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게 얽혀있는 사회는 인간, 유인원, 포유류 정도는 되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암수 한 쌍의 단위가 무리를 이루고 다른 무리와 관계를 맺으려면 두뇌가 발달된 종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류 중에서 비교적 머리가 작은 새(대머리 호로 새)도 안정적으로 무리를 형성하고 복잡한 사회를 구성한다는 것이 2019년 밝혀졌다. 무리 생활을 하는 다른 조류들이 이 무리 저 무리 왔다 갔다 하는 것과 달리 이 새는 한 무리에서만 생활을 한다. 밤에는 나무 주변에 수백 마리가 함께 모여 있다가 낮에는 거의 완벽하게 소그룹으로 나눠 생활한다. 조류에서 이런 복잡한 사회가 관측된 것은 처음이다. 사회를 구성한다는 것이 일부 조류는 상당한 지능이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새들도 새끼를 낳고 교육을 시킨다는 것도 함축한다.
아기가 부모로부터 걷고 언어를 배우듯이 새들도 노래하는 법을 어미로부터 배운다. 구애와 번식을 비롯해 영역 표시, 먹이 위치 공유 같은 의사소통을 노래를 통해 나눈다. 아기가 부모로부터 말을 배우지 못하면 제대로 말을 못하듯이 새도 어미로부터 노래를 배우지 못하면 제대로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 꿀 빨이 새(Regent honeyeater)는 멸종위기 종이다. 한때 호주 전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새였으나 2021년 현재 야생에 수백 마리만 남았다. 2019년부터 이어진 호주 산불 사태는 이들 종에게 치명타를 입혔다. 이 새의 수가 줄어들면서 새끼가 노래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노래를 못 배운 수컷들은 잘못된 방식으로 지저귀었고, 암컷은 이러한 수컷을 기피하여 번식할 확률이 낮아졌다. 인구가 너무 적어 언어를 잃게 된 원주민 사회와 비슷한 상황이다. 자신의 종과 의사소통하는 능력이 없다는 것은 야생동물에게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인간의 언어나 새의 노래는 이렇게 교육을 통해 전달된다.
https://royalsocietypublishing.org/doi/10.1098/rspb.2021.0225
지능이 높은 동물은 새끼를 오래 키운다. 지능이 가장 높은 인간은 가장 오랫동안 자녀를 키운다. 10대 후반이나 20대까지도 부모 집을 떠나지 않는다. 머리가 좋은 까마귀도 집에서 오랫동안 머문다. 까마귀는 큰 머리를 가졌고 집단으로 생활한다. 큰 까마귀의 뇌는 신체 질량의 거의 2%를 차지하여 인간을 방불케 한다. 까마귀는 막대기를 이용해 통나무 속의 애벌레를 끄집어내면 새끼들은 이를 보고 배운다. 어미들은 기다리면서 새끼들의 학습을 돕는다. 거의 4년 동안 어미 곁에 머물며 배운다. 이들의 4년은 인간으로 치면 20년에 해당한다. 까마귀가 새끼를 가르치는 것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준다. 또한 새끼가 배우는 것을 기다려준다.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보고 배운다고 한다. 부모의 말이 아니라 부모들이 사는 모습을 배운다는 의미이다. 중요한 대목이다. 또한 아이들을 조급하게 선행학습과 사교육으로 키우려 하는 것도 까마귀로부터 배워야 한다. 까마귀 어미는 스스로 행동으로 보여주고 아이들이 따라 배우기를 기다린다. 새끼들이 아직 배울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데 조급하게 억지로 시키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스스로 하도록 기다려줘야 한다. 우리 사회의 ‘빨리빨리’ 분위기에서 실천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아이들 뇌의 발달은 단계가 있으며 단계별로 차곡차곡 배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지 말만이 아니며 왜 그러한지는 뒤에서 ‘과학적으로’ 설명할 것이다.
까마귀와 같은 동물도 새끼를 교육시키는 것을 보면 교육은 인간만의 독특한 것이 아니다. 다른 점은 인간의 자녀교육은 훨씬 길며 자녀가 박사과정까지 들어가면 30대 중반까지 지원해준다는 점이다. 그만큼 인간은 배울 것이 많고 고도의 학문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부작용도 나타난다.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도 품에서 떠나보내지 못하는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로 인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자녀 주변을 맴돌며 좀처럼 떠나지 못하는 부모들이다. 성인이 된 후에도 대학, 학과, 직업, 심지어 배우자를 선택하는 일에까지 직접 간섭한다. 명심할 것은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자녀들은 독립하지 못하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까마귀는 머리가 좋아 그렇게 아둔하게 자녀를 키우지는 않는다. 동물이 새끼를 어릴 적에 키우는 것은 또한 인간이 오랜 시간 자녀를 키우고 교육시키는 목적은 하나이다. 그들이 독립하고 스스로 문제해결 능력을 가지고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바로 이 문제해결 능력이 지능이다. 헬리콥터 부모처럼 자녀의 문제에 일일이 간섭하고 학원에서 수동적인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해치는 일이다. 까마귀로부터 배우는 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