어진다면 생존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