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를 저자로 올린 사건
교육부가 2017년 12월부터 2년 동안 미성년자를 공저자로 올린 대학교수 논문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 조사를 벌였다. 전국 대학에서 총 794건을 적발했다. 794건 가운데 자신의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등재한 경우는 196건(25%)이다. 598건(75%)은 자녀 이외의 미성년 공저자인데 상당수가 동료 교수의 자녀인 것으로 추정한다. 공저자인 미성년자가 아무런 기여가 없었다고 확인해 연구 부정으로 결론 내린 것은 30건(3.8%)에 불과하고, 실제로 국내 대입에 활용한 것까지 확인한 것은 단 3건(0.4%)에 그쳤다. 나머지 760여 건은 면죄부를 주었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연구 부정으로 판정된 30건은 해당 교수의 진술이나 해당 대학에서 제보가 있었기 때문에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연구 부정 판정이 나더라도 교육공무원법상 징계 시효가 3년이다. 조사 대상 논문은 2007~2017년 논문이라, 연구 부정 판정이 내려지더라도 대부분이 징계 시효를 넘었다. 2007년과 2008년 자신의 논문 3건에 고교생 아들을 공저자로 올린 서울대 의대 교수의 아들은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연세대 생명공학과에 합격했지만, 입학 관련 자료가 보존 기간 4년이 지나 폐기돼 대입 활용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 문제를 제기해온 김우재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는 “제대로 뒤지면 지옥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저자 소속을 기재할 때 고등학교를 기재하지 않고 교신저자 소속(대학)으로 묻어간 경우는 들키지 않으며 교육부 조사는 저널만 있는 웹사이트를 뒤진 거라 해외 학술지를 제대로 뒤지기 시작하면 엄청나게 많은 수가 적발될 것이라고 언급했다(이하 김우재 교수의 주장). 중고생은 논문의 제1저자가 절대 될 수 없다. 제1저자는 논문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고, 논문이 완전히 자기 것이 돼야 한다, 그러나 보통 자연과학이나 이공계, 의대 쪽에서 석사과정 정도를 밟는 데 2년이 걸리는데 고등학생 인턴들이 2년을 하는 경우는 없다. 적어도 석사과정에 있는 사람이 연구에 장기간,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1저자가 되는데 고교생으로서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논문 책임자인 교신저자가 책임감 없이 자신이나 동료의 자녀를 1저자로 올려주는 일이 많다. 연구자들이 중간쯤에 저자를 넣어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고, 선배 연구자들이 후배에게 자기 이름을 중간에 넣으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입학사정관제에서 그런 논문 참여가 대학에 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기 시작하면서 학부모들이 이런 ‘논문시장’을 관심을 가진 것이다. 입학사정관제가 시행되면서 논문 스펙을 하나 정도 갖지 않으면 대학에 갈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교수와 부유층 자녀들이 대거 불법 논문 등재에 연루됐을 것이다. 자녀의 논문 1저자 등재에 대해 부모자식이 추억을 쌓는 것이고 내 자식이지만 너무 뛰어났다는 식으로 인터뷰 하는 교수들이 대부분이고, 잘못했다고 하는 사람이 없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갑 질
우리나라에서 재벌 일가의 엽기적인 ‘갑 질’ 행각으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재벌 일가만이 아니다. 사람에 대한 갑 질과 차별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에게로만 흐르고 위로는 역류하지 않는다. 그것은 더욱 악화되고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보다 더 약한 사람을 차별하는 악순환도 나타난다. 강자는 차별받지 않고 약자는 자신보다 약자를 차별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간다.
보통 사람들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 자신보다 사회적 위치가 조금이라도 낮은 사람에게 ‘한풀이’ 갑 질을 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일반인들도 역시 자신보다 사회적 위치가 열세인 사람들에게 갑 질을 행하고 있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빈부격차가 커지고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면서 자신보다 약해보이는 사람에게 우월해 보이고 싶은 욕구를 갖게 만든다. 그리고 자신이 당했던 것을 제3자에게 행하는 일도 반복된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갑 질’이 만연하면서 갑 질의 악순환 되고 있다.
‘노쇼’라는 갑 질
“우리 식당은 한국 사람은 예약을 받지 않습니다.” 외국인이나 인종차별이 아니다. 예약부도(No Show)는 국내에서도 골칫거리로 예약손님 중 30~60%가 부도를 낸다고 한다. 해외에서도 한국인의 노쇼 행위는 불명예스런 오명을 떨친다.
2018년 동계올림픽이 한창인 평창과 강릉의 음식점들은 예약부도(No Show) 피해에 시달렸다. 예약을 해놓고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거나 임박해서 취소하는 피해이다. 예약했다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는 공무원들이 많았고, 여러 곳을 예약해 놓고, 마지막에 한 곳을 선택하는 사람들로 꽤 많다. 평창의 한 음식점은 공무원 단체손님 4군데 200명이 넘는 예약을 받았지만 2군데를 오후 4시 취소 전화를 하고 2군데는 전화조차 없이 오지 않았다. 특히 공무원은 높은 사람 눈치 보느라 횟집과 고기 집 등 여러 곳을 예약한 후, 식사 시간 직전에 다른 곳을 선택하고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올림픽 개막식 즈음부터 외국인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지만 예약을 어기는 사람은 거의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한다.
일본 음식점의 예약부도(No Show)는 전체 예약의 1%가 안 된다(2019). 하지만 연간 손실액이 2000억 엔(약 2조 3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예약당일 1~2일 전에 취소하는 경우까지 합하면 손실금액이 1조 6000억 엔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001년 한국소비자원이 전국 식당, 병원, 항공사 등 71개 서비스 사업자를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예약부도 비율이 평균 15%에 달했다. 4~5%인 북미나 유럽보다 훨씬 높았다. 항공사 예약 부도율은 20%였었지만 신용카드 선 결제와 위약금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4~5%대로 내려갔다(2019). 아무튼 우리나라 사람의 예약 펑크는 해외에서 유명하다. 그래서 일본이나 태국 식당들 중에는 한국인의 예약을 받지 않는 곳이 꽤 많다.
진화론으로 보는 갑 질 금 수저 흙 수저
100마리 내외의 공동체를 구성하여 서열구조와 경쟁관계로 살아가는 아프리카 점박이 하이에나는 어미의 사회적 관계를 물려받는다. 어미가 무리에서 높은 지위에 있으면 그 새끼도 어미와 비슷한 사회적 입지를 형성하여 생존과 번식에서 우월한 자리를 물려받는다. ‘금 수저 흙 수저’의 대물림은 동물에게서 유래한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새끼 하이에나의 사회적 입지가 어미와 비슷했으며, 어미의 지위가 높을수록 이런 대물임은 더 강하게 나타났다. 어미 하이에나가 새끼를 사회적 협력관계에 있는 다른 하이에나에게 연결해주어 둘 사이에 유대 관계를 만들어 준다. 새끼가 커서 어미와의 유대가 약화한 뒤에도 어미 친구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 점박이 하이에나는 모계 중심이고, 낮은 입지를 가진 어미에게서 태어난 새끼는 생존하거나 번식에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 이는 인간을 제외한 동물계에서도 번식과 생존에 유전적 요인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회적 요인들이 영향을 준다는 것을 시사한다.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 것들이 환경과 사회적 과정에 따라 결정되는 것일 수도 있다. 케냐의 점박이 하이에나 무리를 27년 동안 관찰하며 수집한 약 7만4천 건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이다.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73/6552/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