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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Oct 08. 2021

우울증은 자유의지로 벗어날 수 있는가


우울증은 의욕저하와 우울 감이 나타나면서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신경정신질환이다. 일시적인 우울감과는 다른 우울증은 매우 흔한 정신질환이다. 약물치료나 정신치료가 주로 사용되고 있는데 우울증이 심한 경우는 약물치료도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효과가 없는 경우도 간혹 있다. 


나탈리 라스곤(Natalie L. Rasgon) 스탠포드 대학(Stanford University) 의과대학 교수팀은 우울증 환자는 아세틸엘카르니틴(Acetyl-L-carnitine)의 혈중 농도가 정상인보다 낮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울증 증상이 심각한 사람은 가장 낮은 아세틸엘카르니틴 수치를 보였다. 어린 시절 학대, 방치, 가난, 폭력 등에 노출된 사람은 이 수치가 낮았다. 뇌 신경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신경 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생성을 촉진시켜 주는 아세틸엘카르니틴은 약국에서도 판매되고 있는 물질이다. 동물실험에서 아세틸엘카르니틴 결핍이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있었다. 이번 연구는 처음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확인한 것이다. 인간은 평생 약 15% 내외가 우울증을 앓을 수 있지만 약을 처방받는 환자의 반 정도만 효과가 있고 부작용도 있어 장복이 어렵다. 연구진은 우울증의 중요한 부분을 발견했지만, 그 물질을 보충해도 실제 환자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는지 여부는 아직 검증하지는 않았다. 우울증이 자라는 환경에서 형성될 수 있으며 그로 인하여 뇌가 변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사람은 스스로 우울증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나마 타율적인 약을 복용하여 개선될 수 있다.


우울증으로 뇌가 변한 사람은 뇌 자체를 고쳐서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다. 30여 년간 난치성 우울증을 앓으면서 재발과 자살 시도를 반복하던 사람이 뇌에 감마 방사선과 초음파 치료를 받고 우울증을 고친 사례가 있다. 뇌 초음파 수술은 우울증과 관련된 신경회로 대뇌 내포 앞쪽에 초음파를 쏴 신경 회로 작동을 멈추게 하는 방식이다. 2021년 미세전기 자극을 이용해 중증 우울증 환자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보고되었다. 뇌에 약한 전기 자극을 주어 중증 우울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다. 중증 우울증인 한 여성을 대상으로 뇌의 특정부위에 전극을 이식한 뒤 저 강도 전기 자극을 했더니 뇌파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고 우울증 정도도 반으로 줄어들었다. 더 많은 환자들에 대한 임상연구 사례가 더 필요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우울증을 비롯한 다른 신경정신질환의 치료에 적용될 수 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21-01480-w


일상생활에서 간단하게 우울증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카페인은 도파민이나 글루타민 같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이나 노르에피네프린처럼 기분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시킨다. 카페인에 의한 신경계에의 작용은 항 우울 제를 복용했을 때와 유사하다. 매일 커피를 꾸준히 마시면 우울증 예방 효과가 있다. 여자 5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10년간 추적 연구한 결과 하루에 커피를 2~3잔 마시면, 일주일에 1잔 이하를 마시는 것과 비교해 우울증 발생 위험이 15퍼센트 낮았고, 하루 4잔을 마시면 20퍼센트 낮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연구에서도 커피를 하루에 1잔 마실 때마다 우울증 위험은 8퍼센트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커피 외에 카페인이 포함된 차나 콜라 등의 음료를 섭취하는 것은 효과가 없었다. 다시 말해 우리의 뇌는 우리의 의지로 바꾸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 하지만 우리의 지식과 의지로 커피를 마셔 뇌에 자극을 주어 우울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지식이 자유의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자유의지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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