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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Aug 12. 2021

단백질이 인간수명에 미치는 영향


노화(Senescence)는 다양한 유형의 스트레스 반응으로 손상된 세포의 증식을 제한하는 과정이다. 인체 조직에 노화한 세포가 쌓이면 해당 기관의 퇴화와 함께 노인성 질환을 일으킨다. 노화한 세포를 제거하면 신체의 노화 속도가 느려져 건강하게 더 오래 살 수 있다. 사람은 늙으면 심장 질환, 암, 당뇨병 같은 비전염성 질병으로 사망한다. 노화를 유발하는 기본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건강하게 늙어가는 길도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노화는 단백질과도 관련이 많다.


신경계의 활동이 인간의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최초로 나왔다. 뇌의 과도한 활동은 수명을 짧게 하고, 과잉 활동(overactivity)을 억제하면 수명이 연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망자 수백 명의 뇌를 분석한 결과 85세 넘어서까지 오래 산 사람들은 60~80세 사이에 사망한 사람들보다 신경 자극 상태와 관련된 유전자 발현이 낮았다. 유전자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진 특정 단백질(RE1-Silencing Transcription factor, REST)은 신경 자극 상태를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 단백질을 차단하면 신경 활동이 증가하고 조기 사망에 이르는 반면, 증가시키면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100세 이상 장수한 사람들은 70대나 80대에 죽은 사람들보다 뇌세포 핵에 이 단백질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었다. 이 단백질을 활성화할 수 있다면 자극 상태의 신경 활동을 감소시키고 인간의 노화를 늦출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단백질이 많은 사람은 신경활동이 증가하여 수명이 짧아진다는 것이지만 정신활동을 많이 한다고 수명이 짧아진다는 것은 아니다. 정신활동을 많이 하면 오히려 치매에 걸릴 위험이 작아지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노화와 함께 감소하는 단백질 생성량을 증가시키자 쥐의 수명이 23%나 늘어났다. 쥐의 유전자를 조작해 노화와 함께 감소하는 단백질을 많이 생성하도록 만든 결과이다. 연구대상이 된 단백질은 노화에 따라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 ‘SIRT1’과 ‘SIRT6’ 두 종류이다. 쥐의 평균 수명은 수컷이 732일, 암컷이 756일이다. ‘SIRT6’을 과잉 발현시킨 수컷은 932일, 암컷은 872일로 수컷은 약 27%, 암컷은 15%의 평균 수명이 길어졌다. 두 단백질을 함께 증가시킨 경우 역시 수명이 길어졌지만 ‘SIRT1’만을 늘린 쥐는 수명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노화된 쥐는 지방과 유산에서 에너지를 얻는 능력이 저하되어 있었지만, 높은 수준의 ‘SIRT6’을 가진 쥐는 이러한 영양에서 에너지를 얻는 능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SIRT6’ 생산량이 많은 쥐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고, 암에 잘 걸리지 않았으며 빨리 달릴 수 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1-23545-7#citeas


미래에 이러한 단백질을 증가시킬 수 있는 안전한 약이 개발된다면 인간수명은 120살에 육박할 것이다. 유전자조작은 윤리문제로 어렵겠지만 나이 들어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꾸준히 진행되는 특정 단백질(CSB)의 결손이 증식 세포를 불가역적인 노화 상태로 몰아넣는다. 이 단백질은 조기 세포 노화를 촉발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단백질은 코케인 증후군(Cockayne syndrome)과도 관련이 있다. 코케인 증후군은 유럽 국가에서 0.0005%의 비율로 걸리는 극히 희귀한 질환이다. 이 단백질의 결핍이나 기능 이상으로 코케인 증후군 환자는 조로와 지적 기능 결함 등 증상을 보인다. 이 단백질의 결핍이나 손상은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이상과 연관돼 있다. 생리적 노화와 명확히 관련이 있는 세포 복제 노화(replicative senescence) 과정에도 이 단백질이 깊숙이 관여한다. 이 단백질이 결핍되면 세포는 회복 불가능한 노화로 치닫게 된다.


인간은 나이나 수명과 관련하여 피할 수 없는 결정론적인 운명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류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과학의 꾸준한 발전은 평균수명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그것이 인간 개체의 수준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수준에서 가지는 일종의 자유의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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