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는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인간만 걸리는 병이다.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침팬지조차 알츠하이머를 앓지 않는다. 현대인 90명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5만~20만 년 전 지능이 좋아지게 한 것으로 보이는 6개의 유전자를 발견했는데 이 유전자가 알츠하이머에 관여하는 유전자와 겹친다는 것이 밝혀졌다. 뇌가 성장하면 뇌신경의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뉴런의 연결망이 복잡해지고 필요한 에너지와 처리할 정보도 늘어나 뇌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지능 향상에 따른 과부하로 뇌가 시달리면서 언어능력, 기억력 같은 인지 기능 장애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치매를 유발하는 알츠하이머병은 인류 지능 발달의 대가인 것으로 추정되는 증거이다.
인간에게 나타나는 치매가 진화과정에서 나타난 것임은 오징어를 보면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갑오징어(Sepia officinalis)는 수명이 2년 정도이다. 갑오징어는 언제,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지를 기억하고 먹이를 결정할 때 활용한다.
갑오징어는 아동의 자제력을 시험하기 위해 개발된 마시멜로 테스트에서 침팬지나 까마귀 수준의 자제력을 보인다. 눈앞의 먹이를 보고 더 큰 보상을 위해 오래 참는 갑오징어가 더 높은 학습능력을 갖고 있다.
https://royalsocietypublishing.org/doi/10.1098/rspb.2020.3161
갑오징어도 나이가 들면 노화 현상을 보이지만 인간과는 달리 기억력은 쇠퇴하지 않는다. 갑오징어의 뇌는 인간과는 달리 해마가 없고 뇌 구조가 다르다. 뇌의 수직엽 부위가 기억 및 학습을 담당하는데, 죽기 2~3일 전까지는 쇠퇴하지 않다. 이런 점이 갑오징어가 나이 들어도 기억 능력이 나빠지지 않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최근에 일어난 사건을 기억하는 능력이 점점 떨어진다. 이런 기억을 일화기억(episodic memory)이라고 하는데 뇌의 해마 쇠퇴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의 기억력을 직접 측정하기 어려워 일화기억과 같은 방식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기억력 시험에서 나이 든 갑오징어가 젊은 개체만큼 우수했으며, 사실상 더 뛰어났다. 즉 인간은 지적인 능력이 진화하면서 해마가 발달했고 아니가 들면서 해마가 쇠퇴하면서 치매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https://royalsocietypublishing.org/doi/10.1098/rspb.2021.1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