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미국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가정을 다룬 시트콤(‘Fresh Off the Boat’)이 방영됐다. 전형적인 아시아 엄마를 ‘타이거 맘’으로 그렸다. 호랑이처럼 엄격하게 자녀를 교육시킨다는 의미로 예일 대학교 에이미 추아(Amy Chua) 교수가 처음 쓴 말이다.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전통족인 중국 교육방식으로 한국과 일본에서도 통용된다.
또 다른 교육방식인 헬리콥터 양육은 사사건건 자녀의 일에 참견하고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헬리콥터 부모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것은 하임 기너트(Haim G. Ginott)의 1969년 저서『Between Parent and Child』에서이다. 특별히 완벽주의자가 헬리콥터 양육으로 과잉육아를 할 가능성이 높다. 완벽주의 성향은 자녀에게도 높은 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헬리콥터 양육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과잉육아는 자녀를 응석받이로 기르는 육아와 비현실적 성취 목표, 과잉 불안이 결합된 산물이다. 의도한 목표를 이룰 수도 있지만 자녀를 지나치게 의존적으로 만들거나 정신적 성장을 저해한다. 특히 자녀가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게 만들어 자기 조절능력, 자립심과 자존능력을 떨어뜨린다.
우리나라에는 엄마매니저 또는 돼지엄마라는 용어가 있다. 엄마매니저는 엄마들이 고급 승용차로 아이들은 학원을 태워다주고 유명한 학원 강사들을 찾아내어 계약하고, 일정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 진화하여 ‘돼지엄마’라는 신종 매니저로 활동한다. 자녀입시에 성공했다고 소문난 엄마에게 다른 엄마들의 청탁을 받아 여러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룹 관리형 매니저가 된 것이다. 대학입시가 학교 안의 성취가 중심이 되면서 부모들은 돌연변이를 하여 ‘코디’가 되어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까지 등장했다. 여기서 문제는 청소년들은 진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황금으로 만들어진 새장에서 맛있는 음식만 받아먹어 문제해결능력 즉 환경변화에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진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매니저 엄마나 헬리콥터 맘의 활약은 대단하다. 아이들이 대학에 가서도 학점과 강의 스케줄까지 짜며 스펙까지 만들어주는 눈부신 활약을 보여준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을 끊임없이 ‘캥거루족’으로 길들여간다. 품 안의 자식이라고 했던가? 요즘 '캥거루족'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2021년 조사에 의하면 대학 졸업생 중 50% 이상이 스스로 캥거루족이라고 답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문제해결능력 또는 생존능력이 없이 부모에게 의존하여 산다.
우리나라 명문대에 다니는 대학생들도 입시공부를 할 때 스스로 학원과 사교육을 선택하고 공부한 사람은 20% 되지 않고 부모가 대부분 개입한다고 한다. 물론 헬리콥터 양육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헬리콥터 양육처럼 적극적인 부모를 둔 학생들이 더 학업성적이 좋다는 통계도 있다. 부모가 현명한 방식으로 헬리콥터 교육을 시키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문제는 아이의 자신감과 자존감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뇌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스스로 문제해결을 못하는 아이들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물고기만 보아도 알 수 있다. 2018년 캐나다 온타리아 주의 휴런 호 양식장에서 무지개송어가 폭풍으로 그물이 터지면서 갑자기 호수로 방류되었다. 야생으로 간 무지개송어는 복잡한 자연에 적응해야 한다. 도망치는 먹이도 사냥해야 한다. 자연호수에서 산 지 7달 만에 무지개송어의 뇌 크기가 15%나 커졌다. 뇌가 커진 부위는 후각 망울 등 뇌 앞쪽에서 먹이의 냄새를 맡고 추적할 때 필요한 부분이다. 어류의 뇌 크기도 단기간에 필요로 따라 커지거나 작아지는 유연성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어류를 비롯해 파충류와 일부 포유류도 필요에 따라 두뇌 크기를 줄이거나 키우는 것이 이미 밝혀졌다.
https://www.biorxiv.org/content/10.1101/2021.06.17.448828v1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스스로 자신의 일을 하도록 하지 않으면 인간도 의존적으로 자라게 되고 뇌도 발달하지 않아 커서도 성인으로서의 삶을 스스로 영위하기가 어려워진다. 아이만 그런 것이 아니다.
북미의 연못송어는 계절별로 뇌 크기가 변한다. 찬물을 좋아하는 이 송어는 가을과 겨울 동안 호수 가장자리나 표면에 나와 활발히 사냥하고 봄·여름에는 호수 바닥에 머무는데 가을·겨울에 상대적으로 뇌가 크고, 봄·여름에는 줄어들었다.
