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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은 유전인가: 수명과 장수 유전자


초 장수 유전자



‘임표’는 술도 담배도 멀리했는데 63세에 죽었고, ‘주은래’는 술을 즐기고 담배는 멀리했는데 73세에 죽었고, ‘모택동’은 술은 멀리하고 담배를 즐겼는데 83세까지 살았고, ‘등소평’은 술도 즐기고 담배도 즐겼는데 무려 93세까지 살았다. 장개석 군대의 부사령관을 지낸 ‘장학량’은 술과 담배와 여색을 모두 가까이 했는데도 103세까지 살았다(기록엔 101세로). 정작 우스운 것은 128세나 되신 중국 최고령의 노파를 인민일보 기자가 만났다. 기자는 물었다. ‘할머니 건강 장수 비결이 뭡니까?’ 노파가 대답했다. ‘응 담배는 건강에 나쁘니 피우지 마! 그래서 내가 5년 전에 끊었거든’ 이 한마디는 인간수명의 선천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110세 이상 ‘초’ 장수를 누리는 사람의 혈액에는 보통 사람은 거의 없는 특수한 면역세포가 많이 들어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40여명인 일본의 110세 이상 장수 노인 중 건강한 남녀 7명의 혈액을 자세히 조사한 결과이다. 이들의 혈액에는 암세포 등을 공격하는 면역세포인 ‘킬러 T세포’가 보통 사람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CD4 양성(陽性) 킬러 T세포’로 불리는 특수 면역세포는 20~70대 45명의 평균에 비해 대략 10배나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장수하는 사람은 전염병이나 암 등에 대한 면역이 강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백세장수를 하는 사람들은 DNA를 복구하는 능력의 효율성을 높이는 특별한 유전자를 지녔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에서 사는 105세 이상과 110세 이상의 초 고령자 81명과 68세 전후의 건강한 고령자 36명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DNA 복구와 세포 건강상태 그리고 손상 세포의 자멸과 관련한 특정 유전자의 변화는 105세 이상의 초 고령자들에게서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105~110세 이상과 120세 이상의 집단에 더 자주 존재하는 두 유전자(‘COA1’과 ‘STK17A’)의 다섯 가지 일반적인 유전자 변화를 확인했다. 이러한 유전자 변형은 100세 이상의 사람들에게도 흔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DNA 복구가 여러 동물 종 전체에 걸쳐 수명을 연장하는 메커니즘 중 하나라는 점을 보여줬다. 우리는 이것이 인간에게도 사실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수명관련 연구와 수명유전자



사람은 모두 다르게 태어난다. 체력도 다르고 지적인 능력도 천차만별이다. 성격이나 질병도 모두 다르다. 심지어는 나이를 먹는 속도도 다르다. 사람마다 육체적으로 나이 먹는 속도가 다르고, 그 차이는 젊어서부터 난다. 어떤 사람은 1년 동안 생물학적으로 0.4년 정도 나이가 들었지만 어떤 사람은 2.5년이나 나이를 먹는다. 여섯 배나 빠르게 나이를 먹는 것이다. 나이를 빠르게 먹는 사람은 45세만 되어도 노인 같은 특성을 보였다. 움직임이 느리고, 악력이 약하고, 시력과 청력, 균형감에 문제가 있다. 정신적으로 빨리 늙었다. 기억력이 나쁘고 건망증도 심하다.


노안 유전자도 있다. 늙어 보이는 노안과 유전자의 관계를 알아보고자 네덜란드 노년층 3천여 명 영국의 노년층 1천여 명에 대하여 유전자 검사를 하였다. 그 결과 또래에 비해 늙어 보이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MC1R’이라는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이 유전자는 창백한 피부와 빨간 머리카락을 만드는 유전자이다. 이 유전자 한 쌍을 가진 사람은 또래에 비해 최대 2년 늙어 보이고 1개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평균 1년 늙어 보였다.


『성경』에는 노아의 대홍수 전에는 인간의 수명이 1000년 가까웠지만 이후로는 100년 정도로 축소되고 120년이라고 되어있다. 중국의『황제내경』에도 100살을 수명의 한계로 보고 있다. 인간수명 100살이라는 것은 별 근거 없이 회자되어 왔다. 19세기 말까지 평균수명이 50세에 이르지 못했지만 20세기말에는 대부분 선진국은 이미 80세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1960년에 52세였던 평균수명이 2008년에는 80세를 넘어섰다. 


