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감각 가운데 눈은 빛을, 귀는 소리를 인지하지만, 후각과 미각은 화학 분자를 감지한다. 이 때문에 후각과 미각은 ‘화학감각’으로 불린다.
미각은 쓴맛, 단맛, 신맛, 짠맛을 느끼는 수용체가 각각 발견됐고, 여기에 감칠맛 수용체도 확인돼 5가지 미각 수용체로 음식 맛 대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 톡 쏘는 탄산 맛을 감지하는 수용체(Car4)와 지방 맛을 감지하는 수용체(CD36)도 부각되고 있다.
후각은 미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후각 수용체가 인지하는 냄새 분자는 1조 개가 넘는다. 한 분자가 한 가지 냄새를 내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후각 뇌 지도를 그리기 어렵다. 음식 5개 중 4개는 향으로 먹는다고 할 만큼 미각과 후각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후각은 식욕뿐 아니라 음식의 맛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과와 양파를 눈을 가리고 코를 막은 채 먹게 하면 인간의 미각은 둘을 구분하지 못한다. 식감이 비슷하고 당 함량도 유사하기 때문이다.
후각이 인간의 먹는 행위도 조종한다. 배가 고플 때는 음식 냄새가 절반만 섞여 있어도 뇌가 쉽게 알아차리는 반면 배가 부르면 음식 냄새가 80% 이상 섞여 있어도 뇌가 반응하지 않는다. 사람이 냄새를 느끼는 것은 코 점막의 후각 수용체가 냄새 분자를 감지해 뇌에 전달하기 때문인데, 음식을 먹고 포만감이 들면 뇌의 후각 피질이 음식 냄새를 자극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식욕은 우리의 의지라기보다는 코가 유발하는 행위이다.
https://journals.plos.org/plosbiology/article?id=10.1371/journal.pbio.30013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