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근수 Oct 16. 2021

과식은 알코올중독 같은 뇌의 중독이라 치료가능


필자는 올리브오일을 참 좋아한다. 특히 올리브향이 강한 것을 좋아한다. 사실 꽤 오래 전에 스페인여행을 가기 전에는 올리브오일을 좋아하지 않았다. 스페인여행을 하면서 올리브오일을 많이 먹으면서 점차 맛을 알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뇌 안에서 입맛을 조절하는 신경세포에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은 아내가 정말 향이 좋은 올리브오일을 사와서 맛있게 먹었다. 너무 맛있어서 과식을 할 뻔 했지만 참느라 힘들었다. 필자는 약간 올리브오일에 중독된 것 같다……


체중을 줄이려면 음식을 적게 먹고 몸 안의 칼로리는 많이 태워야 한다. 하지만 선천적인 요인도 강하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보면 뇌 안에 비만을 통제하는 뉴런이 있다. 이들 뉴런이 음식물 섭취와 에너지 소모를 동시에 제어하면서 에너지의 균형을 맞춘다. 이 뉴런을 억제하면 식욕이 떨어진다. 사람에게도 이런 뉴런이 있다. 그런데 사람마다 이 뉴런의 활성도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과식을 한다. 따라서 비만도 그 사람의 식욕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자기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뇌 안의 신경세포가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비만인구 비율은 2021년 거의 40%에 이를 정도로 많다. 둘 중 한 사람이 비민인 셈이다. 고도비만도 10%에 접근하고 있다. 고도비만은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후천적인 것은 과식이 주 원인이다. 고도비만인 사람 중 상당수가 과식을 하는 것이 일상생활인 경우가 많다. 


과식은 알코올이나 약물중독과 유사하다. 과식을 할 때 활성화되는 뇌 안의 신경세포인 뉴런(glutamate neurons)이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 시 활성화되는 영역과 강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즉 과식은 중독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https://www.cell.com/neuron/fulltext/S0896-6273(21)00693-0?_returnURL=https%3A%2F%2Flinkinghub.elsevier.com%2Fretrieve%2Fpii%2FS0896627321006930%3Fshowall%3Dtrue#relatedArticles


과식이라는 ‘중독’을 근본적으로 고치려면 과식으로 인한 쾌감(보상경로)이 서서히 없어지게 하여야 한다. 다행히도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의 뇌는 지속적인 행동과 습관에 따라 변화하는 특성(뇌가소성)이 있다. 과식을 조금씩 줄이고 운동 등을 통해 도파민 분비를 늘려 과식쾌감을 운동쾌감으로 바꾸어 과식을 억제하도록 뇌를 바꿀 수 있다. 운동은 만변통치약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물론 뇌를 바꾸는 일은 긴 시간동안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더 바꾸기 힘들므로 성인은 더 많은 노력을 하여야 한다. 뇌가소성은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의지의 ‘기제’ 일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2500년 가장 비싼 땅은 북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