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만큼 좋은 교육은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한 권장 운동 시간은 5~17세 아동과 청소년의 경우 하루 최소 1시간 이상이다. 그러나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 146개국 11~17세 남녀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한국 청소년의 신체활동 수준은 세계보건기구의 권고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 규칙적인 운동과 과외활동의 필요성이 과학적으로 널리 주장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비과학적인 교육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조량이 충분하여 비타민 D가 부족할 수가 없지만 우리나라 사람의 비타민 D 수치는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2008). 2008년 이후에도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일조량이 풍부한 여름철에도 적정 혈중 농도에 미치지 못하고 여성과 20~30대일수록 부족 현상이 두드러졌다. 그래서 그런지 OECD 국가 중 우울증 환자가 가장 많고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다. 일조량과 야외활동 그리고 운동은 청소년의 정신건강과 육체건강 그리고 행복과 삶의 질을 위한 필수물이다. 두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잘 먹고 운동하며 스트레스를 낮추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주장이다.


왜 운동과 야외활동이 인간에게 필요한지는 진화의 역사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 수백만 년 전부터 인간의 조상은 두발로 걷기 시작했다. 농업과 목축이 약 1만 년 전에 시작되기 전까지 사냥과 채집으로 인간은 먹고 살았다. 사냥과 채집을 하려면 공간 감각이 필요했는데, 이는 뇌의 해마와 전두엽 피질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먹을 것을 찾아내고, 사냥터와 채집할 장소도 기억해야 했다. 수렵과 채집은 혼자하기보다는 공동으로 하여야 하므로 의사소통도 필요했다. 이러한 기능은 주로 뇌의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에서 담당한다. 이러한 활동 즉 운동은 지능과 ‘함께’ ‘공진화’했을 것이다. 따라서 운동과 뇌의 기능은 서로 상관관계가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운동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은 완전하게 규명하지 못했지만 기존 연구결과를 종합해 볼 때, 운동이 지능에 유익하다는 점은 명확하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도 마찬가지이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운동을 하면 뉴런이 생성되고 기억력을 개선시킨다는 것이 밝혀졌다. 꾸준한 운동을 통해 심폐지구력을 유지한 사람들은 두뇌기능을 비교적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심폐기능이 좋아 잘 달리는 사람은 20년 이상이 지나도 인지능력이 더 좋았다. 또한 꾸준히 운동을 하여 심폐기능을 잘 유지할수록 인지능력이 잘 유지되었다. 이 같은 결과는 흡연과 당뇨 등 다른 요인을 감안해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이는 심폐기능을 키운 사람과 젊을 때부터 꾸준히 한 운동을 하여 심폐기능을 유지한 사람이 인지능력이 좋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러 연구에서도 심혈관 건강과 두뇌 건강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심폐기능은 신체가 두뇌로의 혈액 공급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느냐를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에 운동 지속 능력은 두뇌의 기능과 관련이 있다. 아이나 청소년뿐만 아니라 노인의 뇌에도 운동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60세~79세 노인이 유산소 운동을 하면 뇌의 신경세포 성장인자(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BDNF)와 해마 영역이 증가하고, 기억력이 개선되는 것도 밝혀졌다. 운동을 통한 뇌 기능의 향상은 기존 뉴런 사이의 결합 증가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잠시 컴퓨터나 텔레비전, 게임이나 스마트폰의 문제점들 지적한다. 이것들이 운동과는 상극인 오락이기 때문이다. 20세기에 전 세계적으로 아이들의 지능지수가 높아졌다. 전 세계적으로 삶의 질이 높아지고 아이들이 교육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IQ가 높아졌다고 인간의 지적능력의 실질적으로 향상된 것은 아니다. 인류에게 별다른 유전적 변화 없이 그렇게 짧은 시기에 지적능력의 진화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학습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더 많은 교육을 받고 ‘정신적인’ 일을 더 많이 요구하는 사회현상이 반영된 결과이다. 컴퓨터나 텔레비전의 영향도 컸다. 울릭 네이서(Ulric Neisser)도 자신의 저서『The Rising Curve: Long-Term Gains in IQ and Related Measures』에서 영화, 텔레비전, 비디오게임의 영상이 아이들의 사고능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에 인간의 지능지수 또는 지적능력이 향상된 것은 교육효과에 중요한 수리능력이나 어휘력 부분은 아니었다. 언어능력이나 수리능력에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두뇌를 훈련시킨다는 컴퓨터 두뇌게임(Computerized mental workouts)이 유행한 적이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연구결과 뇌의 지능을 현저하게 향상시키는 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실력만 늘고 지능 변화는 없었다. 2008년 일본의 게임업체 닌텐도가 개발한 두뇌개발 게임기 닌텐도DS로 게임을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홍보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1000만대나 팔렸었다. 더욱이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하면서 노인들도 구매해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 게임기로 단기기억을 향상시키거나 게임 반응시간을 단축시킬 수는 있지만 두뇌능력을 향상시킬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컴퓨터로 두뇌훈련을 하면 지능지수가 좋아질 수 있다는 연구도 있지만 실험 참가자수가 적어 신뢰도가 낮다. 두뇌훈련을 하느니 차라리 매일 운동을 하는 게 건강에도 좋고 아이들 동기부여나 학습능력 향상에 훨씬 좋다는 것이다.