최대수명은 그 생물 중에서 확인된 개체 중에서 가장 오래 산 기록으로 정의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생물의 최대수명은 그 생물의 평균수명과는 달리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수많은 동물들이 고유한 수명이 있으며 이러한 수명의 차이가 동물의 종에 따라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그 이유는 각 동물 종에 따른 유전적 특성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이 쉽게 생각될 수 있다. 실제로 여러 종의 동물에서 다양한 유전적 부위가 장수와 관련 있을 것으로 밝혀져 왔다. 그러나 유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수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재해, 기후, 사고, 질병, 가난 등의 사회생태적인 환경요인과 노화현상이 거론된다. 인체 세포배양 실험에서 정상세포는 50회 이상 분열할 수 없다고 주장한 헤이플릭 한계(Hayflick’s limit)의 등장은 수명한계의 실험적 근거를 제공하였다. 이와 함께 수명한계 설은 학계의 정설이 되었다. 그러나 21세기에 이에 도전하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수명관련 유전자들



장수 유전자는 있을까. 2015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 연구는 110살을 넘긴 노인들은 유전적 공통점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10세가 넘은 17명의 장수 노인 17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는데 긴 수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전자 통제 단백질을 찾아낼 수 없었다. 110세를 넘긴 연구 대상자들은 식습관이나 운동 등 이렇다 할 장수 비결도 없었다. 절반은 흡연자였다. 1명만 남자였고 16명은 여자였다. 1898년 태어나 세계 최장수 노인으로 공인받은 일본의 오카와 미사오 할머니는 오사카에서 치른 생일잔치에서 생선회와 숙면이 장수 비결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앞선 몇 선행 연구에서는 1~2명의 장수 노인에게서 유전적 공통점을 찾아낸 사례가 있다. 유전적 요인이 워낙 복잡하여 아직은 완전한 설명은 기대할 수가 없다(연합뉴스, 2014.11.13.).


수명과 관련된 유전자는 속속 발견되고 있다. 미국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대의 길 아츠먼 교수 연구진은 장수 노인들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남자에게는 성장호르몬과 결합하는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수명이 10년 더 연장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100세 이상 남성의 12%가 수용 체 단백질 유전자에서 DNA 일부가 누락돼 있었다. 이는 70세 남성에 비해 3배나 많은 돌연변이 수치였다.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성인기 성장호르몬으로 인한 노화가 억제되면서 수명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기의 성장호르몬은 몸을 자라게 하지만 발육이 끝난 성인기에는 과도한 세포분열을 불러 오히려 노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약물로 유전자 돌연변이처럼 성장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하면 수명을 늘릴 수 있으며 이미 동물실험에서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먹을 게 부족하고 세포의 영양분이 부족할 때 적응능력을 조절하는 것이 ‘RagA’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은 세포의 대사 작용을 제어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이 스위치가 켜져 있으면 영양 공급이 부족할 때도 세포는 계속해서 에너지를 사용했다. 먹을 게 충분하지 않다는 걸 잘 모르고 계속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의미다. 건강한 생물은 영양분이 부족할 때 RagA 스위치가 꺼진다. 그러면 세포 대사는 ‘에너지 절약 모드’로 돌아가고, 저장된 에너지 자원을 아껴서 쓰게 된다. 그런데 RagA가 활성화된 생쥐는 계속해서 에너지를 썼다. 이런 생쥐의 세포는 항상 영양분이 풍부하다고 믿고 에너지를 절약하지 않는다. RagA를 대부분 활성화한 생쥐는 정상보다 짧은 9개월밖에 살지 못했다. 노화가 빨라지는 신호를 감지하지 못해 생쥐의 수명이 주는 것으로 추정한다.



생명의 고유한 수명한도, 텔로미어



세포의 핵 속에는 유전정보를 가진 염색체(Genome)가 있다. DNA와 단백질로 구성된 염색체의 양쪽 끝에는 텔로미어(Telomere)가 붙어 있다. 텔로미어는 세포 분열 시 DNA를 보호한다. 세포가 계속 분열하면서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져 DNA를 보호할 수 없게 되면서 세포 분열을 멈추고 노화하고 사멸한다. 그래서 텔로미어를 ‘세포의 노화시계’로 부른다. 1982년에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염색체가 복제되지 못하고 세포 분열을 멈춘다는 것이 밝혀졌다. 텔로미어가 긴 동물(예쁜꼬마선충)이 오랜 산다는 것도 밝혀졌다. 사람도 텔로미어가 길면 장수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줄기세포에 텔로머라제를 사용하면 노화를 억제할 수 있다. 텔로머라제를 없앤 쥐는 빨리 늙지만 이 효소를 주입하면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물 실험 결과이므로 인간에게 적용하기에는 시기상조이다. 그러나 텔로머라제를 무분별하게 활성화하거나, 인위적으로 늘리면 암에 걸릴 수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연구진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여성의 수명은 남성에 비해 5% 가량 더 길며, 세기가 갈수록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남성 평균수명은 79.3세, 여성 평균수명은 85.4세로 여성의 수명이 6.1년 더 길다(2017). 이는 수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텔로미어의 길이가 차이가 그 원인이다. 텔로미어는 유전자 끝을 감싸 세포를 보호하는 부위인데, 텔로미어의 길이가 길수록 노화가 더디고 수명이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텔로미어의 길이를 크게하는 효소를 활성화시키고, 그 결과 텔로미어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노화의 속도가 줄어들고 수명이 연장된다는 것이다. 남자가 음주와 흡연의 비율이 높아 심장질환 등으로 사망률이 더 높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연구진은 여성과 남성의 음주·흡연 비율은 점차 비슷해지고 있으므로 남녀의 수명 차이를 유발하는 것은 유전적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나이 들어 보이는 사람은 건강도 안 좋을 확률이 높다. 쇠약하고, 기억력도 낮고, 공복 혈당과 코르티솔 수치가 높고, 심혈관 질환 징후도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코르티솔은 콩팥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외부자극에 맞서 몸이 최대의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혈압 및 포도당 수치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텔로미어 길이가 짧은 사람 얼굴에서는 당뇨병, 심혈관 질환, 면역력 저하, 폐 질환 같은 건강 문제에 시달린 흔적이 보이고 만성 염증을 겪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염증은 나이 들수록 심해지며, 노화 질환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염증성 노화(inflamm-aging)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역시 텔로미어 손상이라고 한다. 


