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여 년 전 새의 조상 등장 1억 년 전 조류로 진화
공룡과 새의 중간 고리 공룡(alvarezsaurs)은 약 1억6천만 년 전 쥐라기 말기부터 7천만 년 전 백악기 말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서식했다. 날렵하게 두 다리를 가지고 걸어 다니며 도마뱀이나 초기 포유류, 새끼 공룡 등을 잡아먹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화석으로 드러난 몸집은 약 5~70㎏ 정도이다. 이 중에는 어린 공룡의 화석도 포함돼 있어 성체의 몸집은 평균 30~40㎏ 정도로 칠면조에서 타조 크기를 유지하였다.
공룡으로부터 진화한 새(시조새)는 쥐라기에 처음 나타났다. 수각류(獸脚類) 공룡은 약 2억 3000만 년 전경에 출현해 약 6~7000만 년 전경에 사라지고 일부가 살아남아 새로 진화하였다. 새로 진화한 것은 약 1억 5000만 년 전 전후로 추정된다. 가장 오래된 새의 조상을 아르카이오프테릭스(Archaeopteryx: 고대의 날개) 즉 ‘시조새’라 부른다. 시조새로 추정되는 생물의 뼈가 처음 발견된 때는 1861년이다. 1990년대 초에 발견되고 가장 오래된 것인 8번째 시조새 추정 화석이 공룡과 구분되는 온전한 시조새임이 확인되었고 ‘아르카이오프테릭스 알베르스도어페리(Archaeopteryx albersdoerferi)’라는 종명이 주어졌다. 특히 그 뼈들이 얇은 공기로 채워져 비행능력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새의 조상인 원시 공룡은 보온과 짝짓기를 위해 깃털이 있었다. 날 수 있었을 것으로 알려져 있던 1억6000만 년 전 원시 깃털 공룡(Anchiornis)은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깃털 공룡의 깃털은 하늘을 나는 새로 진화 중인 중간 단계였다. 나는 새와 날지 못하는 새의 깃털은 형태뿐만 아니라 성분도 차이가 있다. 나는 새의 깃털은 더 가볍고 유연하고 탄력이 있는데 깃털을 구성하는 단백질 성분인 케라틴 중 α-케라틴이 적고 β-케라틴이 많으며 변형도 일어났다. 오늘날의 새는 α-케라틴은 거의 없고 대부분 β-케라틴만 있다. 그런데 원시 깃털 공룡인 안치오르니스의 깃털에는 시조새보다도 훨씬 많은 α-케라틴이 검출됐다. 반면 1억3000만 년 전 살았던 날지 않는 깃털 공룡인 슈부이아(Shuvuuia)의 깃털은 α-케라틴이 부족하고 β-케라틴이 풍부했지만 β-케라틴의 변형은 일어나지 않았다.
약 1억 5천만 년 전에 살았던 시조새(Archaeopteryx)는 깃털이 있지만 뼈는 공룡과 매우 닮았다. 시조새는 몸집이 작은 공룡으로부터 진화했다고 추정한다. 그동안 중국 북부 랴오닝 성의 제홀 생물군(Jehol Biota)에서 백악기에 살았던 새의 화석들이 발견됐다. 그러나 이 화석은 중국의 특정 지역에서만 발견되고 평면 형태로 석판 등에 각인된 모습으로 보존돼 쥐라기에 이어 백악기에 시조새들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연구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일본에서 1억 2000만 년 전에 살았던 새의 화석이 발견되었다. 이 새는 시조새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진화가 어느 정도 진전된 단계임을 보여준다. 시조새의 모습을 완전히 탈피한 것은 아니어서 시조새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지금의 닭과 비슷한 모습이고, 시조새보다는 지금 살고 있는 새들과 많이 닮아 있었다. 백악기에 살았던 새들이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1860년 독일에서 처음으로 1억5천만 년 전 깃털 화석이 발견됐다. 이 깃털 화석은 처음 발견되었을 때 인근에서 먼저 발굴된 시조새의 깃털로 추정됐다. 하지만 공룡에게서 나왔다는 반박으로 논쟁이 150년 동안 이어졌다. 2020년 이 깃털 화석은 시조새(Archaeopteryx)의 날개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 확실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깃털 화석을 오늘날의 조류와 함께 시조새 화석 13구와 비교했더니 길이나 폭, 곡면 형태가 시조새 화석의 첫째날개덮깃 부분과 같았다. 첫째날개덮깃은 첫째날개깃을 덮은 짧은 깃털로, 체온을 유지하고 공기가 날개 위로 미끄러지게 한다. 이 깃털 화석은 발굴지 인근에서 나중에 새로 발굴된 시조새 화석에서 나왔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깃털 화석에서는 멜라노좀 색소 분자가 수천 개 발견됐다. 색소로 볼 때 깃털은 광택이 없는 검은색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조새의 나머지 깃털의 색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이번 연구로 깃털 화석이 시조새에게서 나왔다는 증거를 확보했지만 다른 새나 다른 공룡이 떨어뜨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공룡과 새의 중간 고리 공룡(alvarezsaurs)은 약 9천500만 년 전 약 5㎏으로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공룡과 새의 중간 공룡은 개미 같은 곤충을 잡아먹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발톱을 하나만 가진 화석(mononykus)이 발견되면서 처음 제시됐다. 연구에 의하면 육식공룡인 수각류와 새의 중간 고리 공룡(alvarezsaurs)이 개미를 잡아먹으면서 칠면조나 타조에서 닭 크기로 몸집이 작아졌다. 공룡이 하늘을 날기 위해 몸집이 작게 진화한 사례는 밝혀진 적이 있지만 먹이가 바뀌면서 덩치가 작아진 과정이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몸집이 급격하게 작아지면서 앞발의 발톱도 하나만 남아 흰개미 집에 구멍을 뚫는데 유리하게 바뀐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변화가 일어난 백악기에는 공룡 간 먹이경쟁이 심화하고, 꽃식물이 점차 확산하며 개미를 비롯한 새로운 곤충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시기에는 식물이 다양해지면서 오늘날과 비슷한 숲이 조성되고, 식물의 잎과 꽃, 꿀을 먹고 사는 곤충이 늘어나는 ‘백악기 육지 혁명’이 일어났다. 이들의 조상은 작은 타조 크기로 날카로운 이빨과 큰 눈, 유연한 앞발을 가져 잡식성 공룡으로 처음부터 작지도 않고 개미를 먹이로 삼았던 것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공룡의 몸집이 작아진 것은 날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동물 고기에서 개미로 완전히 새롭게 바뀐 먹이를 수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