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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로 탄생한 생명: 생명의 필수물질 인의 기원


2021년 3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는 10억 년 동안 지구에 떨어진 번개가 지구에 생물학적 생명체가 태어나도록 자극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약 35억 년 전에 떨어진 수많은 번개로 지구상에서 생명에 필수적인 물질인 인이 만들어졌다는 연구결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은  지구상에 운석이 충돌하여 만들어진 인보다 많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생명에 필수적인 요소인 인은, 생명체의 움직임이나 성장 및 생식에 이르는 모든 생명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인이 없으면 생명도 없다는 의미이다. 35억 년 전은 최초의 기본적인 생명체가 지구에 출현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이러한 연구가 나오게 된 것은 2016년 미국 시카고에 떨어진 번개 사건이 배경이었다. 2016년 시카고 서쪽의 글렌 엘린(Glen Ellyn) 마을 가정집에 돌덩어리가 강타했다. 놀란 주인은 인근의 휘튼 대학(Wheaton College)에 이 사실을 알렸다. 이 사람의 재치 있는 행동이 없었다면 이 연구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은 우연의 연속이다. 당시 그 대학생이었던 벤자민 헤스(Benjamin L. Hess)는 예일 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여 이 돌덩이를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충돌로 번개가 모래나 흙, 돌멩이에 내리치면서 성전 암(fulgurite)이 생성되었다. 이 섬전 암을 조사하다가 운석에만 있는 슈라이베르사이트 (schreibersite)라는 광물을 발견했다. 이 광물은 철, 니켈, 인이 결합한 화합물이다. 이번 연구로 번개가 치는 과정에서 생겨난 섬전 암이 인의 기원으로 떠올랐다. 연구팀에 의하면 약 45억 년 전부터 생명체가 처음 탄생하던 약 35억 년 전까지는 번개가 연평균 10억~50억 번 발생했을 것이라는 추정했다. 번개가 생명의 기원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 것이다. 지구 형성 이후 약 10억 년 동안 지구에 대량의 운석이 떨어졌고, 이 광물 같은 인이 풍부한 외계 운석이 지구 생명체의 인 공급원이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생명의 탄생에는 탄소, 수소, 질소, 산소, 인과 황이라는 6개 원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중 탄소와 수소, 질소와 수소는 혜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인간의 DNA와 세포막에 존재하는 생명의 필수 구성 물질 중 하나인 인은 직접 발견되지 않았었다. 이를 찾지 못하면 생명의 구성 물질을 혜성이 가져왔다는 가설은 미완성이다. 


원시 지구에는 인이 풍부했고, 초기 생명체 탄생에도 인이 중요한 구성 요소로 알려졌다. 생명체의 기본 단위인 DNA와 RNA는 염기, 당, 인산염으로 이뤄진 뉴클레오티드를 기본 골격으로 삼고 있고, 세포의 기본 에너지원도 인이 포함된 아데노신삼인산(ATP)이다. 원시 지구에서 인은 대부분 반응성이 낮은 광물에 포함돼 있어 생체 분자 형성에 필요한 인이 어디서 기원했는지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2020년 우주에서 항성이 형성되는 지역에서 인 분자가 형성돼 혜성을 타고 지구로 왔다는 것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인 분자는 일산화인(Phosphorus Monoxide, PO)으로 지구 생명체 출현에 핵심적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설치된 초정밀 안테나 66개로 구성된 전파망원경(Atacama Large Millimiter/submillimeter Array, ALMA)을 통해 마차부자리(Auriga)에 있는 별 생성지역인(AFGL 5142)을 관측했다. 그 결과 일산화 인을 가진 분자가 대형별이 만들어질 때 형성된다는 것이 처음으로 확인되었다. 일산화 인이 성간 먼지 알갱이를 둘러싼 얼음에 갇히고 이 알갱이들이 서로 뭉치면서 자갈이 되고 미 행성(微行星)을 거쳐 혜성이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연구 결과가 지구에 생명체 구성 물질을 전달하는데 있어 혜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2020년에는 또 한 혜성(comet 67P/Churyumov–Gerasimenko)에서 인을 발견했다. 황도 이 혜성에서 이미 발견되었다. 이에 따라 생명에 필요한 중요 원소를 모두 혜성에서 찾아냈다. 생명에 필수적인 6개의 원소인 탄소와 수소, 질소, 산소, 인 그리고 황이 고체인 혜성 물질에서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발견은 아직 젊었던 지구에 혜성에서 이들 물질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혜성은 1969년 발견되었고 6년 반의 주기로 태양을 공전한다. 2014년 유럽우주국(ESA)의 탐사선 로제타가 혜성에 도달해 착륙에 성공한 뒤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2021년 3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된 연구는 지구상에서 발핸 수많은 번개로 만들어진 인은 지구상에 운석이 충돌하여 만들어진 인보다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혜성에서 온 것도 있지만 지구상에서 만들어진 것이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혜성에 있는 인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모른다. 물론 생명의 필수적인 요소인 인의 기원이 밝혀졌다고 하여 생명의 기원이 밝혀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설이 존재하면 다양한 설명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지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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