사람도 성인이 되어 지적인 활동을 하지 않으면 뇌가 작아지고 치매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헬리콥터 맘’ 유형의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자기애와 자존감이 부족하고 폭음처럼 과도한 행동을 할 확률이 높다. 대학생 438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나온 결과이다. 그래서 자녀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헬리콥터 육아가 가져오는 가장 큰 해악은 스스로 삶을 통제하고 스스로 결정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422명의 아동을 8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결과가 그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2세 무렵 과잉통제 성향의 부모 밑에서 큰 아이는 5세 때 행동 조절 능력이 떨어졌다. 반면 5세 무렵 과잉보호 및 과잉통제를 하지 않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10세가 되었을 때 감정을 통제하고, 사회적 관계를 맺는 능력이 탁월했으며 학교 성적도 더 좋았다. 수많은 연구 결과는 헬리콥터 양육은 자녀의 행복이나 성공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야기한다. 13~32세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연구결과도 있다. 헬리콥터 양육 같이 부모의 과도한 통제를 받고 자란 사람은 교육적인 성취도가 낮았다. 헬리콥터 양육은 자녀 스스로의 발달을 저해하고, 그 결과는 복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연구결과이다. 헬리콥터 육아는 중요한 성장 및 발달 시기에 어린이의 자율성을 개발해야 한다는 핵심 과제를 방해한다. 결국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이 떨어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성적이 평행선을 그리거나 악화되는 것이다. 성인이 돼서도 삶의 주체성이 떨어지고 시키는 일만 잘하고 스스로 개척하거나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스타일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태로 성인이 되면 정말 큰일이다.
그러면 부모가 할 일은 무엇일까. 또 다른 연구를 보자. 미국 내 쌍둥이 750쌍을 대상으로 생후 10개월과 생후 2살 때 지적 능력을 조사한 결과 생후 10개월에서는 부모의 경제력에 관계없이 가정환경이 아이의 지적 능력에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2살이 되자 가난한 가정에서는 환경적 요인이 아이의 지적 능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부유한 가정에서는 유전적 요인이 아이의 지적 능력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가난한 가정의 2살 아이의 경우 지적 능력 차이의 80% 가량이 가정환경으로 설명됐다. 이에 비해 부유한 가정의 2살 아이는 지적 능력 차이의 50% 가량이 유전적 요인으로 설명 가능했다. 부잣집 아이들은 음악 레슨부터 체육 수업, 영어와 수학 과외 등 돈으로 살 수 있는 온갖 종류의 교육적 혜택을 이미 누린다. 따라서 이러한 것들이 자녀의 지적 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부모는 기본적인 지적 환경만 제공하고 자녀에게 너무 신경 쓰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다면 기러기 부부가 되거나 자식을 쫓아다니지 않아야 한다. 부모는 지적인 대화를 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스스로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렇게 권위를 가진 부모의 자녀가 더 교육열이 강하고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부모가 올바른 생활을 하고 지적인 삶을 영위하는 권위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더 건강하고 나은 자신감을 길러준다. 직장에 들어가서도 적응력과 문제 해결 및 독립성을 유도한다. 여기서 권위적이라 함은 일일이 개입하지 않고 부모가 나름대로의 권위를 지키고 올바른 태도와 행위를 한다는 의미이다. 부모에게서 권위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가 제대로 설 수는 없을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잔소리는 무시하고 부모의 행동을 배운다.
우리사회에서 대학입시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그러나 대학입시는 본인이 하겠다는 의지와 분명한 동기를 가지고 1~2년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의지도 동기도 없이 학원으로 밀려다니고 틈만 나면 게임과 스마트폰에 몰입한다면 10년을 해도 최선의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운동과 여행 등으로 자유로움을 아이들에게 주어야 한다. 다양한 책을 읽고, 여행을 다니고, 특별한 경험을 하고, 강렬하고 힘든 도전의 경험을 하여야 감정조절이 가능하고 건강하고 열정을 낳는 것이다. 2004년 19명의 소년과 14명의 소녀를 대상으로 뇌와 지능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 중 한 사람은 어렸을 때는 수학 보충교육을 받아야 할 정도로 힘들게 공부했지만 컴퓨터 공학 박사학위를 지원할 계획을 세운 사람도 있다. 그에게 변화가 온 것은 학교에서 정말로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과목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였다고 회고하였다. 흥미와 동기 그리고 열정이 스스로에게서 나오지 않으면 무엇을 해도 잘할 수가 없다. 그것은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