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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Jun 22. 2021

공룡과 함께 살았던 빈대

백악기(Cretaceous period, 약 1억 3500만 년 전~6500만 년 전)는 약 1억 년 전경의 시기이다. 백악기 말에는 중생대 마지막 바다 파충류 모사사우루스(Mosasaurus)가 살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는 널리 알려졌듯이 공룡과 대형 파충류들이 살던 시기였다. 그러나 중생대의 바다를 지배했던 파충류들은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떨어진 운석에 의해 모두 멸종되고, 신생대가 시작되었다. 대멸종이 있기 전에는 공룡 등만 살았던 것은 아니다. 수많은 동물과 침엽수와 꽃 피는 식물들도 나타났다. 지금이나 수억 년이나 생명계는 다양한 동식물로 구성되었었음을 알아야 한다.


9300만 년 전 중생대 말기인 백악기 바다에는 몸길이보다 긴 지느러미를 가진 상어(독수리상어)도 살았다. 2012년 멕시코에서 발견된 화석을 분석한 결과 가오리와 상어를 합쳐놓은 형태의 상어를 발견되었다. 이들은 플랑크톤을 걸러 먹는 여과 섭식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플랑크톤을 먹이로 삼은 백악기 대형 해양 동물은 지금은 멸종한 경골어류인 ‘파치코미포름(Pachycormiformes)’이 유일했으나 이번에 독수리상어가 추가됐다.


이렇게 커다란 동물만 살았던 것은 아니다. 곤충도 살았고 빈대도 나타났다. 나무의 수지가 굳어 광물이 된 것을 호박이라고 한다. 호박 속에 있는 곤충이나 식물은 1억 년이 지나도 죽었을 때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그 미세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미얀마에서 발견된 9900만 년 전 호박 속에서 달팽이(Cretatortulosa gignens)가 발견되었다. 그런데 새끼 달팽이 5마리가 큰 달팽이와 함께 호박 속에 있었다. 이 달팽이들은 출산 중인 암컷과 그 암컷이 낳은 새끼 달팽이들이었다. 즉 백악기 달팽이의 출산 장면이 호박 속에 그대로 보존된 것이다. 알 대신 새끼를 낳는 달팽이로 껍데기의 길이는 대략 11㎜, 새끼 달팽이는 1~2㎜ 정도 크기이다. 이번 발견은 풍성했던 백악기 생태계를 엿볼 수 있다. 백악기라고 하면 떠올리는 공룡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지만, 이런 작은 생명체의 화석 역시 당시 생태계의 중요한 일부였다.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1342937X21001453


흥미로운 것은 1억 년 전 공룡 같은 거대동물이 살던 시기에 빈대도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빈대는 5천만~6천만 년 전 박쥐를 숙주로 출현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빈대가 1억 년 전 공룡시대에도 존재했으며, 약 6천600만 년 전 공룡을 비롯해 육상 생물 종의 대부분을 절멸시킨 대멸종에도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약 1억 년 전 발견된 화석(Quasicimex eilapinastes)을 통해 확인됐다. 다만 당시 빈대가 어떤 숙주를 갖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는 못했고 공룡의 피를 빨아먹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빈대 6600만 년 전 대멸종에서 살아남았으니 대단한 생존능력이다. 곤충도 그렇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대멸종에서도 곤충과 빈대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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