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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Jun 28. 2021

30여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기원논쟁


기원전 50만 년 전쯤부터 고인류의 뇌가 급격하게 커지기 시작했다. 인간이 신석기 농업혁명을 시작한 것이 만년밖에 되지 않았으니 그 보다도 50배 이상 먼 과거의 일이다. 고인류는 지금은 생존하지 않는 멸종된 호모 종을 말한다. 뇌가 커지면서 고인류의 지적능력과 언어능력이 개발되었겠지만 우리는 이들의 생활방식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은 없다. 이들이 남긴 것은 유골 밖에 없고 그나마도 드물기 때문이다.


이러한 후기 고인류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호모 네안데르탈인이다.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은 찰스 다윈의『종의 기원』이 1859년 출간되기 3년 전 발견됐다. 네안데르탈인 또는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Homo neanderthalensis)는 1856년 독일 네안데르(Neander) 계곡에서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으로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 가까운 종이지만 멸종되었다. 네안데르탈인은 유럽, 서아시아, 중근동, 중앙아시아, 시베리아, 북부 아프리카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아직 화석이 발견되지는 않았고 극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발견된 화석들은 네안데르탈인으로 보이지 않는다. 네안데르탈인은 우리 인간의 직계 조상은 아니지만 우리 인간의 유전자 안에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일부 포함되어 있다. 우리의 유전자는 일부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온 것이다. 아마도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와 성적인 교류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생 인류보다 키는 작았지만 더 큰 뇌와 다부진 체구를 지녔던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에렉투스의 후손으로 35만 년 전 유럽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네안데르탈인은 35만 년 전 유럽에 처음 나타났고 2만 4000년 전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안데르탈인 중의 일부가 추위를 피해 남하하면서 약 7만 년 전 레반트 지역으로 이주하였다. 그러나 반대로 네안데르탈인이 레반트에서 기원하였고 유럽으로 이주했다는 주장이 2021년 제기되었다.


이스라엘에서 현생 인류의 조상과 10만 년 이상 공존한 새로운 사람 속 화석인류가 2010년 발견되었고 이를 분석한 연구결과에서 그런 주장이 제기되었다. 14만~12만 년 전 고대 인류의 화석이다. 화석에 유전물질이 남아있지 않아 유전자 분석까지 진행하지는 못했다. 이 화석의 두개골 조각과 아래턱뼈 등의 화석을 다른 사람속의 화석 수백 개와 비교 연구한 끝에 ‘네쉐르 라믈라 호모’(Nesher Ramla Homo)라는 이름을 붙였다. 독특한 이빨 형태를 근거로 16만 년 전 타분 동굴, 25만 년 전 주티예 동굴, 40만 년 전 케셈 동굴 등 이스라엘 주변에서 발굴된 고대 인류 화석들이 같은 네쉐르 라믈라 호모에 속하는 것으로 제시했다. 이들은 약 40만 년 전부터 10만 년 전까지 이 지역에서 거주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때 중동지역에서 아주 우세했던 그룹의 마지막 생존자 중 일부였을 수 있다. 이빨과 아래턱은 네안데르탈인과 유사하고 두개골은 고대 인류의 특성을 보였다. 이는 네안데르탈인의 선조 중 적어도 일부는 지금의 지중해 동부 연안인 레반트 지역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네쉐르 라믈라는 약 47만 4000년 전부터 약 13만 년 전까지 이 지역에서 살면서 유럽과 아시아로 퍼져나갔고 유럽의 네안데르탈인이 실제로는 레반트지역에서 이주해 갔다는 주장이다. 유럽 네안데르탈인 조상이 이르면 40만 년 전 레반트에 거주했고 유럽 혹은 아시아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현생인류의 조상이 약 20만 년 전에 북아프리카와 유라시아의 교차점인 레반트 지역에 도착해 적어도 10만년 이상 네쉐르 라믈라와 공존하며 문화적, 유전적 상호작용을 한 것으로 보았다. 이스라엘은 미슬리야 동굴에서 20만 년 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호모 사피엔스의 화석이 발견된 곳이다. 레반트 지역에 두 가지 유형의 호모 그룹이 함께 살면서 지식과 도구 기술을 공유한 것으로 추정했다. 네쉐르 라믈라의 존재는 현생 인류가 유럽에 도착하기도 전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에 현생인류의 피가 섞이게 된 경위를 설명해준다. 그러나 네쉐르 라믈라를 네안데르탈인에 결부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72/6549/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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