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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Jun 29. 2021

백악기와 공룡 온혈동물 냉혈동물 논쟁


백악기(Cretaceous period, 약 1억 3500만 년 전~6500만 년 전)는 약 1억 년 전경의 시기이다. 백악기 말에는 중생대 마지막 바다 파충류 모사사우루스(Mosasaurus)가 살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는 널리 알려졌듯이 공룡과 대형 파충류들이 살던 시기였다. 그러나 중생대의 바다를 지배했던 파충류들은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떨어진 운석에 의해 모두 멸종된 것으로 보이고, 신생대가 시작되었다. 대멸종이 있기 전에는 공룡 등만 살았던 것은 아니다. 수많은 동물과 침엽수와 꽃 피는 식물들도 나타났다. 지금이나 수억 년이나 생명계는 다양한 동식물로 구성되었었다.


공룡은 변온동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많은 공룡이 깃털을 갖고 있었다는 연구가 계속 발표되었다. 파충류처럼 체온이 낮았다면 돌아다니며 활동을 많이 할 수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2015년 공룡이 온혈동물일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공룡 알 화석을 분석한 결과 7~8천만 년 전 살았던 공룡의 체온이 30여도 정도였다. 알 화석이 발견된 둥지 근처의 화석화된 흙을 분석한 결과 당시 기온이 26.3도였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공룡이 온혈동물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공룡은 육지뿐만 아니라 물에서도 살았다. 중생대 백악기 중기에 살았던 육식공룡 스피노사우루스(Spinosaurus)가 악어처럼 수영을 하며 물속에 사는 동물들을 잡아먹는 수생공룡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악어 같이 물에 살았다면 이들이 변온동물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공룡이 새처럼 알을 품어 돌봤는지 아니면 악어처럼 알을 낳아놓고 곁에서 지켰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던 중 7000만 년 전 중국과 몽골 등에서 살았던 초식성 공룡인 오비랍토르가 부화 직전의 알을 품은 상태로 보존된 화석이 처음 발견됐다. 이번 발견은 공룡이 새처럼 알을 품어 돌봤음을 보여준다. 알 속 태아가 거의 다 자란 상태이고 어미와 거의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어미가 오랫동안 알을 돌보다 알을 품은 상태에서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까지 공룡이 알둥지 위에 앉은 상태로 발견된 사례가 몇 번 있었지만 알에서 태아까지 발견된 적은 없었다. 또 알마다 크기와 발달 단계가 달랐다. 알에서 새끼가 일제히 깨어나는 것이 아니라 시차를 두고 깨어났음을 보여준다. 이는 현생 조류와 비슷하다. 이런 순차적 부화는 처음 태어난 새끼를 잃을 때 대비한 보험용이거나 육아 부담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이러한 부화방식은 공룡과 현생 조류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했음을 가리킨다. 조류처럼 알을 품었다면 온혈동물의 증거로 볼 수도 있다.


2021년에는 미국 알래스카 북부에서 육식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와 초식공룡인 케라톱스를 비롯해 최소 7종의 새끼 공룡 뼈가 발견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공룡이 저위도 지방뿐만 아니라 북극에서도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며 새끼를 낳고 살았을 것이란 최근 학설을 지지하는 발견이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공룡이 양서류나 파충류처럼 외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냉혈동물이었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 냉혈동물은 외부 온도가 떨어지면 활동이 불가능해지고 동면이나 휴면 상태에 빠지게 돼 추운 북부지역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공룡 뼈의 일부는 알에서 막 부화한 상태로, 또 다른 일부는 알에 들어 있는 상태였는데 이는 공룡이 따뜻한 저위도 지역으로 이동해 알을 낳았다는 기존의 학설과는 반대되는 결과다. 극지에서 공룡 뼈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공룡이 온혈동물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공룡 알은 부화하기까지 보통 3~6개월 걸리는데 봄에 알을 낳고 새끼가 태어나도 겨울이 오기 전까지 위도가 낮은 따뜻한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다. 공룡이 북극에서 알을 낳았다는 것은 계절에 따라 옮겨 다니지 않고 둥지를 틀고 계속 머물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https://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21)00739-9?utm_source=EA#%20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오류가 있어 보인다. 공룡이 살던 중생대말에는 지구의 자전 속도는 30분~1시간 짧았다. 중생대 백악기 후기 생존했던 조개류 화석을 분석한 결과이다. 조개류의 껍질에도 나무처럼 나이테가 새겨진다. 계절변화와 하루, 한 달, 1년의 변화에 따라 자라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만들어진다. 껍질 화석의 화학적 분석을 한 결과 백악기 후기 바닷물 온도가 여름에는 40도에 이르고 겨울에도 30도를 넘은 것으로 추정했다. 다시 말해 당시 지구기온은 지금보다 훨씬 따뜻했다. 따라서 북극이나 남극이 추웠다는 전제로 분석하는 것을 잘못된 접근이다.


바닷물 온도가 이렇게 높아서 그랬는지 당시 남극의 날씨는 지금의 뉴질랜드와 비슷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1억4천만년의 지구 역사 기간 중에는 가장 따뜻했던 시기다. 해수면은 지금보다 170m가량 높았다. 아마도 전 지구가 열대성 기후로 아마존 같은 숲을 이루었는지도 모른다. 2017년 남극 빙하 인근 해저에 시추공을 박아 뽑아 올린 퇴적물에서 숲 토양층을 발견했다. 이것들은 나무뿌리와 꽃가루, 포자, 현화 식물 잔해임이 확인했다. 약 9천만 년 전 공룡시대의 온대 강우림 흔적이다. 당시 무성했던 나무의 뿌리와 포자, 꽃가루 등이 화석으로 확인된 것이다. 2020년 연구결과 당시에는 습지가 많고 침엽수와 양치식물 등이 빽빽이 들어선 고대 온대 강우림으로 현재의 뉴질랜드 숲과 비슷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기온은 약 12도로 호주 남부 태즈메이니아의 주도 호바트와 유사했을 것으로 보인다. 여름 평균기온은 19도, 강과 습지의 수온은 20도까지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기후는 남극 대륙의 식생 밀도가 높고 얼음으로 덮인 곳이 없을 때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남극의 온대 강우림이 신생대 제3기 중반 무렵인 올리고세(3천800만~2천500만 년 전)까지 지속했으며, 일부는 1천만 년 전까지도 남아있었을 수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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