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다른 생체시계와 리듬


우리가 사는 은하와 태양계는 시간과 함께 순환하는 시스템이다.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달이 찼다가 기우는 반복되는 주기를 가지고 있다. 지구상에 사는 생명이나 인간도 이러한 주기를 따르는 생체시계를 가지고 있다. 생명뿐만 아니라 인간도 진화를 하면서 환경에 적응한 결과일 것이다. 한 때 생체시계가 뇌에서만 작동한다고 생각했지만 생체시계는 모든 신체기관에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인간의 생체리듬은 밤이 되면 자고 아침이 되면 깨는 수면, 해가 떠 있는 낮에는 규칙적으로 밥을 먹고 때로는 운동을 한다.


이러한 생체리듬은 수십억 년 동안의 진화를 거치면서 우리 몸에 저장되어 있다. 인간은 제 때에 자고, 때맞추어 일어나도록 진화되었고 오랜 세월 살아왔다. 인간의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인 건강 모두 생체리듬을 잘 따르면 대부분 문제가 없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생체리듬의 불규칙성과 생체리듬을 반대로 하는 생활은 건강뿐만 아니라 뇌 기능에도 악영향을 준다. 한 시간 정도의 시차가 날 때마다 생체시계가 적응하는 데 거의 하루가 걸린다. 그것이 반복되면 불면증, 우울증 등의 정신적인 고통, 당뇨병과 암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바쁘고 쫒기는 생활로 늘 피로를 느끼며 때로는 무기력함이 나타난다. 깨진 생체리듬 때문이다. 생체리듬을 좀 더 이해하고 싶다면 사친 판다(Satchidananda Panda)의 저서『생체리듬의 과학』(2020년 번역출간)을 읽어보기 바란다.



우리의 생체리듬은 뇌가 만들어내는 체내시계(Circadian) 리듬이다. 일출과 일몰, 낮과 밤에 맞춰 호르몬과 효소 분비량을 조절하고, 혈압과 체온이 변화된다. 밤 9시경부터 잠을 유도하는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되기 시작하고, 해가 뜰 무렵 잠에서 깨도록 준비시키는 호르몬인 코티솔 분비량이 최고에 달한다. 생체리듬이 제대로 활동하게 만드는 것은 빛이다. 햇빛을 보면 빛이 망막을 통해 뇌 중앙의 송과 체로 들어온다. 송과 체에 있는 시계 유전자는 이를 감지하고 낮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를 통해 신체 내부의 주기를 외부 환경의 24시간에 맞춘다. 그래서 잠잘 때 최대한 어둡게 하여야 좋다. 창문을 검은 커튼으로 하고 자면 깊은 잠을 잘 수 있다. 한 번 시도해보라.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오랫동안 굶주림에 시달리면 생체리듬은 먹는 것에 맞춰서 바뀐다. 빛에 반응해서 수면시간 등을 조절하는 뇌 속 생체시계인 햇빛시계(light clock)뿐만 아니라 음식에 따라 수면시간 등을 조절하는 생체시계인 음식시계(food clock)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규칙적으로 밥을 먹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생체시계와 음식시계는 보통 조화롭게 함께 작동한다. 빛 시계가 이상이 생기면 몸은 음식시계에 맞춰 생체리듬을 조절한다. 그래서 해외여행으로 시차적응이 안되면 현지시간에 맞추어 충분한 음식을 섭취하면 생체리듬의 회복이 빠를 수 있다.

