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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Jun 26. 2021

지구는 끔찍한 곳입니다


지구의 역사는 그다지 평탄하지 않았다. 아니 극단적으로 차가운 우주적인 사건과 지질사건으로 범벅되어 있다. 약 20억5000만 년 전에 지구상에 있던 생물의 80~99.5%를 사라지게 한 대멸종이 있었다. 멸종한 생물 종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없어 대멸종으로 규정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때 생물이 급격히 줄어든 것만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동식물이 멸종한 다른 대멸종 때와 달리 미생물 종이 사라진 것이지만, 이런 미생물이 산소를 내뿜어 지구 대기를 형성하고 궁극적으로는 더 크고 복잡한 생물이 출현해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놓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는 중요한 사건이다. 대기 중의 산소 농도가 기록된 수십억 년 된 암석 분석을 통해 20억5000만 년 전쯤 생물권이 급격히 줄어드는 격변이 있었음이 확인되었고, 24억 년 전부터 20억 년 전까지 산소량이 급격히 증가하다가 급감한 대산화사건(Great Oxidation Event, GOE)의 종말과도 시기적으로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대멸종이 있기 전 1억~2억 년간 생물 종이 최대치로 늘었으나 인(燐) 등 바다의 영양분이 고갈되면서 산소 배출 미생물이 급감하는 대멸종이 발생했고, 이후 약 10억 년간 작은 생물권만 유지되었다.


이러한 멸종과 끔찍한 사건은 주기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1984년 고생물학자들은 해양 대량 멸종이 무작위적인 사건이 아니라 약 2600만 년의 주기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발견했다. 2018년에도 지구 지질활동의 주기가 약 2600만년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20년에는 육지 동물의 대량 멸종이 약 2750만 년을 주기로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나 나왔다. 육지 동물 종의 멸종에 관한 통계 분석 결과 멸종 사건이 약 2750만 년이라는 유사 주기를 따른다는 점이 입증되었다. 이는 이전에 보고된 해양 생물의 대량 멸종과 거의 일치한다. 육지 동물의 대량 멸종이 해양 생물의 대량 멸종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대량 멸종이 주로 소행성 충돌과 파괴적인 화산 폭발로 인한 대규모 범람현무암의 분출과 일치한다. 지구 표면에 충돌하는 소행성이나 혜성에 의해 생성되는 크레이터의 연대 역시 멸종 주기에 일치한다는 점이 발견되었다. 소행성 충돌과 범람현무암의 화산작용을 만들어내는 지구 내부 활동의 주기는 지구가 2700만 년마다 우리은하의 혼잡한 영역을 지나는 궤도에 따라 정해질 수 있다. 태양과 행성들은 약 3000만 년마다 우리 은하의 붐비는 중간 평면 영역을 지나는 시기에 소행성 또는 혜성 소나기가 지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량 멸종 중 3건은 이와 관련된다. 대량 멸종에 관한 또 다른 가능성은 범람현무암 분출되어 용암이 광대한 지역을 뒤덮는 거대한 화산 폭발로 인한 것이다. 8건의 우연적인 대량 멸종은 모두 범람현무암 분출 시기와 일치했다. 대량 멸종은 소행성 충돌과 거대한 화산 폭발에 의한 것이다.


이렇게 과학자들은 대량 멸종을 포함한 주요 지질학적 사건의 주기를 대략 2600만~3600만년으로 추정해 왔다. 그러나 이런 지질학적 사건이 구체적으로 언제 발생했는지를 추정하는 근거가 부족했다. 2021년 지구의 지질활동은 2750만년 주기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지진이나 화산 폭발 등의 지질활동도 어떤 거대한 흐름의 일부분일 수 있다는 암시이다. 지난 2억6천만년 동안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 지구의 대규모 지질 활동 사건은 2750만년 주기로 반복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2억6천만 년 전은 공룡의 시대인 중생대가 시작된 시기이다. 당시 지구의 지각 판은 판게아라는 하나의 초 대륙으로 뭉쳐져 있었다. 판게아는 중생대 중기부터 갈라지기 시작해 6600만 년 전 공룡이 사라진 후 지금의 대륙 형태를 갖췄다. 캥거루가 오세아니아에만 서식하게 된 것은 이때 북미대륙에서 오세아니아대륙이 분리되면서, 다른 포유류와의 생존 경쟁을 피한 덕분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지질학적 사건은 700만 년 전이었다. 이는 대량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다음 주요한 지질학적 활동이 2천만년 후에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1674987121001092?via%3Dih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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