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기의 사교육은 반교육적
2021년 12월에 ‘교육열’이 거의 광적인 우리나라 부모들의 눈에 확 들어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만 7~11세 아이가 외국어를 배우면 모국어만 하는 아이보다 머리가 좋아진다는 연구결과이다. 뇌 전체 연결망을 의미하는 커넥톰(Connectome)이 좋아지며 기억력과 지능 같은 인지기능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 한 가지의 연구결과가 어떤 의미인지를 정확히 판단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한편 이 연구결과가 또 다시 아이들을 ‘지옥’ 같은 사교육으로 몰아넣을지 걱정된다.
https://www.pnas.org/content/118/49/e2110811118/tab-article-info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문자 교육을 시키지 말라고 권장하며 심지어는 금지시킨다. 핀란드, 영국, 독일과 이스라엘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7살 이전에는 문자 교육을 금지하고 있다. 참고로 영국과 독일, 이스라엘과 핀란드는 세계 최고의 교육 선진국이다. 특히 이스라엘은 세계 인구의 1%도 되지 않는데 노벨상 수상자와 미국 최고 대학교 입학학생이 20~30%에 이른다. ‘귀댁의 자녀가 입학 전에 글자를 깨치면 교육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독일의 취학통지서 밑에 적혀 있는 경고 문구이다. 학부모가 이 경고를 어기면 ‘왜 그렇게 부도덕한 일을 하셨습니까? 그 아이가 수업시간에 산만하고, 집중 안 하고, 인격형성에 장애가 생기면 당신이 책임질 겁니까?’라는 말을 듣는다. 우리의 교육현실과 너무나 다른 이야기이다. 교육 선진국인 독일과 뇌 과학이 말하는 교육이 우리의 교육현실과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왜일까. 과학을 믿느냐 아니냐의 문제이다. 7세 이전의 언어교육은 아이들의 정신적인 성장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반영한 것이 독일의 취학통지서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부모들은 학원들이 언어교육은 7세 이전에 해야 한다고 마케팅을 하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낸다. 과학은 안 믿고 학원 광고는 그대로 따라한다. 반과학적인 사회의 모습이다.
사람들은 과학보다는 주변에서 떠도는 상술, 주변 학부모들의 얘기에 귀를 더 기울인다. ‘먼저 시작할수록 똑똑해진다.’는 게 사교육 시장의 논리이지만 그 반대이다. 아직 발달하지 않은 뇌 부위를 과도하게 자극하는 선행학습을 무차별적으로 주입하면 오히려 아이들의 뇌를 망가뜨릴 수 있다. 과잉 자극으로 전두엽이 손상되면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가 나타날 수 있다. 계획을 세우거나 복잡한 행동을 하거나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감정의 뇌를 적절히 제어하지 못해 감정적 충돌이 나타난다. 유아기에 전전두엽이 손상된 사람은 정상적인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더라도 사춘기가 되면서 거짓말, 도둑질, 싸움질, 무책임한 성행위가 나타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는 관찰결과도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상황에 대해 올바른 판단 능력이 없다. 전전두엽 피질이 손상되면 윤리적인 판단 능력이 결핍되기 때문이다(베이비뉴스, 2020.2.10. 편집).
우선 알아야 할 것은 인간의 뇌는 나이별로 발달영역이 다르다는 것이다. 나이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감정조절 기능을 하는 전두엽은 유아기에 발달한다. 그래서 이 시기엔 부모가 대화를 많이 하고 즐겁게 놀아주는 것이 정서함양에 도움이 된다. 학교에 가기 전에 유치원에서 ‘교육만’ 시키면 전두엽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 ‘감정조절’을 못하게 될 수 있다. 그러면 학교폭력이나 게임중독 같은 것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애들은 자연스럽게 뛰놀면서 자란다. 그것이 막히면 게임으로 가기 마련이다. 감정조절 능력이 생기고 스스로 재밌게 하게 될 때 비로소 저절로 자발적인 학습이 이루어진다(한겨레신문, 2013.6.10. 편집).
음악이나 예술은 어렸을 때 재미있게 할 수 있으면 좋다. 4세에서 6세의 아이들은 음악 수업을 받은 후 1개월 정도 후면 언어 구사와 이해에 관한 지적 능력이 상승한다. 물론 핵심은 아이가 재미있게 하여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싫은 걸 강요하면 결국 못할 수밖에 없다. 유아의 교육과 행복 조건은 단순하다. 부모와 함께 좋아하는 놀이나 활동을 하면 행복하다. 엄마와 대화를 나누는 행위만으로도 아이들은 행복 호르몬인 옥시토신 수치가 증가하고, 아빠가 적극적으로 놀아준 아이들이 사고력 테스트에서 더 높은 점수를 기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만 3~6세 아동은 언어기능이 아직 발달하지 않았고 만 6~7세가 되어야 연상사고와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이 빠른 성장을 보인다. 인간의 언어 능력을 관장하는 뇌는 7~8살이 돼야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다. 여섯 살 이전에 만 6~12세에 발달하는 두정엽과 측두엽의 기능인 수리과학 교육과 문자 교육을 시키는 것은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아직 인지기능이 발달 안 된 유아에게 모국어가 아닌 인위적인 언어교육을 하면 이 시기에 발달해야 할 감정과 본능의 뇌가 잘 발달하지 못한다. 그래서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에 언어교육을 금지시키는 것이다.
언어를 관장하는 뇌 부위는 7~8살에야 본격적으로 발달하므로 언어교육은 초등학교에 가서 시키는 것이 좋다. 측두엽은 언어 및 청각기능을 담당하여 측두엽이 발달하는 시기에 언어와 외국어 교육을 하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이 시기에 본격적인 한글과 언어교육을 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두정엽은 6세 이후에 본격적으로 발달하여 이 시기부터 수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수학․물리학적 사고를 담당하는 두정엽도 이때 발달한다. 이 시기의 아이는 자신의 의사표현을 제대로 할 수 있고, 논리적으로 따지기를 좋아하는 특성이 있는데, 이런 측면도 뇌 발달과 관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