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뇌의 구조


뇌의 크기가 지능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면 지능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 조상의 뇌 진화과정은 그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호모 날레디(Homo naledi)라는 인간 조상은 수십만 년 전에 살았는데 뇌가 아주 작았다. 이들 뇌의 크기는 현대인간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2018년 연구에 의하면 이들은 뇌가 아주 작았지만 호모 하빌리스나 호모 에렉투스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 뇌의 크기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뇌의 구조와 기능도 지능에 중요함을 의미한다. 2004년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키가 1미터에 불과한 고 인류(Homo floresiensis)는 약 2만 5천여 년 전에 살았던 종이다. 이들의 뇌 크기는 침팬지 수준인 400cc 정도로 우리 인간에 비하면 아주 작다. 그런데도 인간이 만들었던 정교한 화살촉과 돌칼이 함께 발견되었다. 화석을 분석한 결과 대뇌 피질이 호모 사피엔스와 비슷하였다. 지능에 있어서 더 중요한 것은 뇌의 크기가 아니라 그 구조와 기능임을 보여준다. 더욱이 인류의 체구와 뇌 크기는 선사시대 이래로 점점 작아지고 있다. 1만 년 전 80kg 정도이던 몸무게가 지금은 70kg대로 줄었듯이 크로마뇽인의 뇌는 1500cc였지만 현대인의 뇌는 1350cc로 작아졌다. 인간의 뇌가 에너지 사용을 줄이면서도 효율적인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뇌가 구석기시대를 지나면서 작아진 것이 집단지성 때문이라는 최신연구가 있다.


인류의 조상이 침팬지 조상과 계통이 갈라진 이후 수백만 년 동안 두뇌는 몇 배나 커졌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현생 침팬지보다 20%나 큰 두뇌를 가졌을 정도로 두뇌가 컸다. 처음에는 느리던 두뇌 팽창속도는 210만 년 전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고 150만 년 전 약간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빠르게 증가했다. 호모속의 직립원인이 등장하고 불과 석기 이용에 따른 영양섭취 향상 등에 힘입어 급속도로 큰 두뇌를 진화시켰다. 그러나 빙하기가 닥치던 플라이스토세(홍적세) 말 1만 년 전 경 인류의 두뇌는 갑자기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발생한 원인에 대하여 뇌가 줄어든 게 아니라 체격이 작아진 것이라거나 야생동물이 가축화하면서 뇌가 줄어든 것처럼 인류도 ‘자기 가축화’해 그렇다는 등 다양한 가설이 나왔다. 또 그 시기도 3만5000년~1만 년 전 등 여러 가지였다. 그러나 2021년 기원전 1000년경부터 인간 두뇌의 크기가 감소세로 바뀌었고 기 이유는 집단지성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구석기시대 사냥을 하면서 살던 사람들은 대부분 작은 무리로 살았다. 이들이 사냥을 하다가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거나 악천후가 닥치면 자신들의 경험과 판단으로 어떻게 할지를 결정해야 했다. 그러나 신석기시대 농업혁명과 함께 지식이 축적되어 집단지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란 여러 사람이 모여서 축적한 지식을 말한다. 나 홀로 지식을 모두 기억할 필요가 없어지고 집단이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뇌를 많이 사용할 필요가 적어졌다. 지식이 공유되고 지식이 전문화되면 개인들의 뇌는 점점 작아졌다. 21세기 현대인들도 전화번호는 스마트폰에 저장하고,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으로 길을 찾고, 웬만한 지식은 인터넷을 통하여 얻을 수 있다. 스마트폰 등을 사용하면서 근현대에 들어와 처음으로 인간의 지능지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늘날 학문의 세계에서 집단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https://www.frontiersin.org/articles/10.3389/fevo.2021.742639/full


여기서 아인슈타인을 사례로 보기로 한다. 아인슈타인은 생전에는 물리학에 혁명을 가져왔고 죽어서는 뇌 과학 연구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아인슈타인의 뇌를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한 것이다. 캘리포니아 대학(버클리)의 메리언 다이아몬드(Marian Diamond, 1926~2017)는 1985년 ‘한 과학자의 뇌에 대하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On the brain of a scientist: Albert Einstein)’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 논문에 의하면 아인슈타인의 뇌는 교 세포 대 뉴런의 비율이 높다고 하였지만,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1999년에는 아인슈타인의 뇌가 수리와 과학을 담당하는 마루 엽의 한 부분이 보통 사람들에 비해 15% 넓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어서 2012년 아인슈타인의 뇌 일부 영역에는 일반인의 뇌보다 많은 주름이 잡혀 있어 그의 천재성을 설명해주는 단서가 되고 있다는 연구도 발표되었다. 아인슈타인의 뇌는 의식과 사고를 담당하는 회 백질, 그중에서도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 부위에 남보다 많은 주름이 잡혀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회 백질 층이 두꺼운 사람은 일반적으로 지능이 높다. 주름이 많으면 사고를 위한 표면적이 넓어져 세포 간에 더 많은 연결이 이루어지고, 뇌 사이에 연결이 많이 이루어질수록 ‘비약적’ 사고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뇌에는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후두 엽 역시 유달리 많은 주름과 굴곡이 패여 있었고, 왼쪽과 오른쪽 두 정엽은 심한 비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이 부위는 공간 지각과 수학적 추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교 세포는 뇌 속에 가장 많은 세포이다. 아인슈타인의 뇌를 분석한 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자극이 풍부한 환경에서 교세포가 증가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즉 아인슈타인은 죽을 때까지도 머리를 많이 썼기 때문에 교세포가 많았다는 얘기다. 당시에는 교 세포의 역할은 뉴런을 보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 연구로 신경과학자들은 교 세포에 주목하게 되었고 교 세포는 뇌에서 뉴런 못지않게 중요한 세포라는 것이 밝혀졌다. 지능은 뇌의 구조와도 관련이 있음을 암시하는 결과이다.


뇌에서 지능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유력한 영역으로 전두엽과 두정엽이 거론된다. 전두엽은 기억력, 사고력 등을 주관하고 다른 영역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한다. 또한 수학이나 물리학에서 필요한 계산 및 연산기능들을 처리한다. 연구에 의하면 지능이 높은 사람의 전두엽과 두정엽은 구조적 연결성도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두정엽은 약 6세부터 본격적으로 발달하면서 이 시기부터 수학 학습이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놀고 있는 아이들 틈에서 혼자 숫자를 가지고 노는 아이는 천재일수도 있다. 아인슈타인의 뇌가 보통 사람과 다른 부분이 바로 두정엽이다. 아인슈타인의 뇌는 두정엽의 하단 부위가 평균보다 15% 더 크고 신경세포가 조밀하였다. 영재를 구분할 수 있는 뇌 부위는 두정엽의 후두정피질(posterior parietal cortex)이라는 연구도 나왔다.


뇌의 크기가 어느 정도 지능과 관계가 있지만 단순하게 크기의 문제는 아니다. 3000명이 넘는 사람의 뇌를 분석했더니 뇌 크기에 따라 구조가 달랐다. 뇌가 커짐에 따라 일률적으로 비례해서 넓어지는 게 아니라 증가 폭이 더 큰 부분도 있고 덜한 부분도 있다. 상대적으로 최근에 진화한 신 피질(neocortical)에서 증가폭이 컸고 진화적으로 오래된 부분(피질 하, subcortical)은 증가폭이 작았다. 뇌가 커질수록 신 피질이 더 급격히 커지면서 그 결과로 뉴런 사이의 네트워크도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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