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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7~14만 년 전 빙하기 인류 멸종 위기?

과거 14만 년 전경과 7만 년 전경은 빙하기였다. 빙하기에는 북극해의 대부분이 바다에 떠 있는 얼음덩어리(빙붕, ice shelf)으로 덮여 있었다고 생각된다. 북극해와 인접한 북유럽해가 대부분 민물이었고 두껍고 거대한 얼음으로 덮여 있었던 증거가 2021년 발견되었다. 바닷물이 있으면 발견되는 방사성 원소가 북극해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방사성 원소 토륨(thorium) 230은 바닷물에서 우라늄이 붕괴될 때 만들어지는 원소이다. 토륨 230은 해양 퇴적물에 축적된다. 그렇지만 토륨-230은 북극해와 북유럽해서 발견되지 않는다. 바닷물이 없었다는 의미이다. 수마트라 섬 화산폭발로 시작된 7만~6만2000년 전 빙하기와 그 이전 15만~13만1000년 전경의 빙하기에 거대한 얼음덩어리들이 북극해와 북유럽 해를 둘러쌓아 막아 이곳에 담수로 채운 것으로 보인다. 담수가 존재했을 때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북유럽 해까지 확장되어 대서양의 바닷물이가 유입되는 것을 막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두 번의 빙하기 동안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생기면서 바닷물이 아닌 민물이 채워졌었다는 증거를 찾은 것이다. 빙붕의 증거는 북극 해양 퇴적물 중심부에서 찾을 수 있는데 퇴적물 중심부의 샘플을 확보하고 특성을 분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그동안 증거를 찾지 못했었다.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하여 살아가던 기원전 13만5천 년~9만 년경에 아프리카대륙은 빙하기 이후 건조화로 인하여 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화석에서 채취한 DNA를 분석해보면 당시의 인구수에 심각한 병목현상이 나타났음을 알 수 있는데, 학자들은 그 무렵의 인구가 2천 명 내외까지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뭄이 끝난 후 인구는 원래의 수준을 회복했고, 인류는 약 40개 집단을 이루어 아프리카 전역으로 흩어졌다. 또 다른 유전적 증거에 의하면 마지막 빙하기의 시작점인 10만 년 전에는 인간의 숫자가 아마도 1만 명 정도로 위험스럽게 작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2천 명이던 1만 명이던 가뭄이 더 심했다면 우리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우리 인간이 지금 이렇게 문명을 이루고 아등바등 살아가게 되는 과정은 험난했고 필연인지는 모르지만 ‘우연’의 연속 이었다.


기원전 10만 년경 빙하기 이후 극심한 가뭄으로 인간이 멸종위기를 넘긴 후 2만여 년이 지나, 이번에는 화산폭발로 인류는 다시 멸종위기에 처했다. 초대형 화산이 폭발한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마지막에 있었던 초대형 화산의 폭발은 기원전 7만 년경에 터졌던 수마트라 북부의 토바 산에서였다. 토바 산의 폭발이후로 6년 동안 ‘화산 겨울’이 계속되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 폭발로 인류는 멸종 직전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전 세계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수는 수천 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결국 현대의 인류는 극히 적은 수의 집단에서 비롯되었고, 인간이 유전학적 다양성을 갖추지 못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어째든 그로부터 2만 년 동안 지구의 인구가 수천 명을 넘지 못했다는 증거도 있다. 인류가 오랫동안 복잡한 진화의 과정을 거쳐 왔지만 실질적으로 우리의 조상은 아주 제한적인 수의 사람들이었다. 오늘날 현대 인류의 유전자의 다양성이 적은 것도 그 이유이다.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참으로 궁금하다.