잠을 규칙적으로 자고 밥도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생체리듬 유지에 중요하다. 거기다가 낮에 야외활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마다 다른 생체시계는 눈 뒤의 뇌 중앙에 있는 시신경 교차상핵과 관련된다(그림 참조). 빛이 시신경 교차상핵에 신호를 전달하여 호르몬의 생산이 조절된다. 특히 수면과 관련된 신경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심야에 규칙적으로 활성화돼 하루의 수면 시간을 조절한다. 낮에 햇빛을 적게 받으면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 신체 리듬이 깨진다. 따라서 낮에는 가급적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인 경우 성인의 평균적적인 일주기는 24.18시간으로 정확히 24시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24시간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은 몸 안에 존재하는 생체시계와 여러 튜닝 시스템 덕분이다. 사람의 생체리듬은 매일 미세하게 변화하고, 사람마다 제각각 자신이 가진 고유의 생체리듬이 다를 수 있다. 올빼미 형의 야행성인 사람은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보통 사람보다 몇 시간 늦게 나온다. 이들은 많은 경우 돌연변이 수면유전자(cRY1)를 가진다. 식물은 새벽에 광합성을 준비하는 것부터 개화시기를 조절하는 것까지 생체시계가 다양한 과정을 조율한다. 식물도 종달새 족과 올빼미 족으로 나눌 수 있는 생체시계의 변이를 지니고 있다. 이를 결정하는 것은 DNA 코드 중 단 하나의 염기쌍 변화이다. 애기 장대라는 식물의 경우 종달새 족 식물과 올빼미 족 식물 간에는 최대 10시간 이상의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는 식물의 지리적 위치와 유전자가 모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저녁 형인가 아침 형인가는 가지고 있는 수면유전자와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참고로 수면시간뿐만 아니라 인간의 대부분의 것들은 유전과 환경이 거의 반반씩 작용한다. 사람마다 유전자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달라 개개인의 생활방식도 다르다. 아침 형 인간과 저녁 형 인간이 공존하는 것은 진화론적인 이유도 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 구석기 시대와 같은 생활하는 사람들의 수면형태를 보면 추정해볼 수 있다. 이들은 구석기시대처럼 사냥하고 열매 따 먹으며 생활하여 전기불도 없는 생활이니 모두 같은 시간대에 일찍 잠들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취침시간이 제각각이었다. 즉 밤사이 부족 중에 누군가는 교대로 깨어 있었다. 불침번 역할을 하는 셈이다. 부족이 외부공격에 살아남을 진화적 유리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즉 구석기시대는 아침 형이든 저녁 형이든 각각 필요했다는 이야기다. 생체리듬과 수면 리듬(Sleep Rhythm)은 사람마다 다르니 잠자는 시간을 무턱대고 줄여야 한다거나, 무조건 일찍 일어나야할 이유는 없다.


초파리에서는 per, tim, clock, cyc 유전자가 시계 역할을 한다. per는 피리어드(period), tim은 타임리스(timeless), cyc는 사이클(cycle)을 나타낸다. 이 유전자들이 만들어내는 네 가지 단백질이 반복적으로 많아지고 적어짐에 따라 시간을 알려준다. per와 tim 단백질이 많아지면 깨고, 줄어들면 잠이 온다. 아침에는 높아지다가 오후에는 낮아지고 오후 3시가 되면 가장 낮아지면서 낮잠이 온다. 다시 조금씩 높아지다가 저녁 9시에 최고점을 찍고 다시 감소한다. 아침 형의 사람은 오전에 수치가 올라가면서 주의력이 높고 저녁 형은 오후부터 집중력이 높아져 오후 6시 이후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 늦잠을 자는 사람도 유전자 때문이다. per3 유전자가 짧은 사람이 늦잠을 잘 잔다. 잠을 많이 자게 하는 유전자도 있다. 아인슈타인은 매일 11시간씩 잤다. 유럽 사람에 대한 연구를 보면 수면을 늘리는 대표적인 유전자로 ‘ABCC9’가 있다.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30분~한 시간 더 많이 자야한다. 잠이 부족하면 그만큼 나중에 더 자야 피로가 풀린다. 겨울에는 늦게 일어난다. 일조량의 변화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잠을 오게 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밤이 길어질수록 분비되는 시간이 길어진다. 때문에 밤이 긴 겨울에는 멜라토닌이 아침 늦게까지 남아있어 늦잠을 자게 된다. 따라서 사람마다 다른 수면시간에 맞추어 계절의 흐름에 맞추어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업혁명 이후 회사든 학교든 아침에 시작하고 저녁에 끝난다. 이런 상황에서 저녁 형은 불편하다. 그러나 유전적으로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면타입은 조정할 수 있다. 해가 뜨는 낮에 활동하고 해가 진 밤에 자는 것이 자연적인 생체리듬 상 더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잠자는 시간을 당기려면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나오는 시간을 바꿔야 한다. 낮에 햇볕을 많이 쬐고 점차 잠자는 시간을 당기면 몇 달이 지나면 대체로 바뀐다고 한다. 물론 아침 형과 저녁 형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타고난 기질과 선택의 문제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운동만큼 좋은 교육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