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지능에 나쁜 엄마의 음식


설탕은 아이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금기음식이다. 임신 중 설탕 섭취는 태아의 두뇌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미국심장학회(American Heart Association)는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설탕의 일일 권장량을 약 1티스푼으로 규정했다. 미국예방의학저널(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은 청량음료를 임산부나 어린 아이가 많이 마시면 인지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명시했다.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정제된 설탕이 많이 들어간 ‘가당’ 음료이다. 임산부가 다이어트 소다를 포함한 가당 음료를 줄이고, 신선한 과일을 섭취하면 태아의 인지능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임신 기간에 가당 음료를 섭취한 산모의 아이는 열약한 인지능력이 나타났으며, 언어적 기억력과 새로운 문제를 풀 수 있는 비언어 능력이 낮았다. 다이어트 소다를 과다 섭취한 산모의 아이의 경우 유아 초기엔 시공간 능력과 시각적 운동능력이 떨어졌고, 중반이 되자 언어능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임산부의 과일 섭취는 출산 후 태아의 인지능력을 높였다. 특히 유아 초기의 시각기능 향상과 중반 이후의 언어지능과도 밀접한 연관을 보였다. 유의할 것은 과일주스는 아이의 인지능력 증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달달한 감초도 금기음식이다. 임신 중 감초 먹으면 아이 머리가 나빠질 수 있다. 한약에 들어가는 감초를 임산부가 많이 먹으면 태아의 두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핀란드 여성 중 임신 중 감초를 먹은 8살 어린이 321명의 어휘력, 기억력, 공간지각력 등을 엄마의 설문조사를 통해 측정했다. 그 결과 1주일에 감초의 주요 성분인 글리시리진을 500밀리그램 이상(감초 100그램에 해당) 많이 먹은 엄마의 아기는 적게 먹은 엄마의 아기보다 지능지수가 낮고 행동 문제도 많았다. 글리시리진은 감초 뿌리의 주성분으로 설탕보다 단맛이 30~50배 강하다. 글리시리진 성분은 태반을 손상시켜 엄마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태아에게 직접 전달되고, 이에 따라 태아의 두뇌 발달에 지장이 초래된다. 또한 엄마의 스트레스 호르몬에 과다하게 노출된 태아는 자라서 심장병, 물질대사 장애, 행동 문제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핀란드 여성은 감초를 많이 먹으며, 감초를 많이 먹은 산모는 태반이 약해져 조산하는 경향도 높다.


임신 중 음주도 금기대상이다. 임신부가 일주일에 와인 한두 잔만 마셔도 아기의 지능지수가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영국 어린이 4000명의 IQ와 어머니의 음주 기록을 연구한 결과이다. 임신 중에 일주일에 1~6잔 정도의 보통(moderate) 음주도 IQ에 악영향을 미친다. 산모가 알코올 대사와 관련된 유전자 4개를 가지고 있으면 아이가 8살 때 IQ가 낮았다. 변이 유전자 1개가 있을 때마다 IQ가 2점 가까이 낮았다. IQ 저하는 금주한 경우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임신 초기 적당한 음주는 태아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와인 한 잔 또는 맥주 주당 1~8 캔을 말한다. 덴마크 임신 여성 1628명을 임신 초기에 전혀 술을 마시지 않은 그룹, 일주일에 1~4잔의 소량을 마신 그룹, 일주일에 5~8잔을 마신 그룹, 일주일에 9잔 이상의 마신 그룹으로 분류하여 태어난 아이들이 5세가 되었을 때 지능지수 등을 측정했다. 측정결과 소량과 적당량을 마신 그룹에서는 아이들의 두뇌발달에 별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기존의 연구 결과와는 상반되었다. 주당 9잔 이상 마신 경우에는 주의력이 떨어지는 등 발달 장애가 생길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연구결과가 임산부에 대한 금주 권고를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보았다. 일부 학자들은 연구 결과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고 좀 더 나이를 먹었을 때 상태를 살펴봐야 한다는 반론도 나왔다. 임신 중 알코올에 노출된 아기 200명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본 결과 뇌량(corpus callosum)이 얇아져 있음이 밝혀졌다. 뇌량은 좌우 뇌 양쪽 정보를 교류하는 신경섬유다발로 뇌에서 가장 큰 영역이다. 또한 임신 중 알코올에 노출되었던 아이는 뇌 조직에서 물 분자 확산이 증가했다. 뇌량의 변화는 아이들의 정신적인 문제와 연관되며, 물 분자 확산 수치가 높다는 것은 뇌세포의 신경장애나 손상을 의미할 수 있다. 임신 후에는 술을 끊는 것이 태아 뇌 발달에는 안전하다.


커피는 다르다. 연구에 의하면 임신부가 하루에 1~2잔 가량 커피를 마셔도 아이의 지능과 행동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1959~1974년 수집된 임신부 2천197명의 자료를 토대로 한 연구 결과이다. 임신부들의 임신 기간 혈중 카페인양과 태어난 아이가 4살, 7살 됐을 때의 지능지수를 비교한 결과 두 요인 사이의 상관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아침에 카페인 의존성이 강한 필자 같은 사람에게는 이러한 연구결과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카페인의 각성효과는 필자에게는 매우 크다. 놀랍게도 카페인의 각성효과는 꿀벌 같은 동물에게도 나타난다. 카페인에 노출된 꿀벌은 식물의 꽃가루를 운반해 꽃가루받이를 하는 수분 활동을 더 활발히 한다. 카페인에 노출된 꿀벌이 수분할 대상의 꽃 냄새를 더 빨리 맡기 때문이다.

https://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21)00897-6?_returnURL=https%3A%2F%2Flinkinghub.elsevier.com%2Fretrieve%2Fpii%2FS0960982221008976%3Fshowall%3Dtrue


카페인이 주는 효과는 인간뿐만 아니라 꿀벌 같은 오래된 동물에게도 나타나는 것을 보면 그 진화론적인 연결성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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