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근수 Oct 17. 2021

불완전한 진화로 인한 모순: 지능과 지방

인간은 뇌가 발달하면서 뇌에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게 되었고, 필요한 에너지를 지방으로 비축하게 되었다.  유인원은 체지방률이 평균 10% 정도이지만 인간은 남자의 체지방률이 22.9%, 여자는 41.1%로 훨씬 높다. 갓난아기의 체지방량도 아주 많다. 토실토실한 아기살은 사실 온통 지방이다. 빠른 뇌 성장을 돕기 위해서 지방을 충분히 저장하는 것이다. 지방을 많이 쌓아두도록 진화한 덕분에 에너지를 두뇌에서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다. 유인원이 인간으로 진화하면서 체지방을 몸에 많이 저장할 수 있는 구조로 변한 것이다. 비축한 에너지가 많으니 에너지 사용도 다른 동물에 비하여 압도적으로 많다. 인간의 하루 총에너지소비량은 유인원보다 400~820㎉나 더 많다. 총에너지소비량은 기초대사, 신체 내 열 소비(소화, 흡수, 운반 및 식품 대사에 필요한 에너지), 신체활동 시 소비되는 에너지의 합이다.    


이렇게 지방을 축적하는 체질로 진화한 인간은 유전적으로도 당분이나 지방에 대한 식탐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버터로 만든 과자나 초콜릿, 페이스트리 같이 당분, 지방과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좋아한다. 특히 초콜릿 같은 달콤한 음식에 쉽게 손이 가고 많이 먹게 된다. 그러한 유혹을 벗어나기 힘든 것은 이러한 본능이 수천만 년 전의 포유류로부터 점차 진화되어 나타났기 때문이다. 


영장류 화석을 분석해보면 7~8%에서 충치가 발견된다. 그 중에서 약 5400만 년 전에 살았던 영장류(Microsyops latidens)의 치아 화석에서도 충치가 발견됐다. 지금까지 발견된 포유류의 충치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충치가 생길 확률은 음식의 당분 함량에 비례한다. 영장류의 충치 발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늘어 최대 17.24%까지 증가했다. 당 함량이 높은 음식을 섭취하는 비율이 시간에 따라 달라졌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당분에 대한 욕구는 수천만 년 동안 유전자에 각인된 것으로 피해갈 수가 없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1-95330-x


인간의 식욕은 음식에 포함된 칼로리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을 정도로 발달되었다. 가공식품이나 초 가공식품을 보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식탐을 느낀다. 지방과 설탕이 범벅된 음식이 놓여있는 진열대를 보거나 텔레비전의 광고를 보거나 음식점에 그런 메뉴가 있는 것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먹고 싶다. 인간은 그런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 문제는 포화지방과 당분을 많이 먹으면 비만뿐만 아니라 뇌(대뇌 측좌핵 내부)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염증은 우울증, 불안증과 강박성 행동을 가져올 수 있다. 부실한 식생활은 부정적인 감정을 촉발시킬 수 있고, 이로 인해 다시 식탐이 촉발되면서 강박적인 행동을 부를 수 있다. 인간의 진화는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억지로라도 참고 쿠키와 햄버거 같은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을 타고났다.


따라서 인간의 비만과 과체중은 과식을 하거나 칼로리가 높은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거나 운동을 안 하는 생활습관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그것의 1차적인 이유는 인간이라는 생물학적인 ‘종’ 차원에서의 유전적인 요인 때문이다. 현대인의 대표적인 ‘질환’인 비만은 인간의 지능이 좋아지면서 나타난 후유증이다. 리 골드먼(Lee Goldman)의 책 제목처럼『진화의 배신』이다. 물론 비만은 지능의 진화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지능의 진화가 상당한 정도로 인간의 비만에 영향을 준 것만은 확실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과식은 알코올중독 같은 뇌의 중독이라 치료가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