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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Sep 03. 2021

인간과 같은 호모사피엔스인 네안데르탈인의 삶


네안데르탈인은 땅딸막하고 튼실한 체구, 쑥 들어간 이마, 커다란 뇌를 가졌다. 그들은 (최신 DNA 분석이 확인한 대로) 일부 유전물질의 차이 때문에 호모 사피엔스의 직계 조상은 아니지만 어쨌든 친척뻘은 된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와 너무 흡사해 호모사피엔스로 분류되었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으로 칭하고 우리 인간은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로 불린다. 같은 호모사피엔스이다. 그러나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네안데르탈인은 37.8년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염색체를 분석 결과, 단지 0.1~0.5%만이 다르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지금은 멸종되어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 유전자가 우리 인간에게도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이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와 성적인 교류를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성적인 교류가 가능하다는 것은 같은 종이라는 뜻이다.


20세기 초에 처음으로 복원된 네안데르탈인 골격은 구부정한 자세였다. 이는 프랑스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 노인 유골로 재현한 것이었다. 1950년대부터 네안데르탈인의 척추가 현생인류보다 굽었다는 가설과 현생인류보다 더 꼿꼿한 모습이었을 것이라는 사설이 공존해왔다. 2018~2019년에 후자를 지지하는 연구결과가 이어졌다. 3차원 그래픽으로 복원한 네안데르탈인의 골반, 척추, 요추 등의 위치와 방향 등에서 현대인과 큰 차이가 없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와 비슷하게 똑바른 자세로 걸었고 걷는 자세 역시 비슷하였을 것이고 엉덩이 부분의 뼈에 체중으로 인한 부하가 걸리는 것까지도 현대인과 동일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또한 네안데르탈인의 폐기능이 현생인류보다 뛰어났으며 폐활량도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놀라운 것은 네안데르탈인의 뇌의 크기는 호모 사피엔스보다 크다는 점이다. 네안데르탈인의 심리적·지적 능력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견해가 분분하다. 그들은 (한 때 추정되었듯이) 미개한 야수도 아니었고, (훗날 과장되게 주장되었듯이) 현대인과 같지도 않았다. 네안데르탈인은 석기와 사냥술, 불의 사용, 언어를 매개로 한 가족의 의사소통, 매장 풍습 등으로 ‘문화’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들은 부싯돌로 도구를 만들고 사냥기술도 뛰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사냥능력으로 인하여 이들은 초기 고 인류가 살지 못했던 현대의 우크라이나나 남러시아의 빙하지대에 거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사용한 도구에 대한 연구가 2020년에 발표되었다. 네안데르탈인은 가죽 손질 도구를 만들 때 동물의 뼈를 사용했으며 매우 섬세하고 정교하게 만들었다. 동물 가죽을 손질하는 데 사용되는 매끄러운 끝이 있는 동물 갈비뼈 조각인 ‘리소아르(lissoirs, 매끄럽게 하는 도구라는 뜻)’라는 도구를 사용했다. 당시 순록이 훨씬 더 흔했지만 소 갈비뼈로 만들었다. 네안데르탈인이 가죽을 손질할 때 어떤 것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나무에서 추출한 천연섬유를 꼬아 사용한 유물도 발견되었다. 천연섬유로 끈을 만들려면 재료가 될 나무의 성장과 계절적 변화에 관한 상당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2021년에는 더 놀라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의 선사시대 유적지에서 발굴된 코끼리뼈로 만든 도구가 만들어진지 10만년 뒤에나 일반화된 기술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로마 인근 유적지(Castel di Guido)에서 발굴된 동물 뼈로 된 도구를 분석한 결과이다. 이 유적지에 대한 발굴은 1979~1991년에 이뤄졌다. 연대측정 결과 약 40만 년 전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에 이곳에는 작은 개천이 흘러 코끼리(Palaeoloxodon antiquus)들이 물을 마시러 찾아오던 곳으로 추정된다. 이 코끼리들이 주변에서 자연사하면서 당시 인류가 그 뼈를 이용해 도구를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에서 발굴된 도구가 98점인데 한 사람이 만든 것처럼 표준화되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이런 방식은 훨씬 뒤에나 일반화된 기술이다. 특히 리스와(lissoir)와 비슷한 도구가 발견되었는데 이는 네안데르탈인이 동물 가죽을 부드럽게 만들 때 사용한 도구로 약 30만 년 전 쯤에야 널리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 유적이 유럽에 네안데르탈인이 출현한 시점과 비슷한 시기 형성된 것으로 보아 네안데르탈인의 유적으로 추정된다.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256090


