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 과학적 소양이 떨어지는 원인은 과학 책 판매량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과학 분야 판매 부수가 1위인 책도 전체 판매량에서 10위권에 들지 못한다. 과학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데도 새로 나온 과학 책은 좀처럼 팔리지 않는다. 과학 분야의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는 대체로 출간한지 10년이 넘은 책이다. 인문사회 분야 베스트셀러는 매년 바뀌는 편이지만 과학은 그렇지 않다. 리처드 도킨스의『이기적 유전자』는 1976년 출간되었고, 한국에서는 1995년 번역되어 출간되었다.『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2003년, 칼 세이건의『코스모스』는 1981년 처음 번역·출간됐다. 이런 책을 제외한 새로 나온 과학 책은 좀처럼 읽히지 않는다.
과학 책만 안 읽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의 독서량은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37개 국가 중 최하위이다. 미국은 1인당 한 달에 7권, 일본은 6권, 프랑스는 6권, 그리고 중국마저도 3권 정도를 읽지만 우리나라는 1~2권 정도이다. 더욱이 독서량은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지고 있다. 10대부터 30대까지의 2025년 청년층(13~39세) 독서량은 2011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독서란 종이책뿐 아니라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모두 포함한다. 교양서, 실용서, 잡지, 만화 등이 포함되고, 문제집 등 학습서는 제외된다. 13~19세 청소년의 1인당 평균 독서권수는 2011년 22.2권에서 11.7권, 20~29세는 18.8권에서 9.4권, 30~39세는 16.6권에서 8.1권으로 떨어졌다. 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 추세이다. 40대는 13.0권에서 10.4권으로 소폭 감소했다. 50대는 7.7권에서 6.2권을 약간 낮아졌다. 60~69세는 2011년 이후 4.0권 안팎에서 거의 변화가 없다. 50대 이후 독서량은 너무 적다.
해외여행을 가보면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책 읽는 사람을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들다. 우리나라의 교육이 입시에 집중하고 먹고사는 일에만 집중하고 경쟁이 너무 치열한 것이 원인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많이 보는 것도 원인이다. 과학적 소양의 부족은 ‘유사’ 종교가 유행하는 배경이 된다. 2014년 세월 호 참사 당시 선박회사는 ‘구원파’라는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기업이었다. 2020년 초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나온 종교단체는 ‘신천지’였다. 2023년 넷플렉스에 방영된 「나는 신이다」는 우리 사회의 반과학적 반지성적 배경에서 나타난 현상일 것이다. 종교적으로 ‘이단’ 여부는 별개로 하고 이런 세력이 확장하는 이유는 과학적 소양의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