수마트라 토바 화산폭발에 대한 인류학자들의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 2009년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학교 인류학자 스탠리 앰브로즈 교수 등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토바 화산 폭발 직후 최소한 1천 년간 열대기후가 매우 건조해지면서 숲이 대부분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7만 년 내지 4만 년 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화산 폭발로 혹독한 빙하기를 초래했고 호모 종도 멸종의 위기를 겪었다. 2018년에는 미국 네바다라스베가스대학 유진 스미스(Eugene Smith) 교수팀은 남아프리카 해안가에서 토바 화산의 흔적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화산 폭발지점에서 약 9000km 떨어진 것으로 토바 화산 폭발이 인류 생존에 중대한 위기를 몰고 왔다는 유력한 증거이다. 화산 폭발로 400㎦의 재가 분출돼 몇 년간 하늘을 뒤덮었으며 지구 기온은 최고 15℃나 떨어져 이후 1천8백 년 동안 빙하기가 지속되었다. 화산 폭발과 이어진 빙하기로 10만~5만 년 전 일어난 인류 개체수의 병목현상과 인간의 유전적 다양성 부족은 당시 인류가 거의 멸종할 위험에 닥쳤음을 알려준다. 인류는 수만 여 년 전 아슬아슬하게 멸종을 모면했지만 일부 학자들은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밑에서 화산활동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미뤄 언젠가는 슈퍼화산이 폭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또 다른 멸종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우리가 있기까지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토바 화산은 세인트헬렌스 화산 폭발의 5천배에 달하는 규모로, 과거 200만년 사이 가장 큰 화산 폭발이다. 이 화산 폭발로 아시아에 거주하던 사람 족(Hominin)이 멸절하고 현생인류도 멸종 위기로 내모는 대재앙을 가져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 뒤 아프리카에서 살아남은 적은 수의 현생 인류가 6만 년 전 인도양 해안선을 따라 신속하게 아시아로 팽창해 인구가 늘어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토바 화산 폭발이 알려진 것만큼 재앙은 아니었으며, 선사 인류가 큰 변화 없이 생활을 이어갔다는 새로운 주장이 나왔다. 이로 인해 토바 화산 대 분출이 기후와 환경에 미친 충격과 인류가 아프리카 밖으로 빠져나온 시기를 놓고 고고학자와 유전학자 및 지구과학자들 사이에서 큰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도 북부의 다바(Dhaba) 유적지에서 발굴된 석기를 증거로 제시하였다. 이 유적지에 8만 년 간 쌓인 퇴적층에서 찾아낸 석기 제작방식을 분석한 결과, 약 7만4천 년 전 전후로 중기 구석기시대의 석기를 사용하던 무리가 토바 화산 대폭발로 지구 환경이 바뀐 시기에도 이 지역에 계속 거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에서는 1980년대에 토바 화산 폭발로 인한 화산재가 발견되었다. 이러한 도구가 토바 화산 폭발 당시 사라지지 않았고 폭발 직후 극적으로 변화했다는 사실은 인류가 살아남았으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도구들을 계속 창출해 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토바 화산 대폭발 뒤에 호모사피엔스가 사용하던 것과 비슷한 도구가 사라지거나 극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이 무리가 대재앙을 극복하고 계속해서 석기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토바 화산 폭발과 관련해 반박이 이어지면서 화산 폭발이 햇볕을 가려 빙하기로 이어지는 화산 겨울(volcanic winter)을 초래할 수준은 아니었다는 쪽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토바 화산 대폭발이 거대한 사건이기는 하지만 기후학자나 지구과학자 가운데 ‘화산재 겨울’ 시나리오를 계속 고집하는 학자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지구 냉각이 더욱 조용히 진행됐고, 토바 화산 폭발은 실제로 빙하기를 촉발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근 아시아에서 실시된 고고학적 발굴 증거는 인류 족 집단이 토바 화산 대폭발로 멸종됐다는 이론을 지지하지 않는다. 고고학적 증거들은 인류가 화산 폭발에서 살아남아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7만여 년 전 이 지역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현대인의 유전자 풀(gene pool)에 그 유전자를 남기지 못하였다. 이는 그 뒤 수천 년 동안 이들의 장기 생존을 가로막는 일련의 도전들이 있었음을 함축한다.


2021년에도 같은 연구결과가 나왔다. 토바 화산 폭발 규모와 화산재 도달 고도 그리고 당시 기후 상태 등 다양한 조건을 토대로 42차례에 걸쳐 지구 기후 모형 시뮬레이션을 분석했다. 그 결과, 토바 화산의 폭발로 인한 기후 변화는 지역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모형의 매개변수에 따라 북반구의 기온은 4도까지 떨어졌고 국지적으로는 10도까지 떨어진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아프리카 남부나 인도 등 남반부에서는 화산 폭발로 인한 황 배출로 강수량이 줄어들긴 했지만 기온이 4도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이는 토바 화산 폭발이 아프리카에서 태동한 초기 인류의 발달에 미미한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를 뒷받침한다. 현생 인류는 대부분 온화한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었으므로 화산 폭발이 일어났을 때 가장 심한 기온 저하를 겪더라도 그렇게 추운 날은 많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https://www.pnas.org/content/118/29/e2013046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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