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은 선천적일까 후천적일까



사람 수명과 관련된 유전자를 찾는 연구가 이어졌지만 질병이나 환경, 생활 방식 같은 외부 요인의 영향이 커서 유전자의 영향만 따로 계산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수명에서 유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인지에 대한 연구 결과들도 제각각이었다. 특히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들은 수명에서 유전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율을 10~25%정도로 추정했다. 2016년 연구에 의하면 인간 수명은 약 25%만이 유전자에 기인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건강과 관련된 행위와 환경조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사람이 얼마나 오래 사는지는 주로 질병, 환경, 생활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는 견해가 일반적이었다.


보스턴 대학 토마스 펄스(Thomas Perls) 교수는 백세수명연구(The New England Centenarian Study)를 한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100세를 넘어선 노인들은 세 가지로 분류된다. 40%가 넘는 사람은 80대가 될 때까지 노화 관련 질병이 없다(delayers 유형). 40% 이상의 사람들은 60~70대에 만성 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사망하지 않은 사람이다(survivors 유형), 10%가 넘는 사람만이 건강(escapers) 유형으로 100세가 넘어도 질병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선천적인 요인이 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화와 관련된 잘못된 생각중 하나는 죽음을 연장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100세 이상 사는 사람, 특히 110세 이상 살고 있는 사람들은 유전적 변이를 갖고 있어 노화 관련 질병을 앓지 않는 경우가 있다.


2025년「네이처」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유전요인보다 환경요인이 훨씬 강력하다. 주요 질병으로 인한 조기 사망위험의 17%는 환경적 요인, 유전적 요인은 2% 미만이었다. 환경요인 중 흡연, 사회경제적 지위, 신체활동 및 생활조건이 사망률과 생물학적 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흡연은 21가지 질병, 가구소득과 주택소유, 고용상태 같은 사회경제적 요인은 19가지 질병, 신체활동 부족은 17가지 질병과 관련이 있다. 또 생활환경 노출은 폐, 심장, 간 질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반면 유전적 요인은 치매와 유방암, 난소암, 전립선암 등의 위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환경의 영향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 10세 때의 고도 비만이나 저체중, 출생 전후의 산모 흡연 등 생애 초기에 노출되는 요인들은 30~80년 후 노화와 조기 사망위험에 영향을 미친다. 중대한 질병을 유발하는 환경적 위험요인 중 23가지가 관리가 가능하다. 고용여부, 신체활동 수준, 수면시간, 흡연, 배우자의 존재 여부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배우자와 함께 사는 것, 고용 상태, 경제적 안정이 사망위험을 낮추고 수명을 연장하는 데 가장 큰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2026년「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는 다르다. 이 연구는 과거 연구를 종합하여 재분석한 것이다. 수명에서 유전적 요인이 최대 55%까지 영향을 미친다. 유전자가 인간 노화의 핵심 요인이며 사람 수명도 다른 동물 종과 비슷한 수준에서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실험실에서 교배된 야생 생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나온 수명유전율 38~55%와 비슷하다. 대부분의 사람 생리적 특성의 평균 유전율인 49%와도 유사하다. 이것은 여러 증거로 확인된다. 장수하는 친척이 있는 사람은 오래 산다. 또 일란성 쌍둥이는 이란성 쌍둥이보다 수명이 비슷하다. 주요 질병에서는 유전적 영향이 다르다. 심혈관 질환과 치매는 암보다 유전성이 더 높다. 암이 다른 만성 질환보다 외부 요인이나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우연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유전율은 특정 집단, 특정 환경, 특정 시점에 적용되는 통계수치이며 고정된 값이 아니다. 서로 다른 코호트, 시간대, 환경을 조사한 연구들이 서로 다른 수명 유전율이 나온다. 유전적 요인이 55%라면 나머지 45%는 환경적 요인이다. 유전자가 모든 것은 결정하지 않는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z1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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