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근수 Aug 27. 2021

고인류 데니소반인과 우리와의 복잡한 관계


멸종한 고인류인 데니소반인과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고, 새로운 내용이 계속 나오고 있다. 아직은 확실한 것은 알 수 없다. 여기서는 몇 가지 알려진 내용을 데미소반인을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데니소반인은 시베리아 남부에 있는 알타이 산(Altai Mountains)의 데니소반 동굴에서 발굴한 손가락 마디뼈에서 분석한 유전체 서열로부터 새로운 종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화석이 발굴되면 그 형태학적, 역사적 맥락을 함께 분석해 그 계통을 확인한다. 데니소반인은 그 형태학적 맥락은 알 수 없는 채로 DNA에 근거하여 이전까지 알려진 바 없는 새로운 종류의 호모(Homo)라는 것을 알게 된 경우였다. 이후 유전체 비교를 통해서 데니소반인과 네안데르탈인은 대략 40만 년 전 서로 갈라져나간 것으로 추정되었고, 그들의 조상과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이 서로 갈라져 나간 것은 최대 80만 년 전후로  추정되었다. 


네안데르탈인은 유럽, 데니소바인은 동남아시아에 주로 살면서 현생 인류와 이종교배를 했다. 둘 다 멸종되고 호모사피엔스만 지구상에 살고 있다. 인류에게 전해져 내려온 네안데르탈인 DNA는 아프리카를 제외하면 인구 집단과 관계없이 2% 안팎으로 비슷한 반면, 데니소바인 유전자는 주로 태평양 섬들과 동남아시아 주민들한테서 발견된다. 특히 오세아니아인과 파푸아인의 경우 아시아인들보다도 몇 배 더 많은 데니소반인의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인은 데니소반인의 유전적 흔적이 거의 없고, 유럽인은 아시아인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 감지되는 만큼 데니소반인은 아시아 지역에 주로 분포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지금까지 발견된 데니소반인의 화석은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손가락 조각과, 치아 세 개, 두개골 조각이 전부였다. 왜 다른 지역에서는 그들의 화석을 찾을 수 없는지 의문이 일었다. 특히 데니소반인 유전인자가 티베트인이 고지대 환경에 적응하는데 기여했다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그런데 어째서 티베트 주변에는 그들의 화석이 없는지 의문이었다. 결국 2020년 티베트 고원의 바이시야 카르스트 동굴(Baishiya Karst Cave)에서 중석기 시대 하악골이 발견되었는데, 대략 16만 년 전의 데니소반인으로 추정되었다. 이 화석에서 DNA가 추출되지 않아, 남아있는 단백질 흔적을 가지고 내린 결론이었는데, 그 신빙성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2020년 동굴 퇴적층에 남은 데니소반인의 DNA를 찾아내, 그들이 이곳에서 수만 년에 걸쳐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는 화석 대신 화석이 발견된 동굴의 퇴적층을 시기별로 분류해 존재하는 DNA를 추출하고, 그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DNA 검출을 시도했다. 검출된 미토콘드리아 DNA는 분석 결과 데니소반인의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이것이 대략 6만여 년 전 것과 10만여 년 전 것으로 뚜렷이 구분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바이시야 카르스트 동굴에 10만여 년 전부터 6만여 년 전 사이 적어도 수만 년에 걸쳐 데니소반인이 살았다고 보았다. 이는 데니소반인이 오랜 기간 티베트 고원의 고위도 저 산소 환경에 적응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그 적응 유전인자를 현대 인류에게 공유해 티베트 고원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하는데 기여했을 것으로 짐작하게 한다.


