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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Aug 04. 2021

6600만 년 전의 멸종과 조류의 약진


공룡과 조류의 중간 종이 발견되었다. 익티오르니스 디스파(Ichthyornis dispar)는 약 1억 년 전 북아메리카에서 서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공룡에서 조류로 가는 진화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2018년 예일대학 고생물학자 바트 안잰 불라(Bhart-Anjan Bhullar) 교수 연구팀에 의하면 이들은 최초로 새의 부리 모습을 가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과도기적인 부리와 함께 조류와 유사한 뇌를 가지고 있었으나, 두개골의 측두부는 공룡의 것과 같았다. 진화하는 동안 뇌가 변형되었지만 두개골의 나머지 부분은 여전히 공룡과 같은 형태로 남아있었음을 암시한다. 육지에서 종이 가장 많은 척추동물인 조류의 진화 이야기를 보면 우리가 아직도 공룡시대에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참새와 까마귀 같은 참새목의 조상에 해당되는 수천만 년 전의 새(학명: Eofringillirostrum boudreauxi)의 화석 2점도 발견됐다. 참새목은 모든 새 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당시에도 매우 드물었다. 이 화석에 나타난 새의 부리는 크고 단단해 보인다. 최초의 새는 주로 벌레나 물고기를 먹었다. 이 새의 경우 부리를 통해 씨를 먹은 초창기 새로 볼 수 있다. 부리가 작고 단단한 씨를 먹는데 적합하다. 


약 6600만 년 전 지구상 생명체의 약 70%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일부 조류는 살아남았다. 소행성 충돌은 동물이 주로 서식하던 나무가 많은 지역의 대부분을 파괴했지만 나무가 없는 곳에서 서식하던 조류는 비교적 적은 영향을 받아 멸종을 피할 수 있었다. 충돌 사건 이후 식물이 다시 번성해지자 조류가 다시 나무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나무에 걸터앉을 수 있도록 짧은 다리로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충돌 이전의 조류보다 살아남은 조류들의 다리가 더 짧은 이유이다. 오늘날 조류가 다양한 것은 당시 살아남은 조류가 여러 종으로 분화되었기 때문이다.


새의 조상으로 6680~6670만 년 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갈매기만한 크기의 가장 오래된 새의 화석이 발견됐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국경 근처 채석장에서 발견돼 ‘Asteriornis maastrichtensis’라는 학명이 붙여졌다. 원더치킨(Wonderchicken)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새는 얼굴은 닭, 뒷모습은 오리를 닮았으며 무게는 396g 정도 된다. 해안가에서 서식했으며 두개골 분석결과 닭과 오리의 특징을 모두 가져 이들의 마지막 공통 조상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대멸종 시기에 살아남았던 것으로 보인다.


2020년에 발표된 연구논문에 의하면 까마귀는 조류 중에서 ‘만물의 영장’이자 진화의 정점에 있다. 연구팀은 수각 류 공룡과 중생대 조류, 그리고 시조새 같은 근연 그룹의 뇌의 크기를 현생 조류와 비교했다. 그리고 수백 종에 달하는 공룡 및 조류의 뇌 크기를 비교하였다. 현생 조류 중에서 비둘기나 에뮤(Emu)처럼 몸에 비해 뇌가 작은 조류는 비슷한 크기의 소형 수각 류보다 뇌가 크지 않았다. 중생대부터 6000만 년 이상 시간이 흘렀지만, 뇌가 커지지 않은 것이다. 물론 뇌는 작지만 더 효율적인 구조를 지녀 좀 더 영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몸집 대비 뇌의 크기를 보면 중생대 소형 수각 류도 새처럼 ‘똑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의 새가 뇌는 작지만 더 효율적인 구조를 가졌다는 연구결과가 2021년 나왔다. 약 7천만 년 전 백악기 후기에 미국 캔자스 지역에 살다가 공룡과 함께 멸종한 조류 조상(Ichthyornis)의 두개골 화석을 3D로 복원한 결과 뇌구조가 현재의 조류보다 공룡에 더 가까웠다. 이빨이 많은 긴 부리 형태의 턱 등 조류와 공룡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들이 살아남은 것은 작은 체구를 가진 것이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크고 새로운 형태의 뇌를 가진 것이 원일일 수 있다. 이러한 뇌구조와 연결된 것으로 보이는 감각기관에서의 차이로 공룡과는 달리 살아남았을 것으로 보인다.

https://advances.sciencemag.org/content/7/31/eabg7099


원시 조류의 뇌 크기도 같은 시기에 살던 비슷한 크기의 수각 류 공룡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상대적으로 뇌가 큰 새도 있었다. 중생대 말 대멸종 이후 살아남은 조류와 포유류는 비어 있는 생태계를 차지하면서 매우 다양하게 진화했고 뇌의 크기 역시 천차만별로 달라졌다. 새 가운데서도 까마귀 과와 앵무새 과는 특히 뇌가 크다. 특히 몸에 비해 뇌가 가장 큰 종은 까마귀였다. 까마귀는 공룡과 조류계통에서 영장류의 인간에 해당한다는 의미이다. 뇌의 상대적 크기로 볼 때 까마귀는 수억 년 진화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하늘을 나는 새이므로 의 크기에 제약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인간이나 영장류만큼 지능이 높아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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