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새 없이 죽음으로 흐르는 강



수명이 80살이라면 평생 25억 초 또는 70만 시간을 살아가는 ‘시간’ 여행자이다. 1년은 3153만 초이다. 앞으로 30년을 더 산다면 약 10억 초이다. 삶은 1초씩 줄어들면서 10억 초가 흐르는 타이머이다. 마지막에 알람이 울리면 죽음을 맞는다. 태어나면서 시간의 배에 올라타면 시계는 멈춤이 없이 똑딱똑딱 끊임없이 흘러가고 죽을 때 배에서 내린다. 한 줌의 흙이 되어 묻힐 때까지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쉴 새 없이 흐르는 강은 단 한 번도 같은 강이었던 적은 없다. ‘나’ 자신도 흐르는 강물처럼 단 한 번도 ‘같은’ 나였던 적은 없다. 세포들로 이루어진 우리 몸은 멈추지 않고 흐르는 강물이다. 우리 몸의 세포는 끊임없이 죽어 사라지고 새로운 세포가 탄생한다. 자신이 죽음에 이르면 마지막으로 남은 세포들도 죽어간다. 죽음에 가까울수록 세포의 죽는 속도도 가속화된다.


세포들은 주기적으로 세포분열을 통해 DNA를 복제한다. 통계적으로 고양이는 8번, 말은 20번, 인간은 60번 정도 세포분열을 할 수 있다. 더 이상 분열되지 않으면 세포는 노화하고 우리는 결국 죽음에 이른다. 세포 끝 부분인 텔로미어(telomere)는 복제되지 않는다. 분열 때마다 점차 짧아진다.


죽음에 이르면 뇌 세포도 기능을 상실해 간다. 치매와 루게릭병을 앓는 사람도 뇌의 죽음과 비슷하다. 뇌 세포 뉴런과 이들의 연결이 사라지고 의식도 사라진다. 한번 고장 나면 돌이킬 수 없고 결국 죽음에 이른다. 살아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삶을 살아간다. 천천히 죽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것은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결국 심장은 뛰지만 뇌는 기능하지 않는 뇌사자에 이른다. 사람이 죽음에 이르는 마지막 순간까지 신체에서 유지되는 부분은 청각일 가능성이 있다. 호스피스 환자의 경우 의식이 있거나 없거나 관계없이 들었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 변화가 일반인과 매우 비슷하다. 사람은 죽기 직전 몇 시간 동안 의식이 없더라도 들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죽기 직전 지난 삶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고 한다. 그것은 아마도 뇌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도 모른다. 사람은 숨지는 순간을 전후해 뇌파가 약 30초 동안 무언가에 집중하거나, 꿈을 꾸거나 기억을 떠올리는 것과 같은 패턴을 보인다. 인생에서 경험한 기억의 마지막 회상일 수 있으며, 죽기 전 마지막 몇 초 동안 뇌를 통해 재생되는 것일 수 있다.


우리는 긴 삶의 길 위에서 매일 ‘죽음’에 다가간다. 죽음은 끊임없이 진행되는 과정이며 결국 심장이 멈추고 호흡이 중단되면 세포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생명으로서의 기능은 소멸된다. 세포 사멸로 장기들의 기능이 완전히 멈춘 상태가 완전한 죽음이다. 세포가 원래 기능하던 상태로 다시 돌아가지 못할 때 이를 세포의 죽음이라고 정의한다. 세포 내에 존재하는 효소들은 외부 물질과 결합해 세포에 변화가 생기도록 반응을 끌어낸다. 어떤 생화학적 방법을 가하더라도 효소의 활동이 조절되지 않을 때 세포의 죽음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죽음은 직선적이지 않다. 임계점을 넘어서면 몸은 한순간에 꺾인다.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몸은 순식간에 변한다. 이쪽은 생, 저쪽은 사. 마지막 바이털이 끊어지는 순간까지도 그랬다.”(김범석『죽음은 직선이 아니다』제1장 혼돈의 한복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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