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사람들의 지능지수의 평균은 90도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과거에 있었다.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후진국 아이들도 지능지수가 낮게 나온다. 의미는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 사용한 지능지수 테스트를 적용한 결과로 과학적으로 오류가 있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인종주의자들은 흑인 또는 남미 사람들은 머리가 나쁘다고 주장한다. 전혀 근거 없는 말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타고난 지능이 낮은 것이 아니다. 지능과는 달리 지능지수는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가난과 불평등이 결정적이다. 어떤 사람이라도 인종에 관계없이 척박하고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면 지능지수가 낮아진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음식만 조금 잘 먹여도 지능지수가 좋아진다는 연구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1969년 과테말라에서 먹을 것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고단백의 음식을 제공하였더니 성인이 됐을 때 대부분 고학력자가 됐다. 이후 브라질, 페루, 필리핀, 케냐 등에서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아, 척박한 환경에 노출되면 아이들의 인지기능까지 떨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척박한 환경으로는 고아원이 있다. 아무리 고아원 시설이 좋아도 부모가 없는 환경에서 자라면 정서적으로나 뇌 발달 면이나 문제가 생긴다.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 20명의 뇌를 분석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뇌의 회색 질, 백질 부위 영역이 상당히 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위는 주의력, 언어능력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입양되어 가족이 생긴 아이들의 뇌에서는 이 부위가 다소 넓어졌다. 다른 연구에서도 대부분 결과는 비슷하게 나타났다. 어린 시기의 뇌는 바깥세상과 상호작용하고 자극을 받으며 발달한다. 어렸을 때 빈곤으로 인한 영양부족이나 학대와 같은 환경에 놓이면 뇌 구조에 변화가 생긴다.
경제적 환경이 미치는 영향은 유명한 마시멜로 효과를 부정하는 연구로 분명하게 드러났다. 마시멜로 검사(Marshmallow test)는 웬만한 육아서적에 다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 만 네 살 반 정도의 아동 600명에게 마시멜로 하나를 그 자리에서 바로 받을 것인지, 아니면 15분을 기다렸다가 두 개를 받을지 선택하게 했다. 그리고 그 후에 20년 정도를 추적 연구했더니 즉각적인 만족을 지연시켰던 아동은 유혹에 굴복한 아동에 비해 지적 특성도 우수하고, 성취도 더 좋았다. 이로 인해 어린 나이에 충동이나 식욕에 의한 행동을 인지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그 아동의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말해 주는 예측변수로 보게 되었다. 이 연구는 1970년에 발표되었는데 거의 50년 가까이 널리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2018년 마시멜로 효과는 반박되었다. 부모 등의 사회경제적 배경이나 교육수준을 감안하고 나면, 그러한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만 4세 때의 마시멜로 선택 행동과는 관계없이 만 15세가 되면 부유한 전문직 가족 출신들이 그렇지 않은 배경을 가진 또래보다 일반적으로 성취도가 높은 것으로 나온 것이다. 이 새로운 연구결과는 직관적으로도 타당하다. 결핍된 환경에서 자라다 보면 장기적 보상보다는 단기적 보상을 선택하게 된다. 마시멜로 효과는 부모의 경제력이 반영되지 않아 모순이 발견되었지만 어느 정도는 유효하다. 자기 통제, 주의 집중, 충동 조절이 장기적인 성공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는 많다. 미국에서 13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장기 연구에서도 아이들의 장래 학교 성적과 명문 대학 입학을 예측하는 요인으로 지능지수보다 자기통제 능력이 2배나 큰 정확성을 보였다.
경제적 빈곤은 아주 짧은 기간에도 지능에 영향을 미친다. 당장 돈이 없어 스트레스를 받아도 지능지수의 차이가 난다. 2013년 하버드대학과 프린스턴대학 연구팀이 진행한 실험결과이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상대로 차가 고장 났을 때 수리여부에 대해 질문을 하였다. 수리비가 150달러라고 했을 때 지능지수의 차이는 미미했지만 1500달러라고 했을 때 가난한 사람의 지능지수가 13포인트나 낮게 나왔다. 지능지수를 측정할 때 기분에 따라 측정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가난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평생 받는다면 더 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같은 사람도 경제적 상황에 따라 지능지수가 다르게 나왔다. 인도의 농부를 대상으로 수확 전후 4개월 차를 두고 지능지수를 측정했더니 수확이 끝나 경제사정이 좋아지자 지능지수가 10포인트 높게 나왔다. 놀라운 현상이다.
개인의 경제적 빈곤뿐만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도 사회전체의 학습능력에 악영향을 미친다. 소득불평등은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 계층이동을 차단하고 고착화시킬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992년에서 2019년까지 분석한 결과 소득 불평등 수준이 높은 주에서의 학업 성취도가 전체 평균보다 낮다. 소득 불평등이 학생들 전체의 학업 성취도를 떨어뜨렸다. 특히 소득불평등은 10대 청소년의 수학성적에 직접적이고도 강한 영향을 미쳤다. 소득불평등이 급격히 악화된 주의 경우는 수학점수가 17.5점 상승했지만 계층 간 소득격차가 크지 않은 주에서는 평균 24.3점 올랐다. 읽기능력 등의 분야에서도 소득불평등이 영향을 미쳤지만 수학점수가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학업성취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느 정도의 소득 불평등이 사회적으로 동기를 제공하지만 지나친 소득불평등은 학업성적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역기능이 나온다.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00131911.2021.1974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