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의 지적 유연성과 인간의 확증편향
뉴런은 뇌의 신경세포로서 많을수록 지능이 좋다. 평균적으로 개는 5억 개, 고양이 2억5000만 개다. 참고로 인간은 약 160억 개, 오랑우탄과 고릴라가 약 80~90억 개, 침팬지는 약 60~70억 개이고 영장류가 아닌 동물 중 가장 똑똑한 동물은 56억 개의 뉴런을 갖고 있는 코끼리이다. 또한 인간을 포함한 침팬지 같은 영장류의 뇌 안에는 ‘교핵’이라는 것이 있다. 교핵은 대뇌의 피질과 소뇌가 정보를 교환하게 하여 지능을 좋게 만든다. 인간과 영장류는 교핵 크기가 다른 포유류에 비해 아주 크다.
인간이 신경세포가 많은 것은 유전자 차이 때문이다. 줄기세포(stem cell)는 세포로 분화되기 전의 세포이다. 뉴런은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신경 전구세포(neuronal progenitor cell, ‘미완성 신경세포’를 말함)로부터 만들어진다. 신경전구세포가 충분히 증식되고 성숙하면 증식 속도가 늦어지면서 뇌세포가 완성된다. 고릴라와 침팬지 같은 유인원은 이것이 5일 만에 이루어지는데 인간은 7일이 걸린다. 사람의 신경전구세포가 유인원보다 더 오랫동안 더 많은 분열을 일으키면서 뉴런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의 뉴런 숫자는 유인원보다 3배 이상 많다.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내는데 하나의 유전자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유전자가 고릴라와 인간의 지능을 가르는 것이다. 고릴라의 신경전구 세포에서 이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면 신경전구세포의 분화기간이 길어지고 고릴라의 뇌는 사람의 뇌와 비슷한 크기로 발달한다. 반면 사람의 뇌에서 이 유전자 발현을 촉진시켜 분화기간을 줄이면 유인원의 뇌와 비슷하다. 유인원에서 인간으로의 진화는 이렇게 유전자에서의 진화로 인한 차이로 발생하였다. 고릴라와 인간 차이는 물리적이고 생리적일 뿐이다. 형이상학적인 무엇은 없다.
원숭이와 유인원은 인간과 가까운 종이다. 그래서 행동도 유사점이 많다. 일본 고시마 섬에 사는 원숭이는 고구마를 씻지 않고 그대로 먹었었다. 그런데 어떤 원숭이가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자 다른 원숭이들도 따라했고 이후 세대의 원숭이에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잠비아의 한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사는 암컷 침팬지가 지푸라기를 한쪽 귀에 꽂고 다녔다. 그 후 1년 사이 같은 무리 12마리 가운데 8마리가 이를 따라 했다. 이 모습을 한 번 본 이웃 침팬지 무리 3마리도 따라했다. 침팬지에게도 유행과 문화가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배우는 것이 학습이고 그것이 문화가 된다.
침팬지도 상당한 지적능력이 있지만 지적 유연성도 크다. 침팬지는 새로운 정보를 접하면 자신의 판단을 바꾼다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확인되었다. 두 개의 상자 중 하나에 먹이를 숨기고 침팬지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처음에는 한 상자를 가리키는 단서를 제공했고, 이후에는 더 신뢰할 만한 다른 단서를 제시했다. 많은 침팬지들이 새로운 정보를 접한 뒤 처음 선택을 바꾸었다. 보통 4세 어린이에서 나타나는 능력이다. 추가적인 실험결과 최근 편향(recency bias)이나 눈에 띄는 자극에 끌리는 단순 반응으로는 침팬지의 행동을 설명할 수 없다. 최근 편향은 과거 사건보다 최근 사건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지적 경향이다. 이들의 선택은 합리적인 신념 수정(rational belief revision) 패턴과 일치했다. 새로운 정보를 고려하여 생각을 바꾼 것이다. 침팬지도 인간과 유사한 인지능력을 갖춘 것이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q5229
하지만 일부 인간은 침팬지 정도의 지적 유연함이 없다. 한번 가진 확신을 절대 바꾸지 않는 확증편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종교적 믿음이나 이념적 확신은 어떤 객관적 증거가 나와도 바꾸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이것은 어떤 종교이던 어떤 이념이던 같다. 침팬지보다 못한 인지행태이다. 그런데 이런 인지적 특성도 유전자와 뇌에 의하여 설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