2020년 몽골의 살킷 계곡에서 발견된 데니소반인에 대한 연구가 나왔다. 3~4만 년 된 두개골을 분석한 유전체 데이터를 이미 발표된 다른 화석 유전체들과 현재 인류들의 유전체 데이터와 함께 비교 분석했다. 이를 통하여 데니소반인과 인류 사이의 혼혈에 대한 또 다른 증거가 또 나왔다. 지리적으로나 유전적으로나 현재의 동아시아인에게 더 가까웠던 이 살킷 사람에게 남아있는 데니소반인의 유전인자는 동아시아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인 전반에게서 현저하게 일치했다. 그러나 오세아니아 인들과 파푸아 인들에게 남아있는 데니소반인 유전인자 위치와는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세아니아인과 파푸아 인에게 존재하는 데니소반인 유전인자는 동아시아인에 비해 크게는 20배까지 더 많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는 서로 다른 데니소반인 집단과 혼혈 관계를 맺었기 때문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2021년 8월 스웨덴 웁살라대학이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의 연구에 의하면 필리핀인, 그 중에서도 흑인부족인 ‘아이타 막부콘’족이 데니소바인의 DNA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타 막부콘 족의 거주 지역은 루손 섬 서남부의 바탄반도이다. 종족 이름 자체가 ‘고립된 아이타족’이란 뜻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이곳에서 외부인과 별다른 접촉 없이 고립된 상태로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부족은 필리핀의 흑인 부족인 네그리토 가운데 하나이다. 필리핀의 네그리토는 5만3천 년 전 파푸아 섬에서 필리핀으로 이주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타 막부콘 족 게놈의 데니소바인 DNA 비율은 약 5%다. 이는 이전에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 파푸아뉴기니 섬의 파푸아족보다 30~40% 많은 것이다. 반면 대륙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아시아인들한테선 데니소바인 DNA 비율이 극히 작다. 동남아시아 섬에서 필리핀 네그리토들은 나중에 데니소바인 혈통이 거의 없는 동아시아 이주자들과 섞이면서 데니소바인 게놈이 많이 희석됐지만 아이타 막부콘 등 일부 부족은 이후 이주그룹과의 교류가 적어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데니소바인 혈통을 간직하게 됐다. 현생 인류와 데니소바인의 이종교배는 다양한 시기에 걸쳐 여러 지역에서 이뤄졌으며 필리핀 네그리토와 파푸아인 게놈에 다양한 비율의 데니소바인 흔적을 남겼다. 이번 연구는 데니소바인들이 동남아 지역 여러 섬에 널리 분포해 살았음을 시사한다. 유럽과 아프리카 사람들한테선 데니소바인 게놈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현생 인류와 고인류 사이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교류의 역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호모 에렉투스, 호모 루소넨시스 등 여러 고인류의 흔적이 이 일대에서 발견된 점을 고려하면 현생 인류와 고인류의 교류 관계는 매우 복잡해진다.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서는 11만 년 전 것으로 보이는 호모 에렉투스의 화석이, 필리핀 루손 섬에서는 6만7천 년 전 것으로 보이는 호모 루소넨시스의 발가락뼈와 치아가 발견된 바 있다. 데니소바인과 현대 인류의 교류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DNA 증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곳에서 발굴된 화석에서 이들의 DNA나 단백질이 나온 적은 없다. 열대기후에서는 물질의 조성이 쉽게 변질되기 때문이다. 현재 데니소바인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는 북쪽 시베리아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굴한 30만~5만 년 전의 화석 몇 조각과 티베트 고원의 샤허에서 발견한 16만 년 전의 아래턱뼈를 분석해 나온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지난 5만년 동안 필리핀에는 5번의 이주가 있었다. 흑인부족은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온 인구 집단이었다.

https://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21)00977-5?_returnURL=https%3A%2F%2Flinkinghub.elsevier.com%2Fretrieve%2Fpii%2FS0960982221009775%3Fshowall%3Dtrue


유해가 많이 남아 있지 않아 연구하기가 쉽지 않은 데니소반인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지만 유전체 학의 발달과 함께 꾸준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구상 산소증가의 생물학적인 결과와 물리적인 요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