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는 천억 개가 넘는 신경세포가 수천조의 회로로 연결되어 정보를 전달하고 있으며, 이들은 미세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다. 뇌세포들이 정보를 주고받으려면 이 미세한 간격을 오가는 ‘신경전달물질’이 있어야 한다. 신경전달물질은 잠을 자고 일어난 오전에 많고 저녁이 되면 점차 고갈된다. 밤이 되어 신경전달물질이 고갈 되었는데 계속 뇌에 뭔가를 집어넣으면 과부하가 걸릴 뿐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잠은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낮에 입력된 정보와 기억을 재정비하게 해준다.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려면 성인은 8시간, 초등학생은 10시간, 영아들은 20시간 정도는 꼭 잠을 자야 한다.
적정 수면시간에 대해선 학자들마다 조금씩 견해가 엇갈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일반 성인의 적정 수면시간은 7~9시간이다. 하지만 나이에 따라 적정 수면시간은 다르다. 수면 욕구는 개인별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 시간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미국 수면재단이 제시한 연령대별 수면시간이 합리적인 기준이다. 미국 수면재단은 매년 해부학, 생리학, 신경학, 노인학 등 광범위한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물어 연령대별 권장 수면시간을 발표한다. 수면 권장시간은 낮잠을 포함한 총 수면시간을 말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0~3개월의 신생아는 14~17시간, 4~11개월 영아는 12~15시간, 1~2세 유아 11~14시간, 3~5세 유치원생 10~13시간, 6~13세 초등학생 9~11시간, 14~17세 중학생 8~10시간, 18~25세 고등‧대학생 7~9시간, 26~64세 성인 7~9시간, 65세 이상 노년층 7~8시간이다.
https://www.sleepfoundation.org/how-sleep-works/how-much-sleep-do-we-really-need
18~25세의 젊은 성인들은 뇌가 아직 발달 중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9시간 이상의 수면을 취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어떠한 연령대든 부상, 질병, 수면장애로부터 회복할 때는 9시간 이상의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취침 시간을 일정하게 하도록 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든다. 스마트폰은 밤에는 보지 말아야 한다. 잠을 잘 자려면 전자기기의 빛은 몸이 깨어있도록 한다. 명상이나 요가는 수면에 아주 좋다. 밝은 낮에 항상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낮 시간의 운동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수면에 큰 도움을 준다. 음식도 중요하다. 가공식품이나 초 가공식품은 피하고 자연식품을 많이 먹어야 한다.
잠을 잘 자는 것은 학습뿐만 아니라 정신건강과 육체건강 더 나아가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에도 중요하다. 잠이 부족하면 유아는 육체적 성장이 떨어지고 청소년은 학습능력이 떨어진다.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의미가 없다. 낮잠도 아이들에게 좋다. 일주일에 서너 번 이상 매일 30~60분 정도 낮잠을 자는 어린이는 만족감이 높아 행복하고, 학업 성적이 좋고, 문제 행동을 할 위험도 작아진다. 낮잠 습관이 있는 초등학생은 문제 해결능력이나 인내력이 강하고, 언어능력과 지능지수가 높고 학업성적이 우수하다. 특히 6학년에서 주 3회 이상 낮잠을 자면 학업성적이 7.6%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의 중요성은 아이들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2012년 하버드대학 의대는 수면과 낮잠이 인지능력을 개선시키고 문제해결능력을 향상시킨다고 발표했다. 1년 뒤인 2013년 하버드 대학에서도 낮잠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캠퍼스 내에 별도의 낮잠 자는 장소(nap room)의 설치를 추진했다. 당시 하버드학생의 50% 이상이 설치를 원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버드대학뿐만 아니라 콜로라도 대학, 텍사스 대학 등도 낮잠 자는 곳을 만들어 운영한다.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보약이고 ‘잠이 보약’이란 말이 결코 헛말이 아니다. 청소년이 잠이 부족하면 육체적 발달도 더디고 정신과 지능도 원활하게 성장하지 않는데다가 면역력도 떨어지는 등 건강에도 나쁘다. 게다가 행복지수와 삶의 질도 좋을 리가 없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효율적으로 학습하며 많이 배우고 조금 자느라 뇌가 정보와 경험을 재정리할 시간이 없다. 수면시간은 크게 뇌가 부족한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초저녁의 잠과 기억을 강화하는 후반기 잠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청소년은 후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초기 저주파 수면으로 4시간 동안 뇌가 에너지를 충전한 뒤 나머지 렘수면 4시간 동안 학습 내용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8시간은 자는 게 좋다. 결국 잠자는 동안 뇌는 낮에 공부한 내용 복습하는 것이다. 피로도 회복되고 건강에도 좋고 복습도 하니 얼마나 좋은가. 사당오락(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유행어)이라는 신화는 폐기되어야 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8당4락’의 과학을 과연 받아들일까. 4시간 자면 떨어지고 8시간 자면 붙는다. 필자는 ‘8당4락’에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