‘잘 놀아야 공부도 잘한다.’라는 속설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주장인 셈이다. 활발한 신체활동은 두뇌와 사회성 발달을 촉진한다. 신체활동이 많은 어린이일수록 수학, 영어, 읽기 같은 기본과목의 성적에서 긍정적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활발한 신체활동이 혈액순환을 도와 뇌에 풍부한 산소를 공급하고 기분을 좋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이기는 호르몬 분비도 촉진되기 때문이다.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사실상 체육수업이 사장된 우리 교육에 우려가 나온다. 아이들에게 운동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열 살이 되기 전에는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아이들은 중학교에 진학한 다음 주의집중력이 더 좋고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발생 확률도 낮다.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는 6대 1의 비율로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에게 훨씬 더 많이 나타난다. 특히 초등학생 시절 체육 활동이 12세 이후 학업성적과 집중력 향상에도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상관관계는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체육활동이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다양한 도움을 준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아무리 강조해도 우리 부모들은 결코 따라하지 않는 연구결과이다. 주변 학부모나 학원의 말은 들어도 과학자의 말은 따르지 않는 반과학적인 현상이 우리사회에 팽배하고 있다.


이렇게 운동을 하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 몸이 건강할수록 시험 성적도 우수하다. 6~18세 어린이와 청소년 약 2000명의 최대 유산소 운동능력(Cardio Respiratory Capacity), 근력(Muscular Strength), 운동능력(Motor Ability)과 학습 성취와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결과 최대 유산소 운동능력은 학습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근력은 학습 성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특히 심폐 능력과 운동능력은 학업성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한 스피드와 민첩성, 동작 조정능력 등의 운동능력이 심폐 능력보다 학업성적과 더 큰 연관이 있다. 유산소운동을 하면 혈액순환이 좋아져서 뇌로 전해지는 산소와 영양공급이 늘어 뇌세포의 활동이 왕성해진이다. 운동이 두뇌에 미치는 이점은 효소(GPLD1)에서 얻을 수 있다. 노화한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운동 후에 이 효소가 증가해 쥐의 인지기능이 향상되었다. 그리고 7주 동안 규칙적으로 운동한 노화한 쥐의 혈액을 운동을 하지 않은 노화한 쥐에게 투여했더니 운동하지 않은 쥐도 학습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이들 쥐의 뇌의 해마에서 새로운 뉴런의 생성이 증가하였다. 사람도 건강한 노년층의 혈액에서 이 효소가 더 많다. 이 효소는 신체의 혈액 응고 및 염증을 감소시켜 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혈액 응고 및 염증 상승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인지능력 쇠퇴 및 치매 등과 연관이 있다.


유사한 연구는 너무도 많다. 몇 개만 더 소개한다. 부디 이러한 과학연구를 믿고 따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연구에 의하면 아이를 운동장에 자주 데려가서 운동을 시키면 체력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인지·언어능력까지 함께 발전된다. 7~9세 사이 학생 221명을 대상으로 방과 후 60분간 테니스, 수영, 축구 등 운동 활동을 한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 사이의 두뇌 발전 정도를 비교·분석하는 연구를 9개월 간 한 결과이다. 연구결과 신체활동 없이 책만 읽는 아이보다 다양한 운동으로 체력을 향상시킨 아이들이 더욱 인지능력과 언어능력 등 두뇌활동이 발전됐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신체활동 증가와 뇌기능 발전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걷기만 해도 기억력은 물론 창의성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 2014년 스탠퍼드대학교에서 48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걷기가 창의적 사고에 미치는 효과를 실험한 결과이다. 용도 찾기 테스트는 물건의 용도를 찾게 하는 테스트이다. 실험 결과 걸으면서 용도 찾기를 테스트했을 때 앉아서 했을 때보다 81% 더 좋은 성과를 얻었다.


10세 이전에 규칙적으로 운동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중학교 진학 후 집중력이 더 좋고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발생 확률도 낮다. 아동과 청소년이 규칙적으로 신체활동을 하면 정서조절 능력이 좋아지고, 학업성취도도 향상된다. 2000~2002년 영국 아이 4천여 명의 장기 추적 자료를 활용한 연구결과이다. 규칙적으로 신체활동을 하는 7세 아동은 자기조절 능력과 초등학교 입학 후 학업성적이 더 우수했다. 규칙적으로 체육활동을 한 11세나 14세 청소년도 자기조절 능력이 우수하고 학업성취도도 높았다.


이 모든 것은 왜 선진국의 교육과정에서 운동과 체육활동이 많은지 배경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중학생의 10명 중 8~9명, 고등학생의 10명 중 6명이 하루 6시간도 못 잔다. 고등학생들의 수면 부족은 과도한 스마트폰 이용과 게임, 학업과 입시 부담 때문이다. 주 3회 이상 패스트푸드 섭취는 2015년 16.7%에서 2017년 20.5%로, 주 3회 이상 탄산음료 섭취는 2016년 27.1%에서 2017년 33.7%로 증가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하루 60분, 주 5일 이상 운동하는 비율은 13.8%에 불과했다(대학저널, 2017.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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