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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과 폭력이 아니라 사랑

체벌은 그 의도와는 관계없이 부정적이라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결론이다. 체벌의 실효성과 영향에 대한 국제적 논의는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많은 나라에서 필요한 것으로 여겨졌고 유엔 총회에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이 채택됐지만, 체벌을 금지하는 국가는 4개 뿐 이었다. 그 후 체벌 관련 연구는 아동의 공격성과 체벌 사이의 상관관계가 밝혀졌지만 공격성이 높은 아이가 더 높은 수준의 체벌을 받는 경우가 많은지, 체벌이 높은 공격성을 도출해내는지 인과에 대해서는 불분명했다. 연구를 위해 아동에게 고통을 가하는 일은 연구 윤리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 체벌의 영향에 대한 윤곽이 드러났다. 체벌이 아동의 공격성과 문제 행동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나아가 청소년기와 성년기의 정신건강, 부모와의 관계, 뇌 과학, 학업 성취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연구가 이뤄졌다. 일부에서는 체벌과 부정적 영향이 관계없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점차 부정적 효과에 대한 연구가 누적됐다. 2021년 체벌의 영향에 대해 분석한 69개 논문을 분석한 리뷰 논문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체벌이 아이들에게 좋다는 증거는 없다. 모든 증거는 신체적 처벌이 아동의 발달과 복지에 해롭다. 오히려 문제 행동의 증가, 시간이 지나며 긍정적 효과와 관계가 낮아짐, 심각한 폭력이나 방치를 겪을 위험 증가 등이 나타났다. 이러한 체벌의 악영향이 아동의 성별, 인종, 민족성, 양육자의 전반적 양육 방식과 관계없이 나타났고, 체벌이 더 자주 사용될수록 부정적 영향이 커진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이제 비폭력적이고 효과적인 양육법을 배울 수 있도록 부모 교육을 강조하는 흐름도 형성됐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부모의 자녀 체벌은 법적으로 허용되었었다. 1958년부터「민법」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조항은 2021년 1월 삭제됐다. 체벌은 2021년 1월부터 한국의 법체계에서 사라졌다. 징계권 규정이 아동학대 가해자의 항변사유로 이용되는 등 학대를 정당화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고, 아동의 권리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개정이 이뤄졌다.


인간은 연약한 존재이다. 인간의 뇌는 더 연약하다. 어린 시절에 감정적, 언어적 폭력을 당하면 물리적 폭력보다 뇌는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더 나아가 어린 시절 정신적 상처가 트라우마로 남는다. 유아기 때 스트레스를 받으면 두뇌발달도 떨어지고 학습능력도 뒤떨어진다. 2~4세 때 육체적 학대를 당했던 아이들의 뇌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감정조절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덜 발달된다.


어린 시절 받은 학대는 DNA에 그대로 각인돼 다음 세대로 유전될 가능성도 있다. 학대로 인해 특이하게 변형된 DNA는 자손들에게 영향을 미쳐 각종 정신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학대를 가하는 많은 부모가 학대받고 자란 아이였다. 자녀를 학대한 부모 중 30~50%는 어릴 때 부모로부터 학대받거나 가정불화 환경에서 자랐다는 통계이다. 학대의 대물림은 가정불화와 폭력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부모 간 폭력을 보고 자라기만 해도 가정에서 폭력을 행사할 확률이 3배, 자신의 아이를 학대할 확률이 5배나 더 높다. 이는 인간 역사 내내 이어진 오류였으면 필자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의 오류이다.


우리 인간은 연약한 존재이면서 ‘폭력적인’ 존재이다. 우리에게는 우리도 모르는 폭력성이 진화과정에서 심어졌다. 이점을 잘 알아야 우리는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우리 인간은 완전한 존재로 태어나지 않으며 불완전하고 모순된 존재임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알기 위하여 우리 존재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를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하여야 한다. 아이들이 즐겁게 생활하고 늘 칭찬해 가며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사실을 조금이라도 빨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라고 후회하지만 말고 지금부터라도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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