네안데르탈인의 유골을 통해서 그들의 삶과 환경을 이해 할 수 있는 연구방법 중 하나는 치아를 분석하는 것이다. 나무가 나이테를 형성하듯 치아에도 매일 매일의 흔적인 선이 남는데 그것이 치아 성장선이다. 치아의 성장선에도 겨울이나 여름 같은 계절의 변화가 치아의 화학적 구성에 기록된다. 네안데르탈인의 치아 성장선은 나무의 나이테처럼 그들의 행동양식과 살던 주변 환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치아를 분석하면 보육부터 수유 같은 다양한 행동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계절적 주기까지 알 수 있다. 연구는 심지어 당시 네안데르탈인이 납에 노출되었다는 증거까지 발견했다. 이는 인류의 조상이 납에 노출됐다는 최초의 기록이다. 치아는 이미 멸종된 인류의 먼 친척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 네안데르탈인의 성장 속도와 생애 초기에서의 신진대사는 논란거리이다. 그런데 2020년 네안데르탈인도 우리와 같이 아이를 키웠으며 성장 속도도 비슷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발굴된 7만 년~4만5천 년 전 네안데르탈 어린이의 젖니를 분석하여 나온 연구이다. 치아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자라나면서 성장선(growth lines)이 있다. 이 연구에 의하면 네안데르탈인 아이는 생후 5~6개월이 되면서부터 이유식을 주기 시작했다. 우리 현대인도 어린이에게 더 에너지가 많은 식품이 필요한 생후 6개 월 경부터 이유식을 준다. 다른 영장류에 비해 인간의 두뇌 발달은 높은 에너지가 요구돼 어린이 식단에 고형식이 일찍 도입된다.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초기 유아기 때 비슷한 에너지 수요가 있고, 성장 속도도 서로 비슷하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네안데르탈인의 신생아가 우리 인간의 신생아와 체중이 비슷했으며, 임신 기간과 초기 개체 발생이 비슷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네안데르탈인이 대부분의 시간을 집 근처에서 보냈다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는 현대인과 매우 유사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안데르탈인들의 작은 인구가 이유식 연령의 차이에서 발생했다는 주장과, 이들이 우리 인간과는 다른 생물문화적인(bio-cultural) 요인으로 멸종됐다는 이론을 반박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아프리카에 있던 현생 인류의 조상들만 바다에서 식량을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논란이 있지만 해산물 섭취가 초기 현생인류의 인지 능력 향상을 가져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스페인 지브롤터에 있는 동굴에는 거의 10만년 동안 네안데르탈인이 살면서 조개, 갑각류 등의 식량을 구한 흔적이 있다. 네안데르탈인도 조개를 잡기 위해 바다에서 다이빙을 했다. 네안데르탈인이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야만적이고 상상력이 부족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증거이다. 이탈리아에 있는 동굴에서 발견된 조개껍질을 분석한 결과 그 일부는 네안데르탈인이 해저에서 채집한 것이라는 분석결과이다. 네안데르탈인이 해변에서 홍합을 채집하고 얕은 바다에서 낚시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수영이나 다이빙을 했다는 증거는 거의 없었다. 포르투갈 피게이라 브라바 동굴(Figueira Brava site)의 발굴에서도 홍합과 물고기, 게 등 해산물과 돌고래와 바다표범을 비롯한 포유류와 물새 등의 잔해가 출토됐다. 이 동굴에 살던 네안데르탈인이 육지에서의 수렵과 채집뿐만 아니라 홍합을 채취하고, 바다표범 등을 사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연대를 추정한 결과 네안데르탈인이 유럽에 정착한 시기인 10만6천~8만6천 년 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네안데르탈인도 해산물을 일상적으로 섭취하여 인지능력이 향상되었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네안데르탈인 역시 약 6만5천 년 전에 이베리아반도의 동굴에 벽화를 남겼으며, 조개껍데기 유물도 네안데르탈인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것을 보면 호모사피엔스와 같이 지능이 향상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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