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동물은 온몸이 뇌였다


물에서 사는 생명체 중에서 해면동물이나 문어 그리고 오징어처럼 뼈가 없는 생물도 있다. 특히 움직이지 않고 바위에 붙어서 사는 해면동물은 감각기관도 없고 신경세포도 없어 이름만 동물이지 식물과 비슷하다. 해면동물은 지구상의 최초의 동물이다. 최초의 동물이 해면동물이 아니라 빗 해파리라는 주장도 있다. 빗 해파리는 ‘신경세포’가 있다. 만일 빗 해파리가 최초의 동물이라면 신경세포를 가진 동물에서 신경세포가 없는 해면으로 ‘역’ 진화했다는 ‘이상한’ 결과가 나온다. 우리는 보통 진화는 진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생명이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복잡한 동물에서 단순한 동물로 퇴보하는 진화도 있다. 이를 역 진화라고 한다. 해면동물이 최초의 동물인지 아니면 빗 해파리가 최초의 동물인지는 아직 분명하지는 않다.




역 진화란 진화의 흐름을 거꾸로 가는 것이다. 시간을 거꾸로 가게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새의 조상은 공룡인데 새를 역 진화시킬 수 있다면 공룡이 탄생하는 것이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진화는 일방통행이며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돌로(Louis Dollo, 1857~1931)의 진화 비가역의 법칙(law of irreversibility)은 진화생물학계에 뿌리 깊은 ‘가설’이었다. 그러나 2013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진드기에서 ‘역 진화’의 사례가 발견되었다. 진드기 같은 기생생물은 기생하는 숙주를 잘 이용하도록 진화하면서 자유롭게 사는 능력을 상실한다. 숙주가 제공하는 환경에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기능과 관련된 유전자를 상실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진드기는 기생 진드기 계보(Psoroptidia)에 속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 기생 계보에 속한 진드기는 기생생활을 하며 숙주를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의 진드기는 자유로이 이동하면서 산다. 이는 비가격의 법칙에 따르지 않는 ‘이상’ 현상이다. 숙주에 얽매이던 진드기가 과거의 자유생활 방식으로 돌아 갈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생물은 거꾸로 돌리는 역 진화를 시켜 과거의 생물로 만들 수도 있다. 실제로 2011년 하버드대학 연구팀이 닭의 유전자를 악어 부리 모양으로 ‘역 진화’하는 데 성공했다. 역 진화는 지능이라는 주제와는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오늘날 아이들이 많이 쓰는 스마트폰이나 게임이 지능의 역 진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스마트폰은 지능을 떨어뜨린다. 뒤에서 상세하게 다룰 것이다.






해면이나 빗 해파리 같은 최초의 동물은 6~7억 년 전에 나타났지만 뼈가 없었기 때문에 화석을 남기기 어렵다. 물론 뼈가 없으니 척추도 없고 뇌도 없었다. 2018년에 가장 오래된 6~6년 전 살았던 동물의 화석이 호주에서 발견되었다(그림 참조). 놀라운 것은 인간 유전자 중 반 이상(55%)이 최초의 동물에도 있었다는 점이다. 동물이 최초로 출현했던 당시의 유전자가 우리 몸에 반 이상이 그대로 남아있다니 놀랍기도 하고 으스스하다. 과거와 단절된 완전히 새로운 종이 나타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만큼 인간은 생명계와 진화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오늘날 우리가 생명다양성과 생태환경을 논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과 관련이 있다. 우리는 결코 자연과 독립된 ‘고고한’ 존재가 아니다. 생물의 진화과정에서 인간의 현재 우리의 모습도 알 수 있다. 우리 인간의 다양성과 예측할 수 없는 행동도 수억 년 또는 수십억 년 동안 이어온 다양한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 ‘현재를 알려면 과거를 보아야 한다.’는 펄 벅(Pearl Buck)의 말대로 과거의 진화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오늘의 삶을 사는데 중요하다.


최초 동물의 화석이 발견되었지만 안타깝게도 뇌 안에 있는 ‘물렁물렁한’ 신경세포는 화석이 될 수 없다. 화석을 통하여 신경세포를 볼 수 없으니 신경세포가 진화해온 과정을 밝혀내는 것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현재 살고 있는 동물의 신경세포를 통해서 그 진화를 간접적으로나마 추측해볼 수 있다. 지구상에 등장한 최초 동물의 신경세포는 해면동물과 유사했을 것이지만 구체적인 것은 알 수가 없다. 해파리는 현존하는 동물 중 가장 단순한 신경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대부분의 신경세포가 뇌에 있지만 해파리는 몸의 여기저기에 퍼져있다. 쉽게 이해하면 몸 전체가 뇌인 셈이다. 문어의 신경세포는 일부는 뇌에, 일부는 다리에 있다. 동물이 나타난 후 진화가 계속되면서 문어 같이 신경세포가 일부 장소에 집중된 동물이 태어났을 것이다. 이러한 신경세포가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쳐 척추로 집중되고 결국 뇌가 된 것이다. 동물의 뇌는 신경세포가 집중된 것이므로 종합 신경계라고 부르는 게 더 적절하다는 주장도 있다.


동물이나 인간의 신경세포와 시냅스 또는 뇌가 어디서 어떻게 기원했는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2021년 해면의 세포에서 그 기원의 단서가 발견되었다. 해면(aquatic sponges)은 뇌나 시냅스가 없지만 세포가 그것과 유사한 기능을 한다. 해면은 소화관(digestive chambers)에서 먹을 것을 걸러내고 미생물과 상호 작용한다. 해면의 세포는 침입한 박테리아를 제거하기 위해 소화관 여기저기를 다닌다. 이 세포의 내뻗은 긴팔이 세포와 세포 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접점이 되는데 이것이 뇌의 신경 세포 사이의 시냅스들과 유사하다. 시냅스가 없지만 이러한 세포들의 상호작용으로 ‘시냅스’ 기능이 생기는 것이다. 이 세포들이 점차 진화하여 시냅스의 기능을 가지고 결국은 뇌로 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포가 소화관에서 박테리아를 제거하려는 것은 생존을 위한 것으로 우리의 뇌란 생존을 위하여 시작되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j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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