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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대형동물 멸종, 인간의 소행일까?



인간이 호주 대륙에 처음 상륙했을 때, 메가파우나(Megafauna)라고 불리는 거대 동물들이 살았다. 몸집이 커서 잘 뛰지 못했던 자이언트 캥거루(Sthenurus), 곰보다 큰 거대 웜뱃(wombat), 5~6m에 달하는 거대 왕도마뱀 메갈라니아(megalania) 등이 그 예다. 당시 호주에는 게니오르니스(Genyornis)라는 키가 2m나 되는 날지 못하는 새도 살았다. 그러나 인간이 호주에 이주한 뒤 수천 년 만에 멸종했다. 인간의 이주로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고고학적 증거는 없었다.


2022년 약 5만~5만5천 년 전 알을 불에 구워 탄 자국이 생긴 알껍데기가 발견되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인간이 멸종의 원인일 수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호주 대륙에서는 이와 비슷하게 불에 탄 알껍데기들이 발견되고 있다. 약 10만 년 전 아프리카 대륙의 유적지에서 타조 알이 발굴돼 인간이 타조 알을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 인류와 타조는 균형점을 찾아 종이 보존됐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너무 많이 남획되어 멸종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


호주의 거대 동물들이 인간이 도착한 직후 대부분 사라지자 이들을 사냥해 멸종시킨 주범으로 당시 인간을 지목됐다. 그 결정적인 증거 가운데 하나가 1980년 호주 남서부 매머드 동굴에서 발견된 멸종된 스테누린 캥거루(Sthenurus)의 대퇴골 화석이었다. 이 화석에는 인간이 도축할 때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날카로운 절개 흔적과 단단한 돌로 내려칠 때 생긴 것 같은 균열이 있었다. 이 흔적은 초기 호주 정착민이 고대 캥거루를 사냥했다는 최초이자 유일한 직접적 증거로 여겨져 왔다. 몸집이 커서 인간에게 쉽게 사냥당해 멸종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였다.


이 화석을 재분석하면서 오류가 있음이 2025년 밝혀졌다. 이 캥거루 뼈는 인간이 손질하기 훨씬 전에 이미 오래전 건조되어 균열이 생긴 상태였다. 이미 죽어 건조된 캥거루 뼈를 주워 도구로 사용했을 뿐, 사냥의 증거는 아니었던 것이다.

https://royalsocietypublishing.org/doi/10.1098/rsos.250078


인간이 캥거루를 사냥해 먹었다면 매머드 사냥터처럼 적지 않은 도축 흔적이 발굴돼야 한다. 그러나 1980년에 발굴된 화석이 유일한 증거였고 이마저도 오해로 밝혀졌다. 캥거루의 멸종 원인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 한다. 기후 변화와 같은 가설을 포함해 멸종 원인을 다각도로 탐구해야 한다. 앞으로 거대 캥거루 멸종 원인을 둘러싼 과학자들 간의 논쟁과 연구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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