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농경민이 떠돌이생활을 하는 수렵채집인보다 더 자주 병에 걸렸을 것은 예측이 가능하다. 다양한 가축과 함께 고정된 곳에서 정착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병원균에 집중적으로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터키 차탈회위크(Çatalhöyük)의 신석기 시대 대규모 유적지의 농부는 독감과 살모넬라균 같은 질병뿐만 아니라 말라리아와 결핵처럼 종전에는 없었던 질병에 걸렸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발견됐다. 이렇게 신석기시대 농경혁명으로 발생하고 인간이 가축과 함께 생활하면서 인간면역계에도 대전환이 발생했다. 대략 8000년 전 농경문화를 시작한 유럽인은 그 전의 수렵채집인 보다 훨씬 더 낮은 수준의 사이토카인을 분비했을 가능성이 컸다. 사이토카인은 병원균에 반응해 분비된다. 사람들이 새로운 병원균을 처음 접했을 때, 몇몇은 오늘날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 사이토카인을 과다 분비해 과민반응을 보이고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겪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아이들은 사이토카인 분비를 줄임으로써 전체 인구의 저항력이 높아졌을 것이다. 국소감염에서 시작돼 전신으로 번지는 칸디다균과 포도상구균 박테리아에 감염됐을 때 농경민은 이전의 수렵 채집인보다 더 강력한 염증 반응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강한 염증반응은 국소감염의 확산을 막는 효과를 발휘하지만 독감이나 말라리아처럼 강력한 전신반응이 발생했을 때는 통제 불능의 상태로 몰아넣게 된다. 염증을 조절하는 유전자 숫자가 신석기 초기부터 강력하게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농경문화 이전에 유럽에 퍼졌다면 수렵채집생활을 하던 고대인은 염증촉진 사이토카인을 더 많이 생산했기에 오늘날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https://www.science.org/content/article/how-ancient-farmers-throttled-their-immune-systems-survive
https://elifesciences.org/articles/64971
기원전 3300년경의 두개골이 흑사병(Black Death. 페스트)을 옮긴 ‘0호 환자’ 후보일지도 모른다. 이 두개골은 라트비아 유적지에서 출토됐는데 20~30세까지 산 것으로 보인다. 흑사병이 막 지구를 휩쓸기 시작했을 때 수렵과 채취 활동을 동시에 한 이 사람은 감염 병을 여기저기 옮긴 감염원으로 짐작된다. 이는 우리가 아는 가장 오래 된 감염 병 희생자이다. 이 사람은 원시 흑사병 박테리아(Yersinia pestis)를 퍼뜨렸고 아마도 설치류에 물린 후 오래지 않아 패혈증성 쇼크(septic shock)로 죽은 것으로 보인다. 흑사병은 중부 유럽에 농사가 시작된 기원전 5000년경부터 발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박테리아가 대규모 감염을 일으키지 않고도 간헐적으로 동물이 인간에게 옮겼다. 이 균은 인간을 감염시킬 정도로 적응해 선 페스트(bubonic plague)로 진화했다. 하지만 초기 페스트균은 느리게 번져 신석기 시대가 막을 내릴 즈음 서유럽의 급격한 인구 감소를 불러올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연구는 이 시기 유럽에서도 흑사병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을 가능성을 실증한 것이다.
‘인류 최초의 전염병’으로 불리는 천연두는 기원전 1500년 고대 인도에서 발병했다. 기원전 1157년 사망한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 5세의 미라에서도 흔적이 발견됐다. 2세기 로마제국의 아우렐리우스 황제를 포함해 500만 명의 로마인도 천연두로 숨졌다. 아우렐리우스가 동쪽의 훈족과 전쟁을 벌이고 돌아왔을 때 천연두가 도시에 퍼졌다. 도시에 많은 사람이 살아 도시는 불결했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인구의 대이동이 시작된 것이 감염의 경로로 추정된다. 누구도 이성과 과학으로 질병을 연구하거나 설명하지 못했다. 중세시대 사람들은 페스트 초기에 개와 고양이가 페스트의 주범이라고 판단하여 개와 고양이를 잡아 죽였다. 그 결과 벼룩을 옮기던 매개체인 쥐가 더 창궐하게 되었다.
기원전 430년경에 아테네에서는 5년 동안 전염병이 퍼져 약 십만 명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다. 투키디데스(Thucydides, 기원전 460~400)는 갑자기 열이 나고 눈이 충혈 되면서 입안에서도 출혈이 있었고, 악취가 심한 숨을 쉬었다고 기록했다. 파르티아(Parthia, 고대 이란)와의 전쟁(기원전 66~217)에 참전했던 로마 병사들이 승리를 거두고 돌아왔다. 그들은 천연두로 추정되는 전염병을 로마제국 전역에 퍼뜨렸다. 15년 동안 지속된 이병은 로마인 5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로마 황제 베루스(Lucius Verus)는 169년에 사망했고, 안토니우스(Marcus Aurelius Antonius) 황제는 180년에 이병으로 사망했다.
동로마 제국 유스티니아누스(Justinianus) 황제가 통치하던 시기(527~565)인 541~542년 역병(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이 유행하여 세계 인구의 10%(2500만~1억)가 죽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때 유행한 질병은 쥐벼룩이 매개하는 페스트(Yersinia pestis)라고 판단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