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뇌의 조각가
인간은 마음만 먹으면 자기 뇌의 조각가가 될 수 있다.
Any man could, if he were so inclined, be the sculptor of his own brain.
산티아고 카할(Santiago Ramon y Cajal)의『Advice for a Young Investigator』에서
인간의 뇌는 계속 변한다. 뇌는 가소성을 가진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가 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끊임없이 수정하고 리 모델링을 하고 기능이 좋아지거나 천천히 쇠퇴한다.
Your brain - every brain - is a work in progress. It is ‘plastic.’ From the day we're born to the day we die, it continuously revises and remodels, improving or slowly declining, as a function of how we use it.
마이클 머제니치(Michael Merzenich)
정말로 인간은 자신의 뇌를 마음대로 바꾸고 조각할 수 있다. 그것이 곧 뇌 가소성이다. 가소성(可塑性)이란 고체가 외부에서 힘을 받아 형태가 바뀐 뒤 본래의 모양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을 말한다. 뇌 가소성(Neuro-plasticity)이란 뇌가 그렇게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뇌 가소성은 인간과 다른 동물을 구분하는 큰 차이이다. 대부분의 동물은 태어나자마자 얼마 안 되어 걷고 뛴다. 새끼의 뇌에 운동할 수 있는 능력이 이미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거의 백지 상태로 태어나 걷지도 뛰지도 못한다. 일어서고 걷고 말을 하려며 천억 개의 뉴런의 패턴이 형성되고 신경망이 연결돼야 한다. 물론 태어난 아이는 책을 읽지 못한다. 아이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따라하고 글자를 배우면서 그것이 뇌 신경세포에 반영되어 인지능력이 발달한다. 인간은 두 번 태어나는 것이다. 엄마의 몸에서 한 번 태어나고, 자라면서 형성된 뇌가 자아를 형성한다. 이러한 뇌 가소성은 영장류와 인간 같이 지능이 높은 생명체에서 크게 나타난다. 인간과 영장류의 대뇌 표면을 구성하는 대뇌 피질은 일생동안 꾸준히 성장하고 환경에 반응하면서 조직화 된다.
가소성은 다른 동물에게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개, 고양이, 돼지 등 가축화된 동물의 뇌는 야생에서 자란 것과 비교하여 작다. 가축화된 개는 뇌 크기가 야생 견에 비하여 약 30% 작다. 고양이, 양과 돼지는 각각 25%, 24%, 34%나 차이를 보인다. 가축으로 키워지면서 인간에게 의존적이고 피동적으로 성장하고, 공포나 공격성, 불안감을 조절하는 뇌 부위가 작아졌기 때문이다. 동물도 스스로 자립하지 못하면 뇌도 작아지는 것이다. 반대로 나타난 경우도 있다. 사람에 길들여진 여우의 뇌는 야생 여우보다 크다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선별교배를 통해 개와 같이 순종적이고 붙임성 있거나 공격성은 유지하면서도 야생 여우와 행동 패턴이 다른 새로운 종으로 개량한 결과이다. 이렇게 태어난 여우들은 뇌 전체와 회백 질, 소뇌, 편도 체, 전두전피질, 해마 등이 모두 컸다. 붙임성이 있는 등의 특징은 사회성이 있는 것으로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지능이 좀 더 발달한 종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여우들이 단순하게 사육된 게 아니라 미로나 장난감 등을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야생종보다 대뇌피질이 두꺼워진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일정한 교육을 받으면서 뇌 크기 역시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손에 사육된 여우의 뇌가 빠르게 변화한 것은 동물 신경계가 상상보다 신속하게 재편되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뇌 가소성이 큰 인간의 가능성은 훨씬 크다.
뇌 가소성은 모든 동물에서 나타난다. 예쁜 꼬마 선충 같은 미세한 동물에게서도 나타난다. 이 선충은 다 자랐을 때 크기가 1밀리미터 정도이고 수명이 2주가량인 선형동물이다. 그럼에도 생물학적으로는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와도 유사한 점이 많아 생물 연구에 널리 사용된다. 예쁜 꼬마 선충의 뇌는 전체적인 기하학적 형태에서는 태어날 때의 구조적 특징이 성체가 될 때까지 대체로 유지된다. 하지만 뉴런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시냅스가 계속 형성된다. 예쁜 꼬마 선충의 뇌는 시간이 감에에 따라 뇌 신경세포 뉴런이 일정 패턴에 따라 끊임없이 서로 연결되면서 정보처리 효율이 높아진다. 뉴런 사이에 새 연결(시냅스)이 계속 형성되며, 시냅스는 정보처리가 효과적으로 이뤄지도록 일정한 패턴으로 형성된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1-03778-8#citeas
그렇지만 인간의 뇌 가소성은 아주 특별하다. 인간과 가장 유사한 동물인 침팬지만 보더라도 많이 다르다. 침팬지의 지능은 선천적인 면이 강하다. 그러나 다른 동물에 비하여 인간의 뇌는 훨씬 가소성이 크고 유전자의 힘이 상대적으로 적게 영향을 미친다. 인간은 배우고 책을 읽으면 뇌는 그에 맞게 재편성된다.
인간 뇌의 가소성(plasticity)은 인간의 특성이자 본질이며 교육에서 핵심이다. 인간은 타고난 대로만 살지 않으며 무엇을 하고 무엇을 배우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될 수 있다. 물론 인간이라는 종의 한계는 있으며 개인이 가진 유전자의 제약은 받는다. 뇌는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는 학습을 한다. 뇌의 가소성에서 호기심이 나오고 무언가를 배우려는 탐구심도 나온다. 인간은 ‘그렇게’ 진화된 존재이다. 세계 어느 나라건 아이들은 아주 이른 시기부터 질문을 한다. 질문을 제기하는 능력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재능이다. 침팬지 같은 영장류는 훈련시키면 의사소통을 할 수 있지만 스스로 질문을 하지는 못한다. 영장류는 수학이나 과학 문제를 풀 수 없지만 인간은 가능하다. 태어날 때에는 수학을 풀 수 있는 능력이 없지만 뇌의 가소성으로 뇌가 발달하여 풀 수 있다. 이것이 교육의 출발점이다. 호기심으로 질문을 하는 것이 곧 교육이다. 그리고 질문을 통하여 토론을 하는 것이 곧 교육이다. 질문과 토론은 교육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