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처음 불을 사용한 것은 100만 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이 살았던 유적지에서 발견된 불의 흔적은 100만 년 전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인간이 불을 제대로 다루기 시작한 시점은 명확하지 않았다. 불을 피울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기 전까지는 자연 발생한 산불을 활용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지배적이다.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가 숨긴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가져다주었다가 쇠사슬에 묶여 간을 독수리에게 먹히고 밤새 간이 자라나면 또 파 먹히는 형벌을 받았다. 인간이 불을 얻게 된 신화이지만 제우스가 우리 인간을 ‘구원’하여 준 셈이다. 인간은 불을 사용하면서 지능이 발전하고 문명의 꽃을 피웠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을 비롯한 연구팀은 2012년 현대 인류의 조상이 100만여년 전부터 불을 사용한 흔적을 남아프리카의 동굴에서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호모 에렉투스는 최초로 불을 다룬 인류의 조상이다. 익힌 음식을 먹으면서 소화가 잘 되어 장이 작아져 허리가 잘록해지고 에너지를 덜 쓰게 되자, 남은 에너지가 뇌에 쓰여 뇌가 발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21년 연구는 더 이른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칼라하리 사막의 남쪽 노던케이프 주에 있는 한 동굴(Wonderwerk Cave)이 인간이 최초로 거주했던 실내 공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곳에서 약 180만 년 전 인류가 사용하던 도구와 생활 흔적이 발견됐다. 의도적으로 불을 사용한 시기를 100만 년 더 이전인 18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했다. 동굴 안에서의 불을 사용한 흔적은 증거이다. 이 동굴에는 불에 탄 뼈와 퇴적물, 도구 그리고 잿더미 등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이스라엘 요르단 강 근처의 약 79만 년 물고기 화석을 분석해 보니 불로 생선을 구워 먹은 것이었다. 네안데르탈인이나 호모사피엔스가 17만 년 전 처음으로 불을 사용한 요리를 시작했다는 기존 가설이 뒤집힌 것이다.
유럽은 아프리카나 중동에 비해 불 사용 시기가 훨씬 늦었다. 약 20만 년 전에 유럽에서 불을 사용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훨씬 더 일찍 불을 발견해 사용했다는 새로운 연구가 나왔다.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적어도 5만 년 일찍 불을 만들고 조절하고 있었다. 적어도 25만 년 전에 요리, 난방, 방어와 같은 활동을 위해 불을 사용했다.
하지만 인간이 불을 제대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약 40만 년 전으로 보인다. 영국 서퍽 주 반햄(Barnham) 유적지에서 약 41만 5000년 전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황철석과 부싯돌 손도끼, 불에 가열된 퇴적물을 발견했다. 황철석이 유적지(Barnham)에서 구하기 힘든 광물인데, 부싯돌과 불에 그을린 흔적이 함께 발견된 것은 사람이 불을 피우려는 의도가 보인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5-09855-6
2017년 연구실에서 만났던 이규철 교수(서울대 물리학)의 의견이다.
제 전공과 관련된 분야는 아니지만 인류의 역사 상 가장 중요한 시점은 불을 사용하게 된 때라 봅니다. 또한 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로 구분하는 인류사가 사용하는 도구의 재료를 구분하면서 나뉘지만 더 우수한 재료를 사용하게 된 것은 불의 온도를 다루면서 가능하게 된 것이므로 불의 사용은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봅니다.
세상은 에너지와 물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에너지는 그 형태가 변화합니다. 이를 에너지 변환이라 합니다. 인류 문명의 탄생은 불이라는 일종의 에너지 변환(불은 분자 간 결합된 화학에너지를 열과 빛의 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 변환)을 인간이 다루면서 시작되었고, 추후 불을 어떻게 잘 다루느냐가 신석기, 청동기, 철기로 이어지는 인류 문명의 발전을 가져 왔고, 또 다른 에너지 변환 장치는 증기기관 (열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변환)의 산업혁명을 가져왔고, 이어서 전자기 유도 현상(전기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을 이용한 발전기, 모터의 발명으로 전기를 다루는 시대에 살게 되었으며, 핵에너지의 활용으로 2차 세계대전을 미국의 승리로 종식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인류의 문명은 에너지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규철 드림 201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