2007년 TERRA(Telomeric-repeat-containing RNA)라는 비 암호화(noncoding) RNA가 발견되었다. TERRA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정보는 없지만, 텔로미어의 길이와 기능을 제어하는 데 관여한다. TERRA가 텔로미어에 도달하면 몇몇 종류의 단백질이 TERRA와 텔로미어의 결합을 조절한다. TERRA가 텔로미어 DNA에 달라붙어 RNA-DNA 혼합 분자(RNA-DNA hybrid molecule)를 형성하는 데 RAD51이 도움을 준다. 이런 반응은 주로 DNA 복구 과정에서 일어나는데, TERRA가 결합했을 때 텔로미어에서도 같은 반응이 나타난다. 또한 짧은 텔로미어가 훨씬 더 효율적으로 TERRA를 끌어들이고 이를 RAD51 효소가 조절하였다. DNA 손상이나 많은 세포분열로 텔로미어가 너무 짧아지면 텔로미어 스스로 TERRA 분자를 불러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텔로미어(telomere)는 염색체의 DNA 손상과 염색체 간의 비정상적 결합을 방지한다. 세포 분열이 계속 일어나면 텔로미어가 점점 짧아지고 염색체 보호 기능도 떨어진다. 텔로미어가 너무 짧아져 한계점에 이르면 세포는 분열을 중단하고 스스로 죽는다. 텔로미어가 짧아지고 기능 이상이 오면 노화 및 암 같은 노화 관련 질환을 가져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짧아진 텔로미어를 늘이면 노화를 방지하고 생명을 연장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크다.



만성염증과 수명



나이가 들면서 40~50번의 세포 분열을 한 후 더 이상 분열을 할 수 없어 노화세포가 되어 쌓인다. 노화된 세포는 죽지 않고 수십 년 동안 인간 조직에 남아있다. 노화세포는 분열하지 않으므로 돌연변이가 발생하더라도 암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노화된 세포가 ‘좀비’ 같이 우리 몸 안에서 남아서 버티면 염증이 생기고 암에도 영향을 준다. 그 염증 인자가 바로 사이토카인(Cytokine)이라는 단백질이다. 노화세포는 세포 분열을 하지 않지만 사이토카인을 계속 분비한다. 이 단백질은 염증을 일으키고 대식세포라는 면역세포를 끌어들여 자기 몸을 공격하게 만든다.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 만성 염증으로 이어고 다발경화증, 염증성 창자 병, 건선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염증은 심장병, 당뇨병, 치매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모든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동일한 속도로 노화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노인은 질병에 걸리기 쉽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이러한 차이는 대부분 사람의 면역 체계가 쇠퇴하는 속도의 차이에 기인한다. 외부의 병원체 침입을 막는 역할을 하는 면역체계는 일반적으로 병원체에 대해서 국지적이고 단기적인 염증반응을 나타낸다. 반면 ‘나쁜 염증’은 전신에 걸쳐 만성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만성적인 염증과 질병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 만성 염증이 있는 경우 게놈 불안정과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 및 단백질 안정성 문제가 발생한다. 전신 만성 염증은 텔로미어 마모와 후성 유전적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혈액에 대한 종합적 분석을 통해 만성적 염증을 통해 노화 정도를 살필 수 있는 지표는 염증성 노화 시계(inflammatory aging clock)라고 부를 수 있다. 이러한 노인성 질환 및 심혈관 건강을 예측할 수 있는 ‘노화시계’인 혈액 면역 지표가 밝혀졌다. 노화 시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물질로 케모카인(Chemokine)의 일종인 ‘CXCL9’를 꼽는다. 케모카인은 작은 크기의 체내 신호 물질로 백혈구가 감염 부위를 찾아가는 데 역할을 한다. ‘CXCL9’는 60세 이후 급격히 증가한다. 높은 수준의 염증성 노화 나이와 ‘CXCL9’ 수치가 발견된 사람은 향후 심각한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좌심실 벽의 과도한 두께가 관찰된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3587-021-00082-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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