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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문명과 종교의 패러다임을 바꾼 '우주' '자연'재해

고대 그리스 문명은 지중해의 크레타 섬의 미노아 문명(Minoan civilization)에서 기원전 3650년경부터 시작되었다. 크레타 섬은 면적이 넓고 평야가 많아 문명이 발달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온난한 기후 역시 미노아 문명의 발전을 뒷받침 했다. 아시아와 유럽 지역을 연결하는 해상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했고 풍족한 경제 상황은 거대한 궁전과 건축물의 완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미노아 문명은 기원전 1600년경 발생한 대규모 화산폭발로 위기를 겪는다. 화산이 폭발할 때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엄청난 양의 입자와 가스는 성층권에서 황산구름을 형성한다. 이 구름은 태양광선을 차단하여 태양에너지는 지표에 도달하지 못해 하층대기와 지표가 냉각된다.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이 폭발했을 당시 세계 연평균 온도는 무려 5도나 내려갔다. 크레타 섬을 덮은 화산재의 규모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흔적은 크레타 섬 곳곳에 아직 남아 있다. 당시 매몰된 도시가 1866년 발굴되기도 하였고, 용암에 묻혀있던 도자기도 다수 발견되었다. 기후학자들은 화산재로 크레타 섬의 기온은 급강하하고 식수원은 오염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적조 현상으로 물고기는 폐사하고 농작물 고사로 식량부족 현상도 심화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그리스인의 침략이 더해지면서 미노아 문명은 결국 붕괴되었다.


기원전 1600년경에는 또 다른 재앙이 그리스 동쪽 소아시아에서 일어났다.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카 강 유역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그 일대가 쑥대밭이 되었었는데 그 원인은 소행성의 공중 폭발 때문이었다. 시베리아 소행성 폭발로부터 2500년 전인 기원전 1600년경에도 중동에서 비슷한 대재앙이 일어났다. 톨 엘 함맘(Tall el-Hammam)이란 곳으로 사해의 북동쪽, 요르단 계곡 남부의 고지대에 있는 대규모 유적지이다. 땅이 아주 비옥하여 수만 명이 모여 생활할 정도로 큰 톨 엘 함맘과 다른 15개 도시, 100개가 넘는 마을이 있었다. 기원전 4700년부터 무려 3000년간 존재했던 이 도시는 기원전 1650년에 사라졌고 600년 간 사람이 살지 않았다. 이 유적지에는 무려 1.5m 내외의 두터운 파괴 층(destruction layer)이 쌓여있다. 궁궐외벽, 도기 파편, 진흙벽돌, 도기, 뼈, 숯과 재로 구성된 파괴 층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이곳은 2000도의 고온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도기 파편의 분포가 서남쪽에서 동북쪽으로 방향성을 보여 강력한 재난이었음을 추정하게 한다. 균열된 석영과 다이아몬드 라이크카본(DLC)도 발견되었는데 이것은 탄산염암 등이 고온·고압에 노출되어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도시도 시베리아 퉁구스카 대폭발보다 훨씬 강한 에어버스트(공중 폭발)로 멸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변의 비옥한 토지에 심각한 염해를 초래했을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소금 결정이 상공으로 치솟아 톨 엘 함맘 주변 지역에 뿌려져 엄청난 염해를 일으켰다. 600여 년 간 사람이 살지 못한 이유도 염해로 인하여 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톨 엘 함맘의 멸망이『구약성서』「창세기」에 기록된 파괴된 도시 소돔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소행성의 폭발을 신의 노여움을 받아 유황불에 멸망한『구약성서』속 소돔이 모티브로 사용했다는 추정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1-97778-3


미노아 멸망 이후 문명의 중심은 그리스 남부의 미케네로 이어진다. 미노아 문명을 멸망시키고 도시국가 트로이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만큼 강력했다고 전해지는 미케네 문명은 기원전 1100년경에 이르러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미케네의 멸망을 두고 고고학자들은 크고 작은 반란, 이민족과의 전쟁과 더불어 기후변화를 원인으로 꼽는다. 기후변화가 문명의 붕괴를 앞당겼다 추측되는 이유는 이 시기에 발생했던 대가뭄의 기록 때문이다. 기후학자들과 고고학자들은 대가뭄이 길어지면서 식량 부족으로 아사자가 속출하고 도시 인구가 감소하면서 미케네 문명은 힘을 잃고 결국 쇠퇴하였다고 추정한다. 이러한 초기 고대 그리스 문명은 고대 그리스 시대(기원전 1100년경~기원